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고 영종도 가보기 ├서울 및 근교

당연하겠지만 인천공항이 개항하기 전, 영종대교가 개통하기 전에는 영종도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배였다. 어렸을 적에 월미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영종도 구읍뱃터까지 가서, 거기서 줄을 서서 버스를 타고(줄도 길었지만 버스도 그만큼 자주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황량한 흙길을 한참 가서 물놀이를 즐기고 왔던 기억이 난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인천공항 조성을 위한 매립이 진행 중이었고,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을왕리가 아니었나 하고 생각한다.

영종도와 육지를 잇는 다리가 생기고 이제는 인천대교까지 생긴 마당에 배가 아직도 다니고 있나 하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아직까지 다니고 있다! 이날은 옛날 그 방법 그대로 영종도를 가 보기로 했다.

일단 시작은 인천역이다. 네이버 길찾기에서는 급행열차를 타고 급행열차의 종점인 동인천에서 내려 거기서 버스를 타라고 나와 있었는데, 항상 그런진 모르겠지만 인천행 완행열차가 거의 동시에 도착해서 바로 맞은편 홈에서 탈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서둘러 월미도 가는 버스를 타고 월미도로 향했다. 20년도 더 전에 2번 버스=월미도 가는 버스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2번 버스가 월미도를 간다! 뭐 나는 10번을 탔지만.

배 시간은 1시간에 1대씩으로, 월미도에서는 매시 정각, 영종도측 구읍뱃터에서는 매시 30분에 출발한다. 막배는 각각 17시 / 17시 30분. 편도 탑승시간은 약 20분 가량이니 1척으로 왔다갔다 하는 셈이다. 남은 시간이 아주 애매하다면 인천역에서 차이나타운 구경하고 월미도도 좀 어슬렁거리다 타겠지만, 시간이 딱 맞아 바로 타게 되었다.

다른 블로그에서 검색한 바로는 막배가 6시 / 6시 반이라고 했는데, 동절기에는 1시간 단축되는 모양이다. 어른 1명 3,500원, 승용차 기준 차량 도선료는 7,500원(운전자 도선료 포함, 동승자는 할인된 가격에 별매인 듯 하다)이라고 한다. 사실 차량 도선료는 관심이 없어서 안 봤는데, 영종대교나 인천대교 통행료와 비교해 보려고 찾아본 것이었다. 고속도로 통행료에 비해 약간 비싼 수준.

과연 메리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은 들지만 가는 배는 차량을 5대 정도, 오는 배는 10여 대 정도의 차를 실었다. 아무래도 영종도에서 인천 구도심쪽으로 가기에는 이곳이 최단거리이니, 피곤하게 인천 시내를 관통할 일도 없고 해서 선호하는 것이려나.

차는 그렇다 치더라도 차가 없는 사람들의 공항 가는 교통수단으로서 이 배는 더욱 애매하다. 목적지가 하늘도시라면 모를까...영종도 쪽 구읍뱃터로부터 인천공항 2터미널로(1터미널로 가려면 중간에 다른 버스로 환승해야 한다!) 가는 버스가 있긴 한데 영종도 투어를 하기 때문에 거리를 단축한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다.

아무튼 그리하여, 주말에 이 배에 타는 사람들은 거의가 관광객이다. 아무래도 수도권에서 가장 무난하게 배를 탈 수 있는 곳이다보니...따로 번듯한 매점은 없지만 간단한 음료와 새우깡(주로 갈매기 먹이주기용)을 팔고 있다. 선실에 있는 몇 안되는 분들은 지역 주민이신 것 같고, 대부분 갑판에 나와 갈매기 먹이주기를 하고 있었다.

겨울이라 해가 짧아, 4시 배를 탔는데도 해가 지고 있다. 멀리 인천대교 교각도 보이고...

좌측에 보이는 곳은 구읍뱃터(하늘도시)고, 전방으로 보이는 곳은 작약도. 초등학교(국민학교던가?) 시절 보호자 대동 하에 처음으로 스스로의 힘으로 물어물어 찾아간 곳이라 의미가 깊은 곳이다. 정작 섬 내부는 어떤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게 함정.

지금이야 내비나 스마트폰 길찾기, 인터넷 검색으로 처음 가는 곳을 돌아다니기 훨씬 쉬워지긴 했지만, 스스로는 지금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는 근원이 바로 이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영종도 구읍뱃터에 도착. 연륙교가 놓이기 전에는 영종도의 중심지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그때 영종도는 그저 인천 근교의 섬 중 하나인 곳이라, 현재의 구읍뱃터가 교통 결절점의 의미는 바랬을지언정 더 번화해 보이는 것 같다. 각종 상점이나 호텔 등등...지금도 주변에 건물들이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생각보다 많은 차들이 선적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의외라고 생각했던 부분.

나는 사진에서 왼쪽으로 향해 어느 호텔에 있는 1층 카페에서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린다. 경치도 좋고 나름 프랜차이즈인데 생각보다 사람이 적어, 여유로운 한 때를 즐길 수 있었다.

해가 질 떄쯤 호텔을 나와 옆에 있는 공원으로 가서 일몰을 바라보자 하고 생각했는데, 아뿔싸...해 지는 방향이 바다쪽이 아니었다! 오히려 5시 30분 영종도발 막배를 타고 월미도로 돌아갔으면 인천대교에 걸치는 일몰을 제대로 볼 수 있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와는 별개로, 공원 자체는 잘 되어 있다. 공원의 반대쪽 출구로 나가 영종하늘도시 중심가 쪽으로 나간다.

바다 건너편에는 월미도의 번쩍번쩍한 불빛이...

별도로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사진 찍은 반대쪽으로는 레일바이크가 설치되어 있었다. 바닷가를 따라가는 코스인데, 레일바이크=폐선활용이라고 생각했던지라 일부러 선로를 깔아 레일바이크를 설치한 걸 보니 의외였다. 다만 날이 추워서인지 운영은 하지 않고 있었다.

갯벌 너머 인천대교.

한참을 가서야 아파트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서 202번 버스를 타고 청라국제도시 역까지 간다. 영종역이 거리상으로는 가장 가깝긴 하지만 수도권 통합요금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지라 영종대교를 건너 청라국제도시 역을 이용하는 것. 실제로 이 운임 문제 때문에 청라국제도시 역이 영종하늘도시의 실질적 관문 역할을 할 정도라고 하니...실제로 영종역까지 수도권 통합요금제에 포함시켜 달라는 목소리도 크다고 알고 있는데, 여러 가지 문제로 당장 그렇게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

놀랍게도 202번 버스는 기본요금인 1250원을 받고 있었다. 이 버스를 잘 이용하면 가장 싸게 인천공항을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영종도 이곳저곳을 찍느라 소요시간은 전철에 비해 훨씬 늘어나겠지만...

시간 많고 할일 없다면 집에서 인천공항에 갈 떄부터 시작해서 효율이나 가성비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 무조건 최소비용으로 도쿄 혹은 오사카 여행하기 컨텐츠도 괜찮을 것 같은데...한번에 2km 이상 걷지 않고, 삼시세끼는 챙겨 먹고 노숙은 피하는 조건 등등을 걸어서. 뭐 그런 생각을 하며 귀환하였다.

끝으로 청라국제도시 역의 명물(?) 무빙워크. 역 승강장이 경명대로와 공항고속도로 사이에 있기 때문에, 대합실을 경명대교 건너편에 만들어 놓고 무빙워크가 설치된 육교로 승강장까지 이동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신기하게도 영종도에서 건너오는 열차를 타 보니 사람들이 꽤 많이 타고 있었고, 대부분 인천지하철과 환승되는 검암역이나 계양역에서 내리더란다. 개통 초기만 해도 그저 공기수송하던 열차였는데...

기본요금으로 시작했기에 집 근처 역에서 내리니 추가요금이 천원 넘게 찍히더란다. 짧은 영종도 여행은 이걸로 끝. 

그러고보니 인천공항에 들르지 않은 순수 '영종도' 여행 또한 20년 전 배 타고 영종도 가 본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덧글

  • enat 2018/12/28 23:45 # 답글

    아하하... 저 배 어렸을 때 새우깡 들고 많이 탔었는데 오랜만에 보니까 넘 반갑네요 ㅠㅠ 다리 놓으면서 사라졌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영종도 왕복하는 배가 있군요.

    회사 직원분 중 한분 왈, 저 영종도 아파트촌 어딘가에 친구분이 사셔서, 여행 전에 친구집에 들러서 쉬다가 자기차는 친구네 아파트에 세워두고 친구가 태워주는 차타고 공항엘 간다 하시더라고요 ㅎㅎㅎ 새벽 비행기도 덕분에 편하게 탄다며.

    ...친구분 불쌍해...
  • Tabipero 2018/12/28 23:56 #

    저도 놀랐습니다. 그 추억의 배가 아직도 있다니!
    그건 그렇고 직원 친구분 집은 무슨 공항 게스트하우스입니까 ㅋㅋㅋ 담부터는 숙박비 주차비 송영비 다 받으라고 하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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