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X-새마을 타고 부산으로(1) - 구포, 해운대, 청사포, 송정 ├부산, 울산, 경남

"부산행"

근 한달동안 포스팅을 안 했습니다만 여기저기 다녀온 데는 많은데 굳이 바로바로 포스팅 해야하나, 포스팅하기 귀찮다, 이게 포스팅거리가 되나...등등을 생각하면서 하지 않고 있었다.

이번 포스팅은 금~토에 다녀온 부산행. 오전근무만 하고 내려갈 예정이라 유동적인 일정 때문에 따로 예매를 해 놓지 않았는데, 퇴근하고 SRT 앱에 접속해 보니 오후 차가 싹 다 매진이었다. 왜? 토요일도 아니고?? 금요일인데??? 할 수 없이(?) 수원역에서 ITX 새마을을 타고 부산으로 내려간다.



이날의 점심...은 편의점에서 산 카츠샌드. 

수원에서 구포까지 약 4시간 걸리는 여정이다. 중간에 대전에서 KTX로 갈아타면 시간을 좀 더 단축할 수 있지만 시간 줄여봐야 한 40분 정도라, 그냥 타고 쭉 내려가기로 했다. 

김천 근처였나...?

사실 기존선으로 대전 이남으로 내려와 본 게 2002년 월드컵 하던 시절이었으니 정말 오래 되었다. KTX 개통 후에는 무조건 KTX였으니.

KTX가 개통되기 전 새마을호는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연례행사로 대구에 내려갔을 때는 항상 무궁화호였으니. 새마을호보다 싼 것도 있지만 당시 새마을호는 영등포도 대구(동대구 말고)도 서지 않았기에 접근성 면에서 좀 더 유리한 무궁화호를 택했던 게 크다. 어렸을 때 무궁화호는 2x3 배열이었는데, 그 시트를 그대로 쓰던 일부 객차를 폭탄차라고 부르고 있으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지금은 그 폭탄차도 다 없어졌지만). 당시 새마을호로 대구까지 3시간 30분이던가? 그리고 무궁화호는 4시간이 넘었던 걸로 기억한다. 기차여행은 정말 설렜으나 어린 시절에 여행이 길어질수록 지루해 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의 무궁화호의 지위가 지금 딱 새마을호 같다. 지금 새마을호는 영등포와 대구는 당연히 정차하고, 수원, 구미, 구포는 그러려니 하는데, 평택과 물금역에도 정차하는 걸 보고 좀 놀랐다. "그" 새마을호가!


밀양을 지나면서 낙동강을 끼고 달리기 시작한다. 경부선 구선로도 이렇게 보면 풍경이 좋다. 다만 3시간이 지나가자 20년 전 그때처럼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아무튼 그 10~20년 전하고 선로는 바뀐 게 없고, 정차역은 하염없이 늘어나서 새마을호의 운행 소요시간도 예전보다 늘어나 버렸다. 하지만 무궁화호와의 운임 격차는 그때와 비슷하게 벌어져 있어 비슷한 구간의 우등고속보다도 비싼 데다(수원-구포가 37000원이다. 서울-부산 우등고속이 3만4천얼마던가...), 새마을호의 유일하게 남은 장점인 안락한 시트도 ITX로 바뀌면서 퇴색되었으니 새마을호는 이래저래 애매한 신세가 되어 버렸다. 그걸 반증이나 하듯 KTX와 SRT는 매진사례인데 내가 탄 객차는 정원의 70% 가량을 채우는 정도였다. 뭐 그래서 쾌적하게 오긴 했다만.

목적지가 해운대였기에 굳이 부산역까지 내려갈 필요 없이 구포역에서 내렸다. 구포역에서 3호선을 타고 수영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면 약 1시간 가량 걸린다.

참고로 사상이나 서면, 양산(은 차라리 물금에서 내리는 게...) 등지를 가기 위해 2호선을 타려면 역 바로 앞의 3호선 역으로 가기보다, 철길을 가로지르는 육교를 건너 골목길을 따라 2호선 구명역으로 가는 게 거리상으로는 이득이다. 예전에 그렇게 가본 적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언제더라...원동역 매화 구경하던 때였나...

다만 나는 이날 약간 다른 이유로 육교를 건너 골목길을 지났다.

구포시장에 들러 약간 이른 저녁 요기를 하기로. 부산의 소울푸드(?) 돼지국밥 한 그릇 때리고!

참고로 구포시장은 구포역에서 도보권이긴 하지만 구포역보다는 덕천역에 가깝다.

전광판은 있는데 열차 도착알림이 정작 뜨지 않아서 이게 뭔가 했는데, 왼쪽 작은 화면 한켠에 있었다. 이럴 거 같으면 저 커다란 LED 전광판은 뭣하러 만들어놓은겨!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유루캠 5권이 나와서 한권 사려고 센텀시티의 교보문고에 잠깐 들렀다. 잠 안올 때 좀 읽으려고 했는데 정작 호텔 가서는 폭풍수면을...

여기서 호텔까지는 버스를 이용했다. 가면서 그 유명한 올림픽환승센터(...)도 구경하고

이제는 거의 부산여행의 고인물 수준...이라기보다는 부산여행은 뭔가 공식화 되어 있어서 중복된 사진은 안 찍으려고 한다. 이날 머문 곳은 토요코인 해운대1점. 2점이 좀 더 새 숙소이긴 한데, 여기는 객실 수가 적어 2점보다 덜 북적이기도 하고, 엘리베이터 타기 귀찮으면 계단을 이용해도 되고...등등의 편리점이 있어 선택하게 되었다. 다른 여느 토요코인답지 않게 7층 건물이던가...로 층수가 높지 않아 전망은 전혀 기대할 수 없는데, 이날은 더구나 창 밖으로 옆건물 벽이 보이는 방을 배정받았다(...)

해운대점은 주말 및 성수기는 할증 요금을 받고 있다. 그래서 여름철에 오면 서면이나 부산역 등 다른 지점을 이용하는 편이지만, 이제는 뭔가 그냥 귀찮다(...) 그냥 슬리퍼 질질 끌고 바닷가 갈 수 있는 게 좋더란다. 그리고 요새 여러 가지 캠페인을 하고 있기에 회원 할인 등 이것저것 해서 싱글룸 기준 5만 5천원 가량에 머물 수 있었다. 예전 첫 부산여행 때 부산역2점(당시 중앙동점) 숙박비가 그 정도였으니 그렇게 손해 본다는 생각은 없었다.

다만 같은 날 중앙동점 할인 요금은 3만 7천원인가...였고, 성수기 할증이 어제까지인가 오늘까지인가였는데 이제 와서 좀 아깝기도 하기도 하다.

짐만 풀고 나와서 해운대 날씨 간 좀 보고 청사포로 향했다.

청사포로 향하는 유일한 대중교통, 해운대2번 마을버스다(배차간격 약 25분). 호텔 앞에서 청사포까지 바로 이어주긴 하지만 달맞이길 윗길과 장산역을 찍기 때문에 환상적인 굴곡을 자랑한다. 그래서 끝까지 가기보다 중간 굴곡 지점에서 내려서 걸어 가 보기로. 

지도에서 "청사포입구 사거리" 표시된 곳은 달맞이길이 청사포로 위로 가로지르는 고가도로 형태를 하고 있다. 그 아래에서 보이는 청사포 경치가 또 일품이다. 처음에 왔을 때도 이 언덕 아래로 보이는 바다 경치에 감동했었지...

못 보던 새에 이곳은 세련된 카페나 이런 공방 등이 들어섰다. 이런 곳과 으레 해변가에 있곤 하는 조개구이집이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만 이 날의 청사포 기행은 여기까지였는데, 비가 갑자기 내리기 시작했기 때문. 그 옷 젖는다는 줄 모르는 가랑비 정도였지만 금방 그치겠지 하는 비가 좀체 그치지 않았다. 우산은 좀 과하다 싶어서 바람막이를 챙겨 왔었는데 호텔에 두고 온게 후회되었다. 

다음날도 이 비는 청사포 한번 가볼까 할 때마다 나를 괴롭혔다.

비에 쫄딱 젖어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바로 곯아떨어졌다가 다음날 아침. 흩뿌리는 비가 오락가락한다. 다행히도 이곳은 열대야도 없고, 해도 잠깐 나다 구름에 가리다를 반복했기 때문에 꽤 시원하다.

7시쯤 아침을 먹고, 준비해서 8시 반쯤 청사포를 재도전하려고 나가는데, 또 비가 온다! 어쩔 수 없이 송정해수욕장으로 목적지를 급 수정.

동부산 권역에 올 때 항상 들르는 스타벅스 송정비치점이다. 비공식 해변카페전문 블로거로서 수많은 해변카페를 다녀봤지만 이곳만한 해변카페가 없다. 전망도 좋고, 적절히 커서 익명성도 보장되는데다 너무 붐비지도 않고, 혼자 와도 눈치보일 일 없고 등등...

이날도 어김없이 이곳에서 여유로운 휴일 아침을 보내고 간다.

송정해수욕장 전경. 산 능선 끄트머리에 무언가 튀어나와 있는 구조물이 보이는데, 이번에 가 볼 곳이 바로 저 '다릿돌 전망대'다. 

예전에는 미포(해운대)~청사포~송정간 구 동해남부선 철로를 이용해서 도보 답사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레일바이크인지 산책로인지 공사를 하고 있어서 구 동해남부선 철로로 접근이 불가능하다. 현수막을 보면 분명 7월 말까지라고 했는데...아무래도 성수기에 맞춰 완공하는데 실패한 듯(...)

아무튼 드디어! 청사포의 다릿돌 전망대로 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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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Hyth 2018/08/12 21:36 # 답글

    지금 최신 시간표 보니 왜관이랑 청도에 정차하는 ITX-새마을도 있습니다(......)
  • Tabipero 2018/08/12 21:45 #

    정말 지금 새마을호는 리즈시절 무궁화호 위상이 맞는 것 같습니다.
  • Hyth 2018/08/12 22:27 #

    그냥 비둘기랑 통일호 없어지면서 새마을호랑 무궁화호가 그자리로 내려간 느낌이 들때도 있네요;;
  • 냥이 2018/08/13 11:51 # 답글

    신세계 백화점에 있던 교보문고는 장산으로 가고 대신 반디루니스가 들어왔지요. (인터넷 뒤지다보니 경성대/부경대 쪽에 교보문고가 생겼네요.) 송정이라면...광역전철이 운행하던데...(http://nambal.egloos.com/1933855)
  • Tabipero 2018/08/13 13:20 #

    교보는 롯데백화점 7층에 잘 있던데요 ㅎㅎ 저도 그냥 적당히 검색해서 들어간 거라... 그리고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송정 가기는 여전히 버스가 낫습니다. 신해운대역이 영 구석에 있는지라.
  • enat 2018/08/20 22:25 # 답글

    잌ㅋㅋㅋㅋ 쓸모없는 전광판 당황스럽네욬ㅋㅋㅋ 출산광고 같은 아무도 안보는거 하지 말고 열차가 언제 오는지나 알려달라구요!

    오 청사포 경치... 뭔가 외국 느낌 물씬나는 (막 미국 서부 해안 도시같은) 뷰네요... 다음에 부산가면 저 포인트 한번 찍어봐야겠어요.

    스타벅스 송정비치점은 아직도 가보질 못했군요. 해변카페전문블로거보증카페인데 아직도... 부산이 넘 먼 탓이에요. 으으 부산 가고 싶네요...!!
  • Tabipero 2018/08/25 20:56 #

    아마 필요한 정보는 띄워줬던 걸로 기억하는데, 서울에서 전광판 아래쪽에 자주 보는 꼬마열차가 LCD화면 한구석에 처박혀 있어서 문화컬쳐였습니다.

    청사포는 뭔가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같지 않은 독특한 분위기죠~ 나중에 부산 가시면 해운대권역도 한번 가보세요!
  • han 2018/08/22 19:05 # 삭제 답글

    정차역 증대에 코레일이 난색을 보이는 이유가 새마을호때 호되게 당한 기억 때문이란 카더라가 있죠. 새마을호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건 서대동부의 위엄이지만 그건 경부선만 해당되고 목포가는건 정차역이 엄청 많았죠. 같이 열차 탔던 호남 출신 친구가 새마을호도 서대전 이남은 무궁화호 특실이라고 자조했었던
  • Tabipero 2018/08/25 21:02 #

    그러고보니 옛날에 적잖은 새마을호가 수원에도 섰던 것 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새마을호는 지금 정차역도 과하다시피 많다고 생각하는지라...예전 새마을호 생각하느라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정차역을 늘리려면 운임이라도 내렸으면 좋겠는데 지금도 뭐 주말에는 매진사례라 코레일에서 그렇게 할 것 같진 않고요;;
  • ㅇㅇ 2018/09/29 11:56 # 삭제 답글

    예전 새마을호는 서울~동대구 간 3시간10분 이내였습니다 ㅎㅎㅎ

    지금 ITX 새마을이 3시간 2~30분정도 걸리고 수원~동대구로 조회해보면 2시간 50분~3시간 이내로 걸리네요
  • Tabipero 2018/09/29 21:04 #

    기존선은 그동안 딱히 개량된 것도 없고 정차역만 늘어났으니 소요시간 증가는 어쩔 수 없죠.
    예전 새마을이 그립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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