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남해 다시 한 번 - 생각의 계절 게스트하우스 ├부산, 울산, 경남

이번 남해 여행의 주 목적이었던 '생각의 계절'이라는 게스트하우스다. 한참 한가할 때 여행 밸리를 뒤적이다 한 블로그에서 발견하고 메모포스트로 저장해 놓았다. 제목답게 조용히 사색하기 좋은 게스트하우스로 보였다. 묵었던 사람들끼리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후기는 좀 극단적이어 보이긴 했으나(실제 내가 묵었을 때는 그렇게까지는 아니었다), 파티로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GH의 대척점에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그리하여 기회가 생길 때마다 GH 홈페이지를 들락거렸지만, 그 주에 그 주말 여행 계획을 세우는 나와 같은 즉흥적 여행자에게 이 숙소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주말 같은 경우는 적어도 그주 초에는 예약을 할 필요가 있었다. 방이 총 네 개로 많지 않다는 이유도 있지만 내가 느낀 바로는 이 GH에는 단골이 많은 것 같았다. 두 바퀴 일주하면 웬만한 곳은 다 구경할 수 있는, 바다 건너 여수보다 영 빈약한 관광 인프라에, 편의점이라도 가려면 차를 타고 10여 분을 달려 읍내까지 나가야 하는 불편한 곳이지만 그렇기에 조용하고 아늑하게 머물 수 있는 곳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이번에 평일 휴가를 낸 김에 이 곳에 머물러 보았다. 평일임에도 내가 묵었던 싱글룸을 포함하여 네 방 중 세 방이 차 있었다. 남해에 들어오기 전에 삼천포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노트북에 '생각의 계절; 스티커를 붙여놓은 분들을 봤는데, 여기가 핫플레이스인 줄 나만 모르는 건가...?

대략적 위치는 아래와 같다. 평산2리에 있다고 하는데 난 자꾸 토지의 '평사리'하고 착각한다. 여수 앞바다...정확히 말하면 여수산단쪽 풍경이 보인다. 밤이 되면 산단에 들어오는 불빛이 아련하다. 아랫쪽 횟집에서 식사를 할 수는 있으나 내려가기도 영 귀찮고 읍내에서 막걸리와 족발(편의점에서 파는, 포장을 뜯어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것)을 사서 숙소에서 먹었다.

뭘 먹어도 크게 상관은 없었으나 막걸리에 안주를 맞춘 모양새였다. 왜나하면 남해에 왔으니 서상막걸리는 꼭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 막걸리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처음 남해에 갔을 때 다른 GH 주인장께 추천받은 이 막걸리는 인생막걸리였다. 지난번에는 가져오기가 지난해서 앉은자리에서 한 통을 비우고 말았지만 이번에는 올라오는 길에 한 병 더 사서 가지고 왔다.

2층 공용공간 겸 주방. 투숙객은 1층 카페도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다만 음식을 가열할 수 있는 방법이 전자레인지에다 전기포트 정도라 여기서 뭘 먹으려면 다소간의 제약이 있다. 아침에는 조식이 제공된다.

조용하다. 아무튼 조용하다. 1층 카페로 가면 책꽂이에 책도 많고, 가져간 책도 있어서 책은 잘 읽힌다. 긴긴 밤 심심할까봐 노트북도 가져갔지만 스마트폰이나 노트북보다 책이 더 잘 읽히는 그런 곳이다.

내가 묵은 싱글룸이다. 게스트하우스의 싱글룸이 으레 그렇듯 사진 찍을 각이 안 나온다만 혼자 머물기에는 적당한 공간이다. 난방도 따뜻하게 나와 마음에 들었다. 창 밖 측면으로는 바다가 보인다.

먼 발치에서 보이는 여수(산단) 밤바다.


다음날에는 역시 시차적응에 약간 실패해 좀 일찍 일어나 책을 읽다 아침을 먹고, GH 앞으로 보이는 야트막한 언덕배기로 산책을 나갔다. 같은 날 머물렀던 분들이 전날 권해 주시기에, 사실은 동틀 녘 다녀오려고 하다 바람이 세 보여서 밥 먹고 느지막히 나갔다. 이렇게나 남쪽으로 내려왔으면 좀 따뜻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맑은 하늘에 위안을 삼는다.

어느 집에서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가 흘러나오기에 따라부르며 언덕을 올랐다.

걸어서 10~15분 정도면 이렇게 거북선대교/돌산대교 언저리의 풍경이 보인다. 사실 지난번 이곳 카페만 들렀을 때에도 숙박객으로 보이는 분들이 언덕을 올라가는 걸 보았는데, 큰 수고 들이지 않고 좋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니 산책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예전 바다건너 오동도에 가 봤을 때도 느꼈지만 영도 앞바다같이 배들이 많이 정박해 있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아난티남해(구 남해힐튼)일대 골프코스도 보인다. 

오는 길은 평산2리 마을을 바라보며 내려오게 된다. 사진 한가운데 내가 머물던 GH가 보인다. 도시 사람이 보기에는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이다.

사진은 작년 4월말에 찍은 걸 빌렸는데...산책 하고 나서 샤워하고 짐 챙기고 나니 슬슬 체크아웃 시간이 되어, 짐을 차에 실어 놓고 커피 한잔을 시켜 1층 카페에 죽치기 시작했다. 숙박객에게는 커피 혹은 홍차 1잔이 무료라고 하여 모닝커피삼아 한 잔 마신다.


지난번에는 우리나라의 온갖 타워를 섭렵한 일본인의 수기(?)를 읽었는데 그 책은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고...대신 여행 인기블로거가 쓴 책을 가져다 읽었다. 표지에는 저자의 코멘트가...이곳에 와서 책을 남겨두고 간 모양이다. 이런 류의 책은 학연으로 얽힌 genijoon님 책 말고는 안 사 읽으려고 했는데, 나도 못 가본 여행지도 꽤 있고 곳곳의 멋진 카페 소개가 마음에 들어 서울에 올라와 한 권 샀다.

근데 희한하게 이 책을 몇 페이지 읽고 나서 어찌 된 영문인지 내 블로그 여행기를 자꾸 읽게 된다. 난 아무래도 내가 쓴 글이 내 취향인 모양이다(...)

책 제목은 '버릇처럼, 열두달 여행'이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시길.

지난 4월에도 그랬던 것 같지만 처음에는 카페에서 1시간 정도만 머물다 가려 했는데, 아늑한 분위기가 좋아 계속 앉아 있다 배가 고파져 자리를 뜨게 되었다.

이곳은 교통도 편하다고 하기 어렵고, 편의시설도 없다시피하지만 사람을 끌어당기는 아늑함이 있는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생각을 흘려보내기에도,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기에도 좋은 곳이다. 다음에는 남해의 다른 곳을 구경할 생각은 잊어버리고 차 없이 여기 와서 셀프 감금을 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그보다 전에도 언급했듯 올라갈 길이 너무도 까마득한 게 크긴 하지만).

덤으로...
이날 점심도 남해맛집 맘스터치 다랭이점이었다. 읍내에서 장어탕을 먹어볼까 하고 살짝 고민했었는데 분위기 좋은 곳에서 한 끼 하기로.

카운터 밑에 유명인들 사인이 있는 거 보니 맛집 맞는 듯(...) 아마도 여기보다 분위기 좋은 맘스터치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점심을 먹으니 오후 2시였고, 읍내 하나로마트에서 전술한 막걸리 한 병을 더 사서 상경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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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Liberty Grace 2018/02/21 21:14 # 답글

    밸리 둘러보다 들어왔는데, 혹시 제 블로그 보신걸까요..? 제가 갔을 때 투숙객끼리 한 마디도 없었다고 올린적이 있어서.. ㅎㅎㅎ 반가워서요. 다녀온지 2년 정도 됐는데, 다시 가고 싶어지네요. 평산항에서 느꼈던 따뜻한 침묵이 그리워요..!
  • Tabipero 2018/02/22 14:57 #

    제가 메모포스트를 확인해 보니 다른 블로그인 것 같더라구요 ㅠㅠ 근데 님 글귀는 낯이 익어서...제가 포스팅
    둘을 헷갈렸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왜 팬이 많은지 알 수 있는 곳이었어요. 서울에서 좀만 가까우면 곧잘 갈 텐데요 ㅎㅎ
  • 이글루스 알리미 2018/05/04 08:54 # 답글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의 소중한 포스팅이 5월 4일 줌(http://zum.com) 메인의 [허브줌 여행] 영역에 게재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게재된 회원님의 포스팅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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