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여행(10/完) - 신치토세 공항으로 돌아가 공항에서 20시간 ├홋카이도

드디어 여행기의 마지막 편입니다. 한달이 지나가기 전에 완결을 낼 수 있었네요 ㅠㅠ

(지난 포스팅)과 같이, '철도원'의 배경인 이쿠토라 역에서 시작한다. 이 주변은 미나미후라노쵸의 중심지라고 하는데, 대충 분위기를 보면 우리네 면소재지 수준이다. 다만 성수기를 살짝 앞둔 시기고 게다가 월요일이라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역 건물 옆의, 커뮤니티센터같은 곳의 정식 명칭은 '특정비영리활동법인 미나미후라노 마을만들기(まちづくり) 관광협회' 건물이다. 자전거도 빌려주고, 관광정보도 제공한다고 하는데 이날은 뭔가 영업하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만...

화장실에 간다고 하던 H님이 도무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자 한번 따라 들어가 봤더니 이곳에서 근무하는 아저씨하고 자전거 렌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이 아저씨는 대략 환갑 정도 되어 보이셨는데 이때까지 홋카이도에서 본 일본분들 중 영어가 가장 유창했다. 무슨 유니온 활동을 했다고 하고, 올림픽 적인지 90년대인지 한국에도 가보셨다고 한다. 

아무튼 이곳에서는 안전장비와 함께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문의해 보시길...

구글에도 나오고 아까 그 관광협회 분도 추천해 주신 "난푸테이". 숙박시설을 겸한 식당...이라기보다는 숙박시설에 딸린 식당 같은 곳이다. 

에조사슴고기 스테이크? 가 포함된 카레. 사슴고기는 처음 먹어봤는데 부드럽고 맛있었다! 사슴고기까지 카레에 비벼먹는게 아까워서 사슴고기는 따로 먹었다.

호텔? 여관?에 딸린 식당이라 계산은 계산서를 가지고 프론트에 가서 하는 방식.

아무튼 이제 렌터카를 반납하러 간다. 토마무 IC에서 도동 고속도로로 치토세까지 가는데, 이런 도로를 고속도로라고 돈을 받고 있다...

옛날 88고속도로와 비교하긴 뭣한 게, 선형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근데 속도제한 70 무엇...참고로 중간중간 추월차선이 있긴 하다만 좀 추월해 볼까 싶으면 추월차선이 끝나기 때문에 타이밍을 잘 봐야 한다.

중간의 '유니 주차장(PA)'. 치토세에서 삿포로 사이는 잘 모르겠지만 토마무와 치토세 사이에는 다 이렇게 자판기와 간단한 매점 정도만 있는 주차장 뿐이다. 유니 주차장은 그나마 나은 게 이 고속도로에서 유일하게 주유소가 있는 주차장이라는 것(첫번째 포스팅 참조). 

참고로 치토세의 렌터카 대리점 근처에는 주유소가 없어 치토세 시내까지 들어가서 기름을 넣고 렌터카 대리점으로 가야 한다. 주유소에 가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만땅을 채워 주신다. 참고로 일본에서 주유할때 일본어 몰라도 '가솔린 만땅' 하면 다 통한다. 셀프주유소는 영어 메뉴도 지원하고, 레귤러 가솔린이 빨간 꼭지라는 것만 알면 될 듯.

우리나라같으면 가솔린 게이지가 FULL에 가 있는 건만 확인하지만 이 동네는 특이하게도 반납할 때 주유소 영수증을 확인하는데, 어디 갔는지 안 보여 차를 한참 뒤졌다. 직원이 그냥 보내주긴 했다만...어떤 곳은 따로 '만땅 주유 양식'을 주고 근처에서 주유할 때 해당 양식에 서명을 받아오라는 곳도 있긴 하다.

예약시의 반납 예정시각은 저녁 7시 30분이었으나, 4시경에 조기 반납했으므로 일부 돈을 환급받았다. 다만 ETC 통행료(4천몇백엔이었다)가 좀 더 나왔기 때문에 정산시에는 돈을 약간 내야 했었다. 800엔이었던가?

아무튼 셔틀을 타고 신치토세공항으로 향한다. 이제 다음날 12시 비행기를 타는 것 이전에는 다른 일정이 없다. 그럼 그 전까지 공항에서 노숙을 하면 되나? ...는 아니고(애초에 심야에는 공항을 폐쇄하기 때문에 신치토세 공항 노숙은 불가능하다)


국내선 청사에서 내려 청사내 끄트머리에 있는 호텔 전용 입구로 들어가 3층으로 올라가면


이렇게 호텔 프론트가 나타난다. "에어 터미널 호텔"이라고 하는, 공항 내에 있는 호텔이다.

싱글 룸이 1박에 약 1만엔. 공항 내에 있는 것 치고는 합리적인 가격에 내부도 깔끔하다. 원래는 이날 좀 일찍 도착하면 삿포로 시내에 들어갈까 하고 생각했는데, 시간도 애매하고 귀찮아서 관뒀다. 치토세 시내까지 왔다갔다 교통비에 시간 같은 걸 생각하면 이곳에 머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이 호텔은 방에 난 창 밖으로 활주로와 주기장이 보이기 때문에 당당한 항덕질이 가능하다! 대신에 어느 정도의 이착륙 소음은 감수해야겠지만...

이곳에서는 H님과 각방을 썼는데, 일부 디럭스룸을 제외하면 싱글룸만 활주로 방향으로 창이 나 있기 때문. 기타 스탠다드 트윈, 더블 등은 주차장 쪽으로 창이 나 있다.

방의 TV의 맨 마지막 채널로 출발/도착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짐을 풀어놓고 좀 쉬다가 6시경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이제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공항 청사 밖으로 나갈 일은 더 이상 없기 때문에 반바지에 샌들 차림으로 다녔다. 누가 보면 오키나와라도 가는 줄 알겠어...

국내선 청사는 홋카이도 쇼핑센터나 다름이 없어, 홋카이도의 다양한 먹거리도 사먹을 수 있다. 이곳은 오비히로의 명물 부타동집의 공항 지점이라고. 보통 이런 덮밥은 열심히 먹다 보면 아랫쪽에 밥밖에 안 남는 불상사가 발생하는지라, 특 사이즈로 주문하면 돼지고기가 좀더 푸짐하게 나온다. 맛도 있고 반주삼아 시킨 삿포로 클래식 생맥주도 술술 넘어간다.

최근 일본요리에 부쩍 관심이 붙언 H님은 이곳의 특제 소스도 한 통 샀다.

밥도 먹었겠다 이제 아니메이트를 찬찬히 둘러볼 수 있겠습니다만 반주에 정신이 알딸딸해서 오래 있지 못했다(...)

재미있는 건 키즈나 아이 굿즈를 갖다놓았다는 것. 나도 일단 구독은 해 놓았다만 최근에는 현실세계 스트리머의 스낵영상 보느라 거의 보질 못했다.

선샤인도 극장판 나오는구나...

아니메이트 근처에는 온천이 있다. 호텔 투숙객이면 프론트에서 쿠폰을 받아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데, 이 온천 시설 좀 본격적이다. 식당도 따로 있고, 수면실도 있다. 남녀공용 수면실에는 안락한 의자와 개인별 모니터, 그리고 뒷쪽에는 만화책(종류는 그렇게 많진 않지만)도 갖춰져 있다. 실제로 공항노숙 대신 여기서 하룻밤을 지내는 사람도 꽤 있는 듯 하다.

저녁에도 여기서 몸을 담궜고, 다음날 아침에 또 들어가 몸을 담궜다. 목욕을 하고 안마의자가 있길래 안마의자에도 좀 앉아 있다가(200엔에 15분이었다. 들어갈 때 제공해준 바코드 팔찌의 바코드를 대서 나올 때 정산하는 방식).

다음날 아침에는 비가 꽤 왔는데, 비오는 날 빗물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노천탕에 앉아 있는 것도 운치있었다.

목욕을 마치니 9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웬만한 공항내 가게는 저녁 8시에 문을 닫았고, 마지막 비행기가 22시 몇분이기 때문에 출발층 로비도 썰렁하기만 하다.

뭐 다음날 아침도 크게 한 일은 없다. 아침 일찍 일어나 목욕하러 갔다가 아침식사 하고(양식과 일식이 혼합된 부페식이었다) 시간 맞춰 체크아웃 하고 서울행 항공편 체크인을 하러 갔다. 진에어의 온라인 체크인은 김포/인천공항발 뿐이라 여기서는 꼼짝없이 줄 서서 체크인 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다만 문제가 있었는다 나와 H님 둘다 짐 무게 오버가 되었었던 것. 2박 3일 여행도 아닌데 역시나 15kg 짐 제한은 좀 빡세다. 각각 2kg, 4kg 오버가 되었는데 2kg은 봐 줄 테니 4kg에 대해서만 1kg당 700엔의 돈을 내라는 것. 나는 내 가방의 무거운 짐을 빼겠다고 했는데 그럼 2kg도 안 봐주겠다고 해서...2,800엔을 냈다.

저가 항공사의 수익원이기 때문에 뭐라 할 수는 없지만(게다가 2kg에 대한 아량(?)도 베풀어 주었건만) 그래도 유쾌하지 않은 건 어쩔 수 없었다. 다음부터 되도록이면 플래그 캐리어를 타고 다녀야지...

그리고 공항 면세점. 로이스 초콜릿과 삿포로 농학교 밀크쿠키(나는 시로이 코이비토보다 이게 낫더란다), 르타오 치즈케익 등등을 샀다. 그리고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폭풍수면...이라고는 하지만 통로 자리를 배정받아 통로에 승무원이 지나갈 때마다 영 신경쓰인다(...)

그리고 인천공항에 도착.

예전에는 서울행 리무진 버스는 청사 앞쪽, 뒷쪽 둘 다 섰었는데 터미널이 이원화되면서 1터미널에서는 한 곳만 서는 듯 하다. 그래서 칼리무진을 타러 4번 게이트인가...까지 이동하다가.

블로그 이웃 R모님이 사랑해 마지않는 토요코인 호텔 광고가 있길래 한번 찍어 보았다. 이번에는 프랑스까지 진출했다고..?! 그러고보니 이번 일본여행에는 토요코인 이용을 한번도 안 했다. 아마 10포인트가 넘게 적립되어 있을 텐데.

여러 모로 기억에 남고 보람있는 홋카이도 기행이었다. 오로론 라인의 바다를 끼고 쭉 뻗은 도로, 비에이 주변의 마치 영국 코츠월즈 근교를 드라이브하는 느낌의 구릉지 도로 드라이브, 매일매일 아침저녁 온천욕에 친절한 스텔라펜션 주인 아저씨의 별 구경 투어, 철덕질과 항덕질까지...

그동안 이 여행기에서도 몇 번 밝혔듯 다음 홋카이도행은 어떻게 할지 이래저래 상상하고 있는 중이다. 아바시리, 온네베츠, 굿샤로 호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데, 자칭 '과자왕국' 오비히로도 가 보고 싶고...

아무튼 긴긴 여행기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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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Anonymous 2018/07/01 21:40 # 답글

    와 넘모 부지런한 여행기 잘 봤습니다. 저도 반성을 ㅠㅠ

    사슴고기는 지방이 좀 많이 없는 느낌인데 부드러운거 드셨다니 좋네요. 비주얼이 괜찮아 보입니다.
    공항 온천 (만요노유인가 하는 이름이었는데) 도 가격이 좀 있어서 그렇지 들어가 있기 좋은 것 같아요. 비행기 소리 들으면서 온천 하는 경험도 일반적인 것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ㅎㅎ
  • Tabipero 2018/07/01 22:04 #

    사슴고기는 먹어보고 주문 미스로 쇠고기 스테이크가 잘못 나온건가 했습니다. 인적 없는 시골에서 이런 맛을 만나다니!
    공항 온천은 저도 사실 공짜니까 두번씩이나 들어간 거지 원래 돈 내고 들어가긴 좀 망설여지더군요. 이른 아침에는 800엔으로 좀 싸지긴 합니다만...
  • muhyang 2018/07/02 00:45 # 답글

    유니PA는 13년 갔을 때 주유소가 없는 것으로 기억해서 의아했는데 그 사이에 생긴 듯하군요.

    그때는 시간도 모자라고 결국 근처 주유소를 못찾아서 토요타렌터카에서 사후정산을 했습니다.
    의외로 기름값을 바깥보다도 싸게 쳐줘서 득본 느낌이었지만요.
  • Tabipero 2018/07/02 20:42 #

    도동고속도로의 유일한 주유소인데 옛날에는 그것마저 없었다니요...

    렌터카 대리점 주변에는 당연히 주유소가 있을 줄 알았더니 그렇지 않더군요. 떠나기 전에 직원분도 주변에 주유소가 없으니 반납전 치토세 시내에 들러서 기름을 넣고 오라고 당부를 하더랍니다. 예전 다른 블로그에서 본 비상급유도 그렇고 기름값이 바깥하고 큰 차이가 없는건(오히려 이쪽은 바깥보다 더 싸다니...) 의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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