두번째 이태리 여행(4) - 아침의 베네치아와 퍼레이드 구경 유럽, 미국 여행

(앞에서 계속)하여, 2번 바포레토의 종점인 산 마르코 선착장에서 내렸다. 카니발을 앞둔 토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산 마르코 광장 주변은 여전히 붐빈다.

예전 여행기에도 밝혔듯, 이번 여행은 2012년에 빡빡한 일정에 미처 못 둘러보았던 곳들을 둘려보는 게 주 목적이었다. 베니스에 와보면 한번 해 보고 싶었던 것, 그건 바로 카페 플로리안에서 커피 한 잔을 해 보려는 것이다. 구글 후기를 보면 커피가 비싸다(당연하겠지만), 종업원들이 불친절하다(심지어는 인종차별까지 당했다는 이야기까지)라는 악평이 많았지만.

다만 이번에도 카페 플로리안에서 커피 마시기는 못 하고 왔다. 사람들이 너무도 북적였기 때문.

방 하나를 전세낸 코스프레 부대(?)까지. 카니발의 공식적인 행사의 일환인 모양인지, 현지 방송국에서도 취재를 나와 있었다.

산 마르코 광장의 북적이는 인파에 도망가듯이,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 쪽으로 바포레토를 타고 건너 나와서 일몰 구경을. 이쪽 섬은 산 마르코 광장에서 2번 바포레토로 한 정거장에 매우 한적하기 때문에 일몰 구경 장소로 최적이다.

내가 이러고 있는 동안 H님은 옷을 사고 있었다. 근 일주일동안 부족한 옷으로 스위스 여행을 하느라 곤란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제발 내가 근처 SPA(ZARA같은)라도 들러서 옷 한벌이라도 사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렇게 옷을 보충했음에도 H님은 여행 내내 빨래에 매달려 사셨다.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은 모습이지만, 나도 분명 2주 가까이 여행이 계속되면 저렇게 피폐해지겠지...더군다나 중간 기착지가 각종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면 부족한 베네치아였으니.

어쨌든 H님과 합류해, 이날 일정을 사실상 종료하고, 육지쪽 메스트레에 있는 호텔로 짐을 옮긴다. 4번이나 5번 계통을 타고 로마광장(Pz. Roma)이나 산타루치아 역(이쪽의 바포레토 선착장 이름은 Ferrovia)에서 내려 버스 혹은 기차로 이동해야 한다. 다만 역시나 사람들로 북적여서 고생을 좀 했다. 5번 계통 한 대를 보내고 그 다음에 다행히도 임시편인지 로마 광장까지만 운행하는 4번 계통을 타서, 로마 광장에서 2번 버스로 갈아탄다.  

참고로 바포레토권으로 메스트레까지의 Actv 버스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버스 매표소에 물어봤더니 그냥 갖고 있는 바포레토권을 가지고 타라고. 근데 버스 또한 사람들로 북적여서 개찰을 못 할 지경이었다.

다음날은 버스에 검표원이 돌아다녔는데, 바포레토 24시간권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 사진은 다음날에 찍은 거지만...어쨌든 둘째날 숙소의 이름은 'Hotel Villa Costanza'였다. 역에서 도보 10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어, 교통이 아주 불편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역 근처의 번잡한 느낌도 없는 곳. 내부 사진은 없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신축 모텔 정도 수준(거듭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 모텔 깔끔한 곳은 꽤 깔끔하다)? 그렇게 고급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깔끔하고 있을 건 다 있고 그닥 흠잡을 게 없는 곳이다.

시차적응에 실패한 다음날 아침 일찍 한적한 베네치아를 보러 나섰다. H님은...일어나서 빨래나 하고 있었겄지...

역시나 휴일 아침부터 동네 구경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매우 적었다. 전날 백 명은 족히 태우던 것 같던 바포레토에도 손에 꼽을 만한 인원만이 타고 있었고, 그마저도 거의가 현지인이었다. 무슨 구기종목인지 기억이 안나지만 라켓을 가지고 타던 학생들도 있었고...

이 좁은 운하길은 5km/h의 속도제한이 붙어 있는데, 좀 빠르게 걷는 속도인 게 스피드건으로 측정이 가능하기나 할까?

꺼무위키에서 본 바로는 베네치아의(특히 본섬 내에서의) 속도제한은 항행 안전의 목적도 없지 않겠지만 주로 건물 등이 보트가 만들어내는 파도에 부식되는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걸려 있다고 한다.

대운하상에 있는 손에 꼽을 정도의 다리 중 최남단에 있는 아카데미아 다리다. 전에 못 건넜던 아카데미아 다리도 한번 건너 보기로.

아카데미아 다리 위에서 프로포즈 장면을 목격했다. 아침햇살에 결혼 반지가 반짝이는 모습은 제3자가 보아도 가슴 뭉클하기 그지없었다. 하물며 여자 쪽은 어떠하겠는가. 감동과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아침에 나왔던 이유는 아침 산책도 있지만, 낮에 하는 카니발 행사 중 하나인 수상 가장행렬(?)을 구경하기 좋은 곳을 찾아보려는 목적도 있었다. 으음...이 수산시장(?) 언저리가 좋겠군...하고 호텔이 있는 메스트레로 다시 돌아왔다.

호텔에서 조식을 먹으려면 조식부페(아마 컨티넨탈)는 8유로, 커피에 빵 한쪼가리는 4유로인가...를 내라고 해서, 맥모닝이나 할까 했는데 메스트레역의 맥도날드는 느지막히 열더란다. 결국에는 호텔로 돌아가 8유로짜리 아침을 먹었다. 8유로에 아점같이 푸짐하게 먹으면 나름의 가성비는 하는 게 아닐까?

어쨌든 11시쯤 다시 나와, 로마 광장에서 바포레토를 타려고 했더니 사람이 너무도 붐벼 가장행렬 시작 시간에 맞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구글 지도를 믿고 좁은 골목을 열심히 걸어 아까 그 곳에 도착했다. 참고로 대운하는 S자 모양이라, 바포레토를 타도 딱히 시간상의 이득이 큰 건 아니다. 단지 경치 감상+다리가 덜 피곤할 뿐...

다행히도 선착장 앞자리에서 편하게 퍼레이드를 구경할 수 있었다. 형형색색의 곤돌라에 코스프레(?) 부대!

마리오와 뒷쪽의 루이지 부대.

죄수와 경찰까지. 다른 테마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자유 주제(?)인 모양이다.

퍼레이드를 구경하는 중에 24시간권의 유효 기간이 끝나버려서, 이후는 두 발로 베네치아를 구경하게 되었다. 어차피 퍼레이드 전후로 사람이 많아 바포레토를 제대로 탈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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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enat 2019/03/24 07:22 # 답글

    베네치아의 일출과 프로포즈라니 ㅠㅠ 햐 로맨스 소설의 한 장면같아요
    H님 빨래이야기는 웃프네요... ㅋㅋㅋ
  • Tabipero 2019/03/24 08:09 #

    이번에 '스페인 하숙'을 보고 투숙객들이 빨래하는 모습을 보니 H님 빨래하던 모습이 생각나더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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