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여행(5) - 비 개인 쇼산베츠의 해질녘 ├홋카이도

어떤 분이 서울에서 도쿄를 거쳐 삿포로까지 로드트립을 하고 계시더군요(자차로, 부관훼리와 아오모리-하코다테간 페리 이용). 아마 지금쯤 돌아왔거나 여행의 막바지가 아닐까 싶은데...대단하다 싶습니다.


(앞 포스팅의) 그 전망대 공원에서.

전망대에서 정면으로 보면 섬이 하나 보이는데 섬의 이름은 리시리 섬. 섬의 최고봉은 리시리 산으로 해발 1,721m로 꽤 높은 산이라고 한다. 후지산과 닮은 화산으로 봄에 찍은 사진을 보면 산 정상 부근에 아직 녹지 않은 눈의 모습이 꼭 후지산을 닮아, '리시리 후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루모이 이북으로 이 섬의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었지만 구름이 많이 껴서 이때까지 보는 게 어려웠다. 이 섬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던 건 다음날이 되어서야였다.

주차장에는 뭔가 특이한 모습의 차가 한 대 서 있었는데, 차로 전국을 유랑하는 듯 했다. 겨울에는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겠지...

이 차는 어디 차인지 확인을 못 했는데, 여행을 하다 보면 이따금 주차장에 있는 차들의 번호판을 확인하게 된다. 이 동네 차들은 대부분 아사히카와 번호판을 달고 있고, 이따금 삿포로 번호판이 보인다. 비에이/후라노 쪽으로 가게 되니 오비히로 번호판이 보이기 시작하고, 치토세 쪽으로 가다 보면 무로란 번호판도 이따금...

왓카나이 역 앞 주차장인가...에서는 무려 우츠노미야 번호판을 봤다! 참고로 혼슈에서 차를 끌고 오려면 직접 끌고 올 수는 없고(유일한 연륙 터널인 세이칸 터널은 철도 전용이다) 배에다 차를 실어야 한다. 도쿄 근방에서는 오아라이 항에서 홋카이도로 떠나는 배가 있다는 듯. 아니면 아오모리까지 끌고 올라와서 실었을 수도 있고...


날이 조금씩 개고 있다.

드라이브 하는 사람도 있어 보이고, 그만큼이나 바이크 타는 사람도 많다. 예전 '바쿠온'에서 봤던 대로 홋카이도는 뭔가 바이커들의 로망이 있는 듯. 바이크를 끌고 와서 캠핑하시는 분들도 봤다.

그리고 간간이 사진과 같이 자전거가. H님이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데,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옆으로 고속으로 지나가면 풍압에 자전거가 휘청인다는 듯. 다만 이 지방은 마을과 마을 사이의 거리가 있고 그 사이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기 떄문에, 자전거 여행을 한다면 보급과 숙박 문제를 고려해 계획을 잘 짜야 할 것 같아 보인다.


날이 점점 개어간다.

아무래도 로드 트립이다 보니 사진을 찍은 건 내가 조수석에 앉아 있을 때나, 혹은 이렇게 잠깐잠깐 쉬어 갈 때 정도다. 올 때도 잠깐 화장실을 위해 멈췄던 '사로베츠 원야 주차공원'. 풍력발전기가 늘어서 있다.

구름이 웬만큼 걷혔지만 리시리 산꼭대기는 여전히 볼 수 없다.

구름 걷힌 게 뭔가 강 갈라지듯 보여서 신기하다. 정말 이런 하늘 색깔 본 지가 얼마만인가. H님은 비염 증세가 가셨다고 하는데 역시 청정 홋카이도다.

이 떄가 오후 5시쯤이었고, 숙소까지는 넉넉잡아 약 1시간 거리. 숙소에 들어가 짐을 풀어놓고, 밥을 먹으면 아침에 산책하러 간 곤피라 신사에서 일몰을 감상하기에 시간이 딱 맞다. 적당히 신속하게(?) 숙소로 복귀하자.

이날도 일용할 양식을 위해 숙소에 가기 전 엔베츠 쵸에 있는 슈퍼마켓에 들렀다. 물론 전날 들렀던 크고 아름다운 주차장이 완비된 대형 마트 같은 곳은 있을 리 없고, 그냥 평범한 크기의 슈퍼마켓이 있다. 뭐 그래도 있을 건 다 있었기에 맥주와 안주거리 그리고 물을 사서 간다. 맥주는 삿포로에서 홋카이도 한정으로 나온 여름의 뭐시기 캔맥주였는데 내 입맛엔 클래식이 더 맞았던 걸로.

숙소에 있는 식당은 (미리 신청한) 숙박객들을 위한 정식 요리를 내오기도 하지만, 온천 이용객이나 뜨내기 손님을 위한 단품 메뉴도 마련해 놓고 있다. 나는 처음에 숙소를 예약할 때 저녁식사를 포함한 플랜으로 할까, 뺀 플랜으로 할까 고민했었는데, 결국에는  일정의 불확실성 때문에(저녁식사를 먹으면 호텔에 저녁 식사 시간까지 들어와야 하니) 저녁식사를 뺀 플랜으로 예약했었다. 저녁식사를 포함한 플랜이 저녁식사를 따로 시키는 것에 비해 가격상의 메리트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첫째날은 그냥 단품을 먹더라도 여차하면 둘째날 숙소를 나갈 때 식사 준비를 부탁하면 되는 일이었다.

뭐 결국에는 둘쨰날도 별도로 식사 준비를 부탁하지 않은 채, 사진처럼 단품을 시켜 먹었지만. 이 가게에서 나름 인기가 좋은 복어튀김 덮밥이라고 한다. 튀김이라는 게 실패할 확률이 낮기는 하지만, 안에 들어간 복어살이 실했다. 다만 한가지 개인적으로 취향타는 건 무 튀김;; 이 묘하게 물컹한 맛은 분명 삶은(?) 무가 맞는데...이걸 튀기다니!

나는 H님이 같이 가겠다고 하시길래 맛집 기대는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안 때우기만 해도 다행이었다) 그런 것 치고는 괜찮은 식사를 하고 있다.

식사를 하고 방에 가서 짐만 챙겨서 바로 아침에 간 곤피라 신사로 향했다. 숙소 앞 캠프장에는 텐트가 설치되어 있는데, 밤에는 기온이 한자릿수로 떨어지는데 괜찮은 걸까...하는 생각을 했다.

곤피라 신사 앞의 핫스팟(?)에는 벌써 사람들 몇몇이 진을 치고 있었다. 저 위치에만 사람들이 몰려있는 이유가 뭔고 하니...

토리이 한가운데로 해가 지는 모습을 찍을 수 있기 때문. 이 사진은 약간 센터가 안 맞았네 ㅎㅎ;;

개인적으로는 그것보다는 이렇게 토리이가 저물어가는 해를 쳐다보는 듯한 이 구도가 마음에 들어, 센터샷(?)을 찍은 후 금방 비껴나서 사진을 찍었다.

이날도 해가 이렇게저물어 간다. 구름이 완전히 걷힌 건 아니었지만 운좋게도 수평선 근방에 구름이 없어 해가 들어가는 모습을 찍을 수 있었다.

일몰 시간이 지나도 서쪽 하늘은 그 여운이 남는다. 이곳에서의 마지막 날 밤이구나...

근처에는 천문대 시설도 있다. 이날은 분명히 별이 쏟아질 거라 피곤을 조금만 참고 천문대를 가는 게 어떨까 했는데, 해가 완전히 지려면 시간이 좀더 필요한데다 천문대는 저녁 9시에 문을 닫는지라 시간이 애매해서 관뒀다. 결론적으로 이날 천문대를 안 가도 되었던 게, 다음날 제대로 된 별 구경을 해설과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 그 이야기는 언제가 될지 모를 다음 포스팅에...

이 포스팅에 언급된 내용의 이동 거리는 딱 1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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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Anonymous 2018/06/22 20:22 # 답글

    도동에서 후쿠오카 번호판 달고 있는 할리 데이비슨을 봤던 기억이 나네요. 오도바이부터 번호판에 지역까지 간지 폭발..
  • Tabipero 2018/06/22 22:05 #

    우와...설마 아오모리까지 쭉 라이딩해서 츠가루 해협을 건너 간 걸까요? 대단하십니다.
  • 섬노예 2018/06/22 22:35 # 삭제 답글

    제주도에서 직장생활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사는 제주도도 나름 경관좋은곳이라 자부하며 살고있었는데.... 지평선이 보이는 홋카이도 경관은 이길수가없네요 ㅋㅋㅋ 저런곳에 언제 자전거타러 가야하는데... 좋은 사진 글 잘봤습니다 ㅋㅋ
  • Tabipero 2018/06/22 23:40 #

    닉네임보고 식겁했습니다. 저한테 구조요청이라도 보내는건가...ㅋㅋ

    사실 홋카이도 자체가 남한 크기의 80%인가 되는 곳이라 여러 가지 표정을 가지고 있지요. 저는 감히 자전거 끌고 갈 엄두는 못 내겠네요 ㅎㅎ
  • 푸른별출장자 2018/06/23 00:26 # 답글

    혹카이도에 다시 가보려고 하는데 타이밍이 잘 안맞네요.

    지난번에는 신치토세에서 후라노 코스로 렌트해서 다녔는데

    다음번에는 이 코스를 참조하겠습니다.

    차들이 어차피 시속 50킬로 정도로 다니니 자전거에 위협적이지는 않을 것인데 속도를 줄여 주시네요.
  • Tabipero 2018/06/23 01:00 #

    네 다음에 한번 오로론 라인 가보세요!
    근데 오로론 라인 포함해서 홋카이도 한가한 도로 가면 차들 절대 제한속도 안지킵니다...제한속도 50인데 권장속도가 80입죠(...) 이따금 100 밟는 차도 있고요. 주행 환경이 그렇기에 자전거에 배려가 필요합니다.
  • Hyth 2018/06/23 20:52 # 답글

    무튀김(...)의 압박이 오는군요;;
  • Tabipero 2018/06/23 22:39 #

    아무리 생각해도 무 튀김이 맞는 것 같은데말이죠;;
  • Barde 2018/06/29 04:25 # 답글

    잘 보았습니다. 여행 뽕이 차네요 ㅋㅋ
  • Tabipero 2018/06/29 23:26 #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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