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계속)
예전 포스팅을 안 보신 분들을 위해 이야기하자면, 홋카이도의 '오로론 라인'을 따라가는 자동차 여행을 갔다 온 포스팅을 하고 있다. '오로론 라인'은 오타루에서 왓카나이까지 동해(일본의 서해안)를 따라가는 멋진 드라이브코스의 애칭인데, 오로론 라인 중 실제로 달린 구간은 루모이에서 왓카나이까지 약 180km 되는 길을 왕복하게 되었다. 이곳은 루모이에서 80km 가량 떨어진 지점에 있는, 쇼산베츠 소재 온천에 딸린 숙소다.
여행기 쓰다 보니 또 홋카이도 가고싶다...다음에 간다면 오비히로, 쿠시로, 아바시리를 위시한 동쪽으로. 그럼 오비히로나 아바시리를 거점으로 삼아야 하려나...?

다음날 아침. 일기예보대로 흐린 하늘이다. 6시 전에 눈이 떠져서, 멍한 정신으로 숙소 주변 산책을 나왔다.
사진은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 건물. 식당과 온천 시설이 붙어 있다.

호텔 앞에 버스가 서기는 서는데...경로가 오로론 라인에서 살짝 안쪽으로 들어간지라 사전에 버스회사에 전화를 걸어 이곳에 정차해 달라고 별도 요청을 해야 하는 모양이다(뭔가 통도사휴게소 김해공항 리무진 탑승방식같은). 혹은 호텔측에 요청해서 오로론 라인 상의 근처 정류장에서 픽업도 해 줄 수 있는 모양. 어찌되었건 이곳은 차로 오는 게 여러 모로 편하다.

숙소 근처에 있는 '곤피라 신사'. 이곳에서의 일몰이 또 멋지다고 해서, 이날 저녁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몰 구경하러 또 나오게 된다.

뒷쪽에 숙소가 보이는 이곳은 캠핑장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날이 토요일이라, 저녁에 보니 텐트가 2-3개 설치되어 있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온천이 문을 여는 6시 반 경에 온천욕을 하였다. 이곳은 바다가 그대로 보이는 노천탕이 백미인 곳으로, 물 또한 뭔가 약간 누리끼리하고 특이한 냄새가 나는 온천수였다. 바로 아랫마을인 토마마에에 있는 휴게소 족탕도 비슷한 색을 띠고 있었는데, 이동네 온천수 성분이 어떻길래?!
숙소에 대해 한 마디 더 하자면, 와이파이는 로비 주변으로만 터진다. 방에서는 미약한 신호만이 잡힐 뿐. 이곳이 시골인 까닭인지, 소프트뱅크 망이 좋지 않은 건지 우리가 가져갔던 해외 심카드도 그리 썩 잘 터진다고 하기는 어려워서, 제대로 된 인터넷은 이 다음 숙소에서나 쓸 수 있었다.
아무튼 목욕을 한 후 방에 들어가 잠깐 재침을 한 후

8시경에 밥을 먹고(평범한 일본 료칸 아침식사라 따로 코멘트는 하지 않습니다)

9시가 약간 넘어, 길을 떠난다.

이번 포스팅의 이동 경로.
전날 좀 밟았던(?) 게 마음에 걸려 무인단속 카메라 위치를 지도에 표시해 놓았는데, 정신을 팔고 있다가 그 카메라를 규정속도보다 높게 지나쳐 버렸다. 변명을 하자면 길이 이렇게 직선으로 뻗어 있어서 신경쓰지 않으면 꼭 과속을 하게 된다만... 꺼무위키에서는 잘 모르겠으면 현지 번호를 붙이고 쏘는 차를 페이스메이커(?)로 삼으라고 되어 있는데, 이 길 원체 다니는 차가 적다보니 뭐 페이스메이커 할 만한 차도 없다!
무인카메라는 30km 초과까지는 봐 준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별 일 없길 바랄 뿐...
중간에 테시오 쵸의 세이코마트에서 따뜻한 커피도 한잔 마시고, 주유소에서 기름도 넣었다.

이렇게 풍력발전기가 늘어서 있는 곳 중간에 쉼터가 있어, 잠시 화장실도 해결하고 사진도 찍고 간다.

이날 첫 번째 관광지(?)인, 호로노베 비지터 센터. 이 지역은 국립공원으로도 지정되어 있는 습지라고 한다.

이곳은 이 근방의 생태 정보를 알려주는 전시관의 성격이 강하고,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전망대가 있어 이 일대를 조망 가능하다.

대략 이렇게...주변에 제대로 된 건물이라고는 비지터 센터 뿐이다.

그야말로 홋카이도다운, 쭉 뻗은 길을 지나서...

바닷가에서 또 한번 휴식.
쉬엄쉬엄 가다 보니 왓카나이에 점심시간께 도착하게 될 것 같았다. 이 근처에 큰 도시라고는 왓카나이 뿐이니 늦든 빠르든 그곳에서 점심을 먹을 수 밖에 없지만.
뭔가 먹을 적당한 게 생각나지 않아, 러시아 요리를 사 먹기로 했다. 때마침 왓카나이가 사할린 코앞이기도 하니까.

목적지로 향한 곳은 왓카나이 시장 건물을 지나 있는

'페치카'라는 이름의 러시아 음식점이었다. 뭔가 러시아어라고는 '하라쇼'밖에 할 줄 모르는 쿼터 스쿨아이돌 처자가 생각나는 이름인데 페치카는 러시아의 난방기구 이름이라고 한다.
나는 우락부락한 러시아 아저씨가 있을 줄 알았더니 평범한 일본 분이 맞아 주신다. 손님도 일본인 그룹이 하나. 참고로 평소에는 점심 영업을 하지 않지만 금요일과 토요일에만 점심 영업을 한다고 한다. 일요일 휴무.

1,400엔짜리 런치메뉴.
오랜만에 고기와 풀떼기를 봐서 반갑기도 하고, 러시아 요리라는게 그리 접하기 쉬운 게 아니라 좋은 경험이 되긴 했는데, 역시 일본에 왔으면 일본요리를 먹는 게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이제 와서 들기도 한 그런 평을 할 수 있겠다.
참고로 안성 구 터미널 근처에 러시아 빵집이 있어 호기심이 동해 가 봤는데 삼사나 파이 같이 식사를 대신할 만한 빵류도 있고 맛이 괜찮다.
아무튼 잘 먹었습니다.

화장실은 메인 건물 안에 있는데, 메인 건물을 볼작시면 이렇게 뭔가 레트로스럽게 만들어 놓은 건물도 있고, 안쪽에는 수산물시장스러운 곳도 있지만 사진을 봤더니 뒷쪽 배경의 풍어기 모습이 영 불ㅡㅡㅡㅡ편해서 따로 올리지는 않는다.
여기까지 왔으니 철덕질이 빠지면 또 섭하지!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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