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여행(6) - 굿바이 오로론 라인, 그리고 아사히카와로 ├홋카이도


다음날 아침. 날이 거짓말처럼 개었다. 구름 한점 없이, 멀리 리시리 섬도 보인다.

지난 밤에 한 일 자체는 전날과 비슷하다. 천문대를 포기하고 방에 돌아와서,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바다를 바라보며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아까 산 맥주와 안주를 먹으며 야구를 봤다. 세이부와 요미우리던가...? 세이부가 8회말인가 역전하나 싶더니 9회초인가 요미우리의 누군가에게 스리런을 얻어맞으며 그냥 ㅈㅈ. 나는 거기에 요시 그란도 시즌을 더빙하며 보고 있었다. 요시! 그란도 시즌! 라지에타가 터져부렀어! 요시 요시!

...뭐 헛소리는 이쯤 하고.



전날의 캠퍼들도 모닝 커피를 하는지, 컵을 들고 수돗가로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이 분들 밤에 안 추우셨나들?

자꾸 캠퍼들을 보면 '유루캠프' 생각이 나는데, 후지산 언저리는 내륙에 고지대라도 겨울이 비교적 따뜻하니 크리스마스 캠프도 하지 우리나라 중부지방에서 크리스마스 캠프라도 했다간...ㅈㅈ

누가 '日本' 아니랄까봐 4시도 되기 전에 쨍한 빛에 깨어 버려 뒤척이다 오늘도 새벽에 곤피라 신사 산책을 나선다. 아침의 곤피라 신사는 해질녘과 또 다른 모습.

리시리 섬을 토리이 안에 넣어보았다.

온천 건물 맞은편에는 미치노에키(道の駅)라고 부르는 국도변 휴게소 시설이 있다. 따로이 들어가 보진 않았지만. 우리야 방에 들어가 쉬면 되니 휴게소가 의미가 없다.

미북정상회담은 이곳에서도 큰 화제가 되어 있었다. 재미있는 건 싱가포르와의 시차. 이곳 쇼산베츠와 경도가 40도나 차이나는데도 시차는 1시간이다. 그리하여 싱가포르는 새벽 6시인데 한밤중처럼 어두컴컴...

미북정상회담이 어찌 되었건간에 우리는 우리의 길을 떠난다. 이날은 후라노까지 또 먼 길을 떠나야 하므로 밥을 먹고 서둘러 떠나자고 떠나는데, 결국 전날과 비슷하게 9시가 좀 넘어 출발하게 되었다.

부지런한 바이커들이 오로론 라인을 북상하고 있다. 아마 이대로 왓카나이까지 올라가겠지?

풍력발전기가 곳곳에 있는 걸로 보아 바람이 어지간히도 센 지역인 모양인데, 그래서 그런지 곳곳에 방풍막이 설치되어 있었다. 블라인드처럼 날개 각도를 조절할 수도 있고, 수풀 사이에 안 보이게 접어 놓았다가 위로 펼 수도 있는 듯. 자동으로 펴지도록 장치가 되어 있겠지?

바로 옆은 방풍벽이 가드레일 높이로만 올라와 있는데, 앞을 보면 완전히 키를 높여 펴져 있다.

가다가 무슨 마을이던가...에서 기름값이 싸기에 잠깐 기름을 넣었는데, 뒷좌석의 지갑을 꺼내면서 재킷이 주유소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물이 왜 고여있나 했더니 세차하던 물 같아 보이는 게, 뭔가 찝찝해서 재킷을 좀 닦을 겸 휴게소에 들렀다.

토마마에라는 마을에 있는 미치노에키(휴게소)다. 이 곳 또한 온천과 숙박시설을 겸하고 있는데, 계획 포스팅을 눈여겨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곳도 숙소 후보 중 하나였다. 바닷가+온천이 있는 숙소가 좋겠다고 생각하다 쇼산베츠는 너무 먼 것 같고 이쪽이 평점이 좀 더 높아보여서 고민하다가, H님이 합류하면서 운전을 교대할 수 있게 되며 망설임 없이 쇼산베츠로 숙소를 잡았다.

아랫쪽은 무슨 창고와 항구 시설이 있는데, 내가 쇼산베츠에 묵어서 그런지 숙소 주변의 경치는 아무래도 쇼산베츠 쪽이 나아 보였다.

짐작컨대 2층보다 위는 숙박시설이고, 1층에는 식당이 있는데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이외에는 매점과, 사진 찍은 반대쪽에 온천 시설이 있다. 관광객이라기보다는 동네사람같아 보이는 분이 들어가고 있었다. 쇼산베츠도 그런 것 같았는데 인근 동네 목욕탕 역할도 하는 듯 하다.

그건 그렇고 날 정말 좋다!

참고로 온천은 유료지만 바깥에 있는 족탕은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발 닦을 타월은 알아서 준비하시길.

날이 좋은 건 좋지만 루모이로 남하할수록 구름이 끼기 시작한다. 정말 날씨 변덕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파란 하늘 드라이브한 것만 해도 어디인가.

루모이 이남부터 오타루까지는 사진 오른쪽으로 보이는 산을 타는 듯 하다. 루모이 이북의 길과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는 듯. 시간만 있다면 오타루에서부터 완주도 노려볼 만 하겠다만...^^;;

지난 실시간 포스팅에서도 올린 적 있는 이 그림같은 사진이 대략 오로론 라인에서 찍은 마지막 사진이었다. 

이제 후카가와까지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 아사히카와를 지나 비에이까지 가는 길만 남았다.

뭔가 중간에 좀 많이 뛰어넘었는데...

자동차전용도로를 나가기 전 주차장(PA)에 들러 화장실도 가고 운전교대도 해서, 그 이후로 아사히카와까지 쭉 내가 운전대를 잡아서 사진이 없다. 길 풍경도 이때까지와는 사뭇 다른, 산골짜기 길이 나오기도 했고...

점심은 아사히카와 시내에서 징기스칸을 먹었다. 양고기를 채소와 곁들여 먹는 홋카이도 요리(?)라고. 꺼무위키에 의하면 요새는 대부분 수입산 램을 쓴다고 하지만(...) 사진은 처음 먹는 사람에게 추천한다는 양념 고기 세트였다. 기름 있는 무슨 부위와 기름이 적은 무슨 부위를 양념한 것이 각 1인분씩인 구성. 양고기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누린내도 없고 육질이 부드러웠다. 다만 거기까지였고, 비슷한 가격이라면 양념갈비나 불갈비를 먹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양념맛이 좀 강하다는 느낌이었고, 다음에는 다른 곳에서 양념 안한 양고기를 구워먹어보리라.

옆 테이블에는 열댓명이 모여서 징기스칸과 함께 낮술을 하고 있는데 꼭 로드트립 할 때 술땡기더라(...) 못 먹어서 그런가.

간만에 해가 나자 좀 더워지기도 했고, 신치토세공항 이후로 이때까지 카페다운 카페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 여행중 경유한 최대 도시인 이곳에서 스타벅스를 찾아 음료 한 잔 하기로 했다. 사실 아까 식당이 아사히카와역으로부터 도보 약 10분 거리고 아사히카와역 앞에 스타벅스가 있긴 한데, 차를 대기가 뭣해서 약간 돌아가더라도 좀 외곽에 있는 드라이브스루 스타벅스로 왔다. 

아까 그 징기스칸 식당 앞에서 처음으로 유료주차장을 이용해 보았다. 가게에 온 사람은 식당 건너편의 무인 주차장을 이용하면 1시간까지 주차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무인 주차장에서 무슨 바코드 쿠폰이라도 읽히나 싶었더니 그냥 1시간 주차비에 해당하는 100엔짜리 동전을 하나 주는 것이었다(...)

뭐 어쨌건 이곳의 스타벅스는 주차장도 널찍해서, 그냥 차를 대 놓고 화장실도 이용할 겸 잠깐 쉬다가 다시 비에이/후라노로 넘어간다.

참고로 나는 말차 프라푸치노를 시켰는데 우리나라보다 약 500원 정도던가...가격이 쌌다.


이번 포스팅의 이동 경로. 되게 오래 운전한 것 같은데 159km밖에 안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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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Anonymous 2018/06/23 16:19 # 답글

    징기스칸은 역시 노양념이죠! 양념은 냄새를 가리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서..

    아사히카와 시내에 정말 좋은 가게가 있는데 일본 전체 타베로그 평점 1위였던 다이코쿠야라고.. 들러보셨으면 좋았을 것 같네요.
    댓글 쓰면서 찾아보니 4점 아래로 떨어져서 3.8 정도가 됐네요 (사람이 많아져서 그런가?)
  • Tabipero 2018/06/24 11:11 #

    급하게 검색했고 또 가는 길과 크게 벗어나 있지 않으며 점심 영업도 하는 곳이어야 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았습니다. 다음에 정말 맛있는 양고기 먹을 기회가 또 있겠죠 ㅎㅎ
  • Hyth 2018/06/23 20:59 # 답글

    양념 안한 양고기 보니 생각난건데 제가 갔던 양꼬치 가게중에 양념 안한 꼬치를 좀 싸게 파는데가 있더군요(기본(양념된거) 가격의 80% 정도. 뭐 어차피 테이블엔 양념 있고요 ㅋㅋㅋ).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 Tabipero 2018/06/24 11:12 #

    홋카이도 말씀하시는거죠? 뭐 홋카이도던 우리나라던 어딘지 신경쓰이긴 합니다만;;
  • Hyth 2018/06/24 23:59 #

    우리나라였습니다(...)
    https://yoonhee0401.blog.me/220907837860 메뉴 사진의 '양살코기꼬치'가 양념 안된 고기를 꽂아서 나오는 메뉴입니다.
  • Ryunan 2018/06/23 22:59 # 답글

    날씨가 진짜 말도 안된다고 할 정도로 좋네요... 진짜 저런 날씨에 돌아다니면 엄청 좋겠지만 한편으로는 살 타는 것도 걱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징기스칸은 사진으로 보기에는 도저히 맛 없을 수 없는 구성이자 비주얼이긴 한데, 역시 양고기니까 양념이 된 것보다 안 된것으로 먹는 게 더 가치있겠다 라는 생각이 드셨군요. ㅋㅋ
  • Tabipero 2018/06/24 11:14 #

    날이 저렇게 좋았던 건 닷새 중 이날 하루만이었습니다. 살 타고 뭐고 걱정할 게 아니었죠(물론 선크림은 발랐습니다).
    양념이 세니 양고기를 먹는다는 느낌이 그리 안 들어서 아쉬웠습니다. 굳이 양고기가 아니라면 저정도 불고기는 우리나라에서도 먹을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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