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편 보기)

산수유마을에서 17번 국도로 빠져나간 시간은 약 3시 정도로 기억한다. 아무래도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고 있자니 힘들어서 섬진강가 쉼터에서 약 30분 정도 쉰 후 다시 출발했는데, 뜬금없이 남도대교 근처에서 차가 막혀 20분 가까이 허비한 후 다시 남쪽으로 향한다. 남도대교 동측은 남도대교를 건너는 차, 화개장터와 쌍계사 쪽에서 오는 차가 17번 국도와 만나는 사거리인데 어느 쪽이나 왕복 2차선이라, 교통량이 적은 평소에는 별 상관없지만 이런 행락철에는 헬게이트가 열린다. 사실 나 어릴 때만 해도 명절 때 이런 왕복 2차선짜리 사거리에서 몇 시간을 허비한 적이 있었는데.
나름대로는 덜 막히는 길로 간답시고 하동읍을 거쳐 섬진교를 건너 광양 매화마을로 가려 했는데, 아뿔싸 하동읍내로터리를 지나니 차들이 꼼짝하지 않는다. 그렇게 한 10분 정도 서 있다가 나룻배 표지판을 봐서, 냉큼 차를 돌려 근처에 차를 세웠다.

그동안 섬진강을 여러 번 와봤지만, 배를 타 보는 건 또 처음이다.
이름은 나룻배지만 사실은 모터보트다. 뱃삯은 편도 3천 원. 시내버스 운임을 생각하면 평소에 다닐 것 같진 않고(실제로 어떨까 해서 검색해 보니 나오라는 나룻배 정보는 없고 '광양에선 삐걱삐걱 나룻배 타고'라는 화개장터 가사가 검색돼 나온다) 이렇게 섬진교가 마비될 때 재첩잡이 배가 한철 장사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진실은 잘 모르겠지만.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번 섬진강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이었다.

하동 쪽에는 작게나마 선착장이 마련되어 있어 배 옆구리로 탔는데, 광양 쪽은 선착장이 없는 건지 아니면 승객 편의를 위한 건지 물가에서 앞쪽으로 탔다. 강을 건너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니 정말 한철장사 대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이곳은 매화마을과는 2km 넘게 떨어져 있어, 산책삼아 걸어가거나 아니면 500원을 내고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1km 남짓은 덜 걸을 수 있다. 셔틀버스 줄은 길지만 코스가 짧고 입석도 세우기 때문에 의외로 빨리 빠진다. 다만 걸어가는 것에 비해 시간상 이득은 크게 없어 보였다. 그냥 갈 길은 먼데 다리가 덜 아프다 정도?

돌아가는 셔틀 줄! 셔틀은 오후 6시까지라고 한다. 혹시 이번 주말에 가시는 분들...건투를 빕니다.

축제장에 도착한건 5시가 지나서였는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꽃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을 일일이 모자이크처리하기 귀찮아 그림판 3D의 스티커를 써 봤는데, 아라카와 언더더브릿지 아닙니다(...)
별도장을 찍는 귀찮음을 감수하고 이 사진을 굳이 올린 이유가 있는데,

골짜기 방향 특성상 해가 웬만큼 넘어가니 빛이 들지 않는다. 전날 신문에서 아침 일찍 가는 걸 추천했는데, 나는 단순히 아침 일찍 가면 사람이 적어서 그럴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침햇살을 받은 매화밭이라는 부수입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1년의 극히 짧은 시간에만 볼 수 있는 절경이니 고작 그런 걸로 불평할 수 없다.

좀 더 높은 전망대에 올라서 한 컷.
이때쯤 되니 오후 6시가 되어, 셔틀도 못 타게 되고 자연히 나룻배 시간도 못 맞추게 되었다. 화개에서 하동으로 넘어가는 시내버스(특이하게 기종점이 모두 하동인데 광양시내버스다)가 6시 20분쯤(물론 시간표상의 이야기다) 이곳을 거친다고 하여 그걸 타기로 한다.

버스정류장으로 가기 위해 메인 루트를 벗어나 좀 한적한 매화밭에 와 봤는데, 자세히 보니 아직 매화가 덜 폈다. 지금쯤이면 이곳은 만개했을지도?

이곳의 상황을 보면 버스가 제 시간에 올 리 없었다. 6시 반쯤 정류장 근처에서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는데 안 와도 너무 안 온다! 결국 버스는 7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섬진교를 지나 하동까지 가니 7시 반. 하동읍내에서 밥을 먹고 차로 돌아오니 8시 반이길래, 서울로 올라가는 걸 포기하고, 작년에도 머물렀던 바 있는 압록역 근처 모텔에서 눈을 붙이고 다음날 새벽에 상경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첫날은 산수유를 즐기고 그 다음날은 아침 일찍 매화를 즐기는 일정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일요일은 남부지방부터 비가 왔었다. 무리해서 하루에 두 곳을 다 즐긴 것도 괜찮은 방법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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