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가 될지 모를 다음 홋카이도 여행 계획을 위해 조금씩 알아보면서, 아바시리에 공항이 있나 찾아봤는데 아바시리 이름이 붙은 공항은 없고 근처에 '메만베츠' 공항이 있더란다. 항공편은 전부 삿포로(치토세)행 아니면 도쿄(하네다)행...
(앞에서 계속) 지난 줄거리 : 동해를 따라 150km 가까이 차를 운전해 왓카나이에 도착했다.

다음 행선지는 왓카나이 역이었다. 소야미사키까지 가는 데 이 곳을 들를 이유는 전혀 없지만 일철덕으로서는 빼놓을 수 없는 성지인데...
역사는 2011년에 새로 지었다고 하고, 국도변 휴게소라 할 수 있는 '미치노에키(道の駅) 또한 겸한다. 역 시설은 그렇게 크진 않고, 관광 안내소와 특산물 판매점(소금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홋카이도에 없는 곳을 찾기 힘든 편의점 세이코마트, 화장실 등등이 있다. 2층에는 시네마가 있던가...?
주차할 만한 곳이 없을까봐 걱정했는데, 미치노에키 시설 때문에 널찍한 무료 주차장도 근처에 있다.

철덕, 특히 일철덕에게 이곳이 의미있는 이유는 일본 최북단의 역이기 때문. 사실은 철도로 와야지 좀더 의미가 깊었겠지만...심지어 입장권(기념 입장권으로 되어 있었다)조차도 사지 않았다. 왜냐하면 난 탈덕했기 때문이지! 우헤헤헤헿ㅎ헿헿

열차가 오려면 아직 멀어서(이 시각이 1시인데 다음 기차가 5시인가라고 한다) 입장권을 끊어도 승강장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냥 맞은편에서 찍었다. 그러고보니 종점역인데 뭐 회차시설이나 인상선 같은 것도 없고 딱 1면 1선이라니.

역 광장에는 일본 최북단 선로비가 서 있고, 그 앞으로 선로 흔적을 남겨 놓았는데, 사할린이 일본 땅이었을 적에는 이 북쪽으로 선로가 연결되어 연락선으로 사할린까지 닿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사할린은 협궤라나 뭐라나...

돌아가는 길에 서둘러 찍은 아나 크라운 호텔. 구독하고 있는 블로그에서 일본 일주를 하던 여행기를 봤었는데, 한겨울에 왓카나이에 와서 눈밭을 파헤치고 역에서 이 호텔까지 갔다는 내용이 기억나서 찍어 보았다. 지금 보면 이 호텔은 역 바로 앞에 있는데, 그 여행기를 보면 몇 km는 되어 보였단 말이지...
이곳의 명물 중 크고 아름다운 방파제 터널이 있다고 하는데 굳이 가볼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바로 소야미사키로.

홋카이도는 겨울에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노면이 안 보이게 되면 정지선이고 중앙선이고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갈림길에 중앙선 표지판이 되어 있기도 하다. 눈을 덜 쌓이게 하기 위해 신호등도 세로로 서 있다던가...

잠깐 날이 개었다.
소야미사키 가는 길에 왓카나이 공항이 보이는데, 과연 그럴 분이 얼마나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왓카나이 자체가 목적이신 분들은 가급적 비행기편을 이용하시는 게 속 편할 듯. 삿포로에서 열차로도 5시간이 넘게 걸리고, 차로도 5시간이 넘게 걸린다. 심지어 구글 길찾기를 해보니 우리가 온 길과 유사한, 고속도로에서 후카가와-루모이를 거쳐 오로론라인을 거치는 게 최단 거리로 되어 있고, 역시 5시간이 넘게 걸린다.

가는 길에 운전대를 잡은 H님이 갑자기 차를 세우길래 뭔가 했는데, 마미야 린조라는 탐험가가 사할린을 탐험하기 위해 출발한 곳이라 한다. 언제부터 마미야 린조 아저씨한테 관심이 있었나 싶었는데 KAL기 격추 위령비와 헷갈렸다고.

그렇게 해서 가 본 소야 곶은 생각보다 별 게 없었다. 그냥 사진의 조형물과, 그 옆의 마미야 린조 아저씨 동상 등등이 전부다. 가는 길도 뭐 바닷가 풍광이 좋긴 하다만, 오로론 라인을 200km 가량 거쳐온 나한테는 그리 큰 감흥이 없었고...일본인에게는 국토의 최북단이라는 의미가 크겠지만 그마저도 외국인에게는 그닥...외국인에게는 여기나 바다 건너 보이는 사할린이나 다 외국 땅이라...

한국인에게 와닿는 것은, 이 소야곶 윗쪽 언덕에 있는 KAL 007 격추사건 위령비이다. 종이학 한가운데에 있는 줄을 당겨서 종을 울릴 수 있어서 종을 몇 번 울렸다.

구 해군 망루가 있어서 한번 올라보았다. 이렇게 보니 소야곶의 조형물이 참 작아 보이는데;;

고개를 조금 동쪽으로 돌려 보면 항구 시설물과 함께 건물들이 좀 보인다. 이쪽의 건물들은 다 최북단 타이틀을 달고 있다나 뭐라나. 당장 일본 최북단의 주유소(...)부터 보인다.

아베 아저씨를 보면 '늬들이 세계평화를?'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뭐 어쨌건 중요하죠. 세계평화.
H님이 뒷쪽의 풍차 집에 가 보고 싶어 하셔서 한번 들러보았다.

풍차집은 기념품점과 식당을 겸하고 있었는데, 소야흑우 표시를 보고 흑우드립이 문득 생각났다. 왓카나이까지 일반열차만 이용해서 오는 흑우 없제?

멀리 사할린 땅이 보인다.

일본 최북단도 찍었겠다 이제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예전 하코다테 여행기를 읽으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길 양 옆의 봉에 화살표 표시가 되어 있는데 이건 눈이 와서 차선이 안 보일 때를 대비하여 노면 끄트머리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판이다. 주위가 새하얗게 되면 차선은커녕 단차도 분간이 가지 않는다.

중간의 전망대? 공원?에서 사진도 찍을 겸 잠시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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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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