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여행(9) - 토미타 팜과 '철도원'의 배경 이쿠토라 역 ├홋카이도

(앞 포스팅)에서 숙소를 떠나, 슈퍼를 들러, 본격적으로 이날의 일정을 시작한다. 먼저 가볼 곳은 토미타 팜. 사실 나는 이곳을 들를 생각이 1mg정도밖에 없었지만, H님이 여기서 라벤더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하셔서...여러가지로 조사 많이 해 본 듯. 내가 토미타 팜을 과감히 생략하고자 하는 이유가 있었는데, 

대충 이런 연유입니다. 라벤더가 하나도 피지 않았어!

물론 토미타 팜에서는 다른 계절에도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첫번째 사진에도 있었듯 일부 다른 꽃들도 심어 놓았지만, 이 곳의 아이덴티티는 라벤더라, 흥이 반감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마 7월 중순 이후가 되면 사람들로 바글바글할듯.

일단 여기서 라벤더 로션 등등을 사고, H님은 라벤더 아이스크림, 나는 라벤더 차(홍차가 베이스인 것 같았다)를 마셨다. 라벤더 아이스크림을 한 입 나눠 먹어 봤는데, 맛은 있었지만 나 혼자 라벤더 철 아닐 때 왔으면 여기는 건너뛸 것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내가 관심있는 건 역시 철도지!

토미타 팜 바로 앞에 위치한 이 곳은 '라벤다바타케' 역. 직역하자면 라벤더 밭 역으로, 여름철에만 열차가 정차하는 임시역이다. 2018 시즌 스타트가 바로 이곳을 방문한 이틀 전이었고, 본격적인 성수기 전에는 노롯코 열차와 특급 열차가 주말에 한해 정차하는데, 우리가 방문한 날은 월요일이었으므로 따로이 정차하는 열차가 없다. 라벤더철에는 모든 열차가 정차하는 것 같다.

라벤더철에는 이 일대에 무려 '교통 정체'가 펼쳐진다고. 물론 열차도 미어터지긴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열차로 오는 게 낫지 않으려나?

자재들이 모두 묘하게 새 것 느낌이 나는 게, 매년 시즌 끝나면 해체했다가 철 되면 다시 조립하는 거려나?

좀 엉성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화장실과 대합실은 갖춰 놓고 있다.

바로 이쿠토라역으로 건너뛰었는데, 사실 라벤더밭이 있는 곳과 이곳은 차로 1시간 가량, 약 50km 떨어져 있다. 이 길은 내가 운전  했기 때문에 따로 사진을 찍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길도 이때까지에 비해 길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기도 하고(그냥 우리나라 지방도를 주행하는 기분이었다), H님은 조수석에서 줄창 졸고만 있고...

철도에 관심이 없는 H님은 여기 도착해서도 계속 차 안에서 졸고 있었다. 비꼬는 게 아니라 여행와서도 이렇게 잘 잘 수 있는 게 참 부럽다. 그래서 일단은 나 혼자 나와서 역 구경을 하였다.

이곳을 일부러라도 와 보고자 했던 이유는, 이 곳이 영화 '철도원'의 '호로마이' 역의 실제 배경이기 때문. '러브레터'와 같이 2000년대 초반 일본문화 개방의 물결을 타고 개봉한, 국내개봉 일본영화의 선두주자 같은 작품이었다. 그러고보니 '러브레터'도 배경이 눈 오는 홋카이도였던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감동하며 보았다. 일을 하게 된 입장이 되어 다시 보게 되니 '그래도 일보다 가족을 챙겨야 할 때가 있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하다, 이제는 '그래도 죽을 때까지 한 가지 일을 천직으로 알고 가는 것도 행복한 삶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합실 한켠에는 브라운관 TV(!!)로 '철도원'의 인트로 부분과 메이킹 필름 등을 반복해서 보여주는데, 그 주제곡은 아직도 들으면 가슴이 뭉클해져 온다.

이곳은 무인역이기에, 대합실을 제외한 지역은 영화와 관련한 전시실같이 되어 있다. 매표소 근방은 영화 촬영 당시의 모습에 가깝게 재현해 놓고 있었다.

촬영 당시 소품으로 쓰였던 호로마이역의 간판. 후라노까지 440엔으로 쓰여 있는데 참고로 현재 이 역에서 후라노까지는 840엔이다.

이 제복도 작중 오토마츠 역장으로 주연을 맡은 타카쿠라 켄 씨가 촬영중 실제로 입었던 옷이라고.

배우들의 사인.

영화 촬영 포스터.

이쪽은 현재도 실제로 쓰고 있는 대합실.

당시에는 몰랐다가 이 포스팅을 작성하며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역에는 현재 열차가 서지 않는다. 2016년 태풍으로 인한 인근 선로의 피해가 막심하여, 현재까지도 복구가 되지 않고 대체 버스가 운행중이었던 것. 피해 규모가 큰 데다가 해당 구간의 수송밀도가 높지 않아 JR 측에서는 복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가, 우리가 이곳을 떠난 후인 6월 17일 이 구간의 폐선 방침을 밝혔다고 한다. 그야말로 현실세계판 '철도원'이다. 이곳은 무인역이니 철도원은 있을 리 없지만...

참고로 현재는 해당 구간 대체 버스가 운행하고 있고, 폐선 후에도 해당 구간은 버스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네무로나 오비히로 등지에서는 이곳을 경유하지 않아도 세키쇼선을 경유해서 삿포로로 향할 수 있는 상황이고, 후라노에서도 삿포로나 아사히카와로 향할 수 있는 경로가 확보된지라 폐선해도 큰 타격은 없어 보인다. 다만 '네무로 본선'이 단절될 뿐.

자연재해를 이유로 폐선되는 노선은 JR동일본 굴지의 벽지노선인 이와이즈미선만 알고 있었는데 가까운 데에 또 있었다. 그렇다고 수송밀도가 낮은 노선을 큰 돈 들여서 신설 수준으로 복구하기도 어려운 게 철도회사측의 입장일 테니...

열차가 올 리 없는 승강장에 나와 본다(이때 당시만 해도 난 열차시각표를 보고 열차가 올 줄 알았다). 이날은 설상가상으로 대행버스도 20분 가량 지연을 먹었다(...) 어떤 아주머니가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다 역 광장에 선 관광버스(?)를 타고 가던데 그게 이제 떠올려 보니 대행버스였다.

이곳은 종점역이 아니지만, 영화 촬영 때는 종점역인 것처럼 꾸며 놓았다고 한다. 아직도 사토 역장이 깃발을 들고 서 있을 것만 같은 플랫폼이다.

역사도 사실 영화 촬영을 위해 개장(改裝)한 것인데, 영화 촬영 이후에도 이 모습 그대로 쓰고 있다고. 옆쪽의 노란 건물은 미나미후라노쵸의 커뮤니티센터처럼 쓰고 있는 건물인데, 역에 화장실이 없는 관계로(화장실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문이 있긴 한데 실제 화장실은 아니고 영화 세트일 뿐이다) 화장실은 이쪽 건물을 이용해야 한다.

심지어는 역명판도 '호로마이역' 그대로다!

주변에는 키하(디젤동차) 열차 선두부와, 영화에도 나왔던 '다루마 식당' 등의 세트가 보존되어 있다. 다만 역 외에는 건물에 들어갈 수 없다.

겨울에 눈이 쌓이면 훨씬 더 영화 분위기가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역에 이제 열차가 들어올 일은 더 이상 없을 거라는 게 아쉽긴 하지만...

이제 여행의 사실상 모든 일정은 끝났다. 남은 일정은 렌터카를 반납하고 공항으로 돌아가, 다음날 12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는 것이다. 신치토세 공항으로 돌아가기 전에, 일단은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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