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니면 언제 보랴, 섬진강과 쌍계사 벚꽃길 ├광주, 전라, 제주

꼭 해질녘의 섬진강 같지만 실은 해뜰 녘이다. 

작년 3월말~4월초에 섬진강에 갔다가 꽃망울만 터뜨린 정도의 벚나무만 보고 그 다음주에 아쉬움에 먼 길을 또 내려갔던 걸 생각하고, 3월 초에 다음 주말 숙소를 예약하고 휴가도 계획해 놨었다. 그러나 이 변덕스러운 벚꽃은 올해는 꽤 일찍 피기 시작했다. 

벚꽃 개화 상황은 예의주시하고 있었긴 했는데, 잘못하면 다음주 식목일 비 올때 다 떨어지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서 어제 새벽에 갑작스럽게 떠나게 되었다. 무려 새벽 3시에 출발! 다른 블로그에서 쌍계사 벚꽃길을 사람과 차에 치이지 않고 구경하려면 8시 전에 도착해서 11시 전에 떠나는 걸 추천하기에, 나도 치고 빠지는(?) 방법으로 가 보기로 한 것.

3시에 출발해서 논스톱으로 5시 반경 관촌주차장에 도착, 거기서 눈을 잠깐 붙이고 오수휴게소에서 아침식사, 세면, 주유를 한 후 6시 40분경 다시 출발했다. 구례화엄사 IC에서 구례시내까지 이르는 국도의 양 옆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 한껏 분위기가 고조된다.

섬진강 초입의 '전망좋은곳' 쉼터에 도착한 건 7시 10분경이었다. 어느 아저씨가 진짜 나룻배를 타고 뭔가 잡고 계셨다. 재첩이겠지...? 항상 보는 섬진강의 아침은 안개가 자욱한 걸로 기억하는데, 안개가 끼지 않은 섬진강가의 고요한 아침은 처음인 것 같다.

역시 아침 일찍 가니 차가 막히지 않는다. 산골짜기여서 벚꽃 피는게 좀 느릴까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쌍계사 지나서도 골짜기에 만개해 있었다.

하동군에서는 올해부터 쌍계사 십리벚꽃길의 벚꽃 개화상황을 라이브캠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는데, 주소는 여기.

라이브캠 포인트 중 하나이자 이곳의 최대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일방통행길 벚꽃터널. 공기원근법으로 멀어지는 지리산 첩첩산중을 배경으로 길고긴 벚꽃길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간만에 미세먼지도 없어(앱에서는 미세먼지 좋음이 표시되어 있었다) 폐 세척 제대로 하고 왔다.

이쪽은 화개천과 어우러진 풍경이 멋지다. 좋은 사진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삼각대 펴고 모인 곳이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한지...?

그 옆의 벚꽃 터널. 밤에는 불을 켜줘서 야경 또한 빼놓을 수 없다(작년 포스팅 참고). 이번에는 시간관계상 야경을 볼 수는 없었지만...이럴줄 알았으면 금요일 퇴근하고 바로 출발할 걸.

이쪽은 골짜기 반대쪽에 있는 켄싱턴리조트 근처 길이다. 이쪽은 비교적 덜 혼잡하기도 하고(작년 이맘때 여기서 남도대교까지 빠져나가는데 한시간이 넘게 걸리긴 했지만) 이쪽 또한 벚꽃길이 이어져 있기도 해서...이때 시간이 오전 9시경이었으니 아직 길이 막힐 시간대는 아니었다.

남도대교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있어 잠깐 찍어 보았다. 색도 빨강 파랑이고 강 위에서 인공물임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데도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경관을 해친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는 게 신기하다.

아직 차가 막히긴 이른 시간이고 해서 악양(평사리) 쪽으로 잠깐 남하해 보았다.

그리고 길을 다시 돌아와 이번에는 남도대교를 건너 강 서쪽 길로. 지난 포스팅에도 이야기했지만 화개장터 및 쌍계사를 드나드는 차가 많으면 남도대교 사거리에는 헬게이트가 펼쳐지는데, 강 건너(서쪽) 길은 그나마 영향을 덜 받는다.

이곳은 작년에 인생사진을 건진 곳이다. 그런데 올해 와 보니 나무가 시야를 가리는데, 새로 심어 놓은 건가...?

여기서 2차로 잠깐 눈을 붙였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게 길에서 시간 허비 안 해도 되는 건 좋은데 대신 이따금 수마(睡魔)가 괴롭힌다. 이날 상경하는 중에도 두 번 가면을 취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금요일 퇴근하자마자 출발할걸(2).

이날은 차량 스마트폰 거치대를 이용해 이렇게 전방 주행영상도 몇 개 건졌다. 근데 14분짜리가 1.7기가나 되는 등 압축률이 영 좋지 않아...인코더 내지는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써야 하나...?

여기는 구례의 두꺼비다리. 계속 만개한 벚꽃길이 이어지니 이때쯤 벚꽃 피로(?)가 오기 시작한다. 정말 난 벚꽃을 질릴 때까지 보고 싶다!는 분께 섬진강 벚꽃길을 추천한다. 벚꽃길은 곡성까지 쭉~ 이어져 있다. 이때 시간이 오전 11시경, 벚꽃 구경 시작한지 4시간이 지났다.

이쯤 해서 벚꽃 드라이브의 전체 경로.

혹시 포스팅 보면서 나처럼 벚꽃 피로(?)가 오신 분들도 있을 것 같고, 사실 주행동영상을 많이 찍었지 사진 자체는 그리 많이 찍지 않아서...중간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곡성 섬진강천문대 앞에서 자전거 타면서 찍은 사진 하나 더 올린다.

그래도 주말 기준 1년에 한두 번밖에 볼 수 없는 풍경인데 질릴 때까지 봐 둬야지! 수면부족에 상경 정체에 오른 무릎이 아플 정도였지만 후회는 없다!
꽃이 피고지는 걸 어떻게 정확하게 예상하겠냐만...다음 주말에 구경하시는 분들은 벚꽃비를 맞으며 구경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덧글

  • Ryunan 2018/04/01 23:28 # 답글

    서울은 아직 벚꽃이 시작 안했는데 이제 조만간 올라오겠군요.
    내심 한 번 내려가볼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올해도 결국...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신 서울에서 멋진 벚꽃을 봐야겠어요.
  • Tabipero 2018/04/02 22:38 #

    오늘 퇴근하며 보니 석촌호수에 벚꽃이 피기 시작했더군요. 서울도 이제 시작이니 즐기시길...!
  • 2018/04/05 08:30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Tabipero 2018/04/05 22:20 #

    정말 좋은 곳이죠. 서울에서 가까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가까웠으면 지금 이 풍경을 간직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 이글루스 알리미 2018/04/05 08:53 # 답글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의 소중한 포스팅이 4월 5일 줌(http://zum.com) 메인의 [허브줌 여행] 영역에 게재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게재된 회원님의 포스팅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Tabipero 2018/04/05 22:21 #

    감사합니다.
    이제 섬진강가는 벚꽃이 지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ㅠㅠ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