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생각의 계절 다시 한 번, 그리고 남해의 재발견 ├부산, 울산, 경남

이 곳에 처음 묵은 게 올 초였었는데 그 동안 참 자주도 머물렀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에서 퍽이나 먼 곳인데 이제는 남해 지도도 대충 머릿속에 그려질 수준이 되기도 하였다. 개인적으로 숙소를 다소 가리는 편이고 그래서 그런지 한번 마음에 들면 두번이고 세번이고 방문하게 된다. 예컨대 이 숙소가 여수에 있었으면 난 여수 고인물이 되었을 것이고 강릉에 있었으면 두 달에 한 번은 찾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가을의 생각의 계절 게스트하우스다. 남해 이곳저곳을 들러 오느라 좀 피곤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 곳에서 해질 때를 기다리고 싶어 굳이 웰컴 드링크를 부탁해서 마셨다(이곳은 투숙객에게 커피 혹은 홍차를 1잔씩 무료로 제공한다). 

다음날에 태풍이 지나갈 것이 예고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노을의 색은 선명하다.

이날은 편의점에서 산 황태국 컵밥과 간장불고기를 전자렌지에 데워 저녁으로 삼았다. 가끔이지만 이런 음식을 먹으면 새삼 편의점 음식의 다양함과 레토르트 기술의 발달에 감탄하게 된다. 물론 반주는 서상막걸리다.

페북에도 비슷한 내용을 적었는데, 예전 이 곳에서 가장 가까운 브랜드 편의점은 남쪽의 다랭이마을 가는 길로 6km 정도 가면 있는 곳이었고, 육지에서 내려오는 길에 편의점을 들르려면 10km 이상 떨어진 남해읍에서 보급을 하고 내려와야 했다. 그랬던 것이 두 번째 갔을 때는 북쪽으로 서면에 편의점이 하나 생겼고, 이번에 오면서 보니 동쪽으로 미국마을 가기 전에 편의점이 생겼다. 이제는 우기면 도보권인 남해아난티 앞에도 편의점이 생겼다.

여행객으로서는 상당히 편리해졌지만, 이곳도 점점 관광지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살짝 되는 게 사실.

역시나 일기예보는 틀린 게 없어서 다음날 아침은 구름 잔뜩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힌 건 그렇게 많은 비가 내리진 않았다는 것(비바람은 태풍 통과가 예보되어 있는 이 다음날이 더 심했다).

여독 때문인지 저기압 때문인지 몸도 찌뿌둥하고, 특히나 전날 카페 책꽂이에 있던 "도쿄 목욕탕 탐방기"에 필이 꽂혀 목욕탕에 몸이나 담그러 갈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남면 목욕탕. 면사무소 뒷편에 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차로 약 5분 정도 거리로, 4천원의 저렴한 가격에 목욕이 가능한 곳이다. 특이하다면 특이한데 수건이 따로 비치되어 있지 않고 카운터에서 수건을 한 장 받는다. 내부는 당연히 크지 않고 냉탕+온탕+사우나의 구조. 부산/경남에 있는 그 유명한 때밀이 기계도 있다.

딱 4천원어치 정도만 몸을 담그고(그보다 어르신들 취향인건지 온탕 물이 너무 뜨거웠다!) 숙소로 돌아와 조식을 먹었다.

비가 오니 어디 나갈 데도 없는데, 어딜 봐야 한다는 부담도 없어 오히려 편했다. 체크아웃 시간까지 뒹굴거리다가...

아랫쪽 카페에서 커피 한잔. 게스트하우스로서의 생각의 계절만 계속 언급했던 것 같지만 이곳은 카페 역시 하고 있다. 누가 일부러 찾아올까 싶긴 하지만...맛도 꽤 괜찮다. 커알못이라 잘 모르겠지만 커피도 꽤 신경 쓰시는 듯. 남해까지 왔지만 커피는 아무거나 마실 수 없다 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가격이 약간 비싸다(사진의 카페라떼는 5,500원→숙박객 할인받아 4,500원)는 것.

비 오는 날에 따뜻한 카페라떼 한 잔. 이 날은 차를 반납하기로 약속한 3시 반까지만 진주에 닿으면 되므로 딱히 서둘 필요가 없었다. 마음에 두고 있는 행선지는 있었지만 그곳은 12시에야 문을 열고, 뭐 시간이 모자라면 담에 또 가면 되니까.

이날의 폼으로 가져온 책이자 날 아침 목욕으로 이끌었던 책. 나도 사실 일본에서 온천이나 호텔에 딸린 목욕탕은 가 봤어도 목욕탕(센토)에 가 본적은 없다만...

그리고 가본 곳은 진주 가는 길목에 있는, 삼동면 지족리의 '아마도책방'. 참고로 이곳은 무려 삼천포 시내버스가 다니고 있다! 남해 중에서도 읍내를 제외하면 그나마 교통이 덜 불편한 곳이다.

내부 사진은 자제할 것을 요청하고 있어 따로 내부 사진은 찍지 못했는데, 뭔가 편집숍스러운 따뜻한 분위기의 독립 책방이다. '갱상도 사투리 학습서'를 팔고 있길래 한 권 사볼까 하다가 말았다. 성조가 표시되어 있고 QR코드를 찍으면 네이티브의 발음을 들을 수 있다는(...) 대단한 책이다.


근처의 하동균중화요리라는 중국집에서 짬뽕을 시켜먹었다. 사실 이곳의 시그니츠메뉴는 유자탕수육, 아리산면, 소고기짜장면 등등이지만 이날은 뜨끈한 국물이 땡겨 '베스트' 표시가 찍혀있는 메뉴들 사이의 짬뽕을 시켜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대구 진흥반점 이후로 짬뽕의 신세계를 보았다. 전국 5대짬뽕 ㅈ까! 내 점심은 과식하지 않으려 했는데 남은 국물이 아쉬워서 밥 한공기를 더 시켜 말아 먹었다.

※ 맛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혹시 이날 비도 오고 목감기기운도 완전히 떨어지지 않고 해서 더 맛있게 느껴지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들어 다음 남해행때 검증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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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위험 : 비오는 날, 전주-구례-(하동)-남해 2019-07-06 11:57:50 #

    ... 을 때 먹었던 맛있는 짬뽕이 생각나 들렀던, 삼동면 지족리의 "하동균중화요리". 다행히도 이곳은 브레이크 타임이 따로 없어 3시라는 어정쩡한 시간에도 식사를 주문할 수 있었다. 예전에 한번 와 보고 맛에 감탄한 후, '비 오고 뜨끈한 게 땡겨서 그럴지도 모르니 다시 한번 와서 맛 검증을 해 보자' 하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도 비 오는 날에 오게 되었다. 아무튼 비 ... more

덧글

  • 이글루스 알리미 2018/10/26 15:54 # 답글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의 소중한 포스팅이 10월 26일 줌(http://zum.com) 메인의 [핫토픽] 영역에 게재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게재된 회원님의 포스팅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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