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겨울 제주 - 올레길 7코스 맛보기, 카페 가배 ├광주, 전라, 제주

사실 제주도 와서 그리 큰 목표는 없었다. 나로서는 지난 겨울에 섭지코지보다 남쪽으로 남하하지 못했던지라 남쪽을 좀 둘러보자 정도의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여행이 결정되고서야 어디를 둘러볼지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대략 오름 한두개, 올레길 한두개 정도 둘러보자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군산오름을 출발해서 대충 뭔가 걸을 맛이 나 보이는 7코스 언저리를 좀 걸어보자...하고 강정마을에 닿은 것이었다. 이 작은 마을이 한때 주요 뉴스에 매일같이 오르내리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마을 안의 일부 현수막을 제외하고는 조용하기만 하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 여기서 함부로 다루기는 어려울 것 같고, 그저 여행자로서의 감상만 여기서는 적기로 하겠다.

군산오름에서 중문을 건너뛰고 바로 '경유 1'이 찍힌, 찻길이 끝나는 지점으로 왔다. 쑥색 화살표는 실제로 올레길 트래킹을 했던 경로. 차를 켄싱턴리조트 근처에 세워두고 올레길 트래킹을 한 후 시내버스로 다시 돌아왔다.

우선은 '경유 1'위치에서 트래킹 시도. 길이 끝나는 곳에 막 영업을 시작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이는 카페가 있었다. 이름은 '스르륵'이라고. 나중에 트래킹이 끝나고 이곳으로 돌아와 커피를 마시다 H님을 픽업하러 다시 출발하려는 계획이었다.

사실 저 건너편의 벼랑으로 가려고 했었는데. 왠지 모르게 가기가 귀찮아졌다. 차가 있기에 왔던 길을 되돌아와야 한다는 점도 있었고. 나중에 H님을 데리고 휴식삼아 이곳 카페에 들렀다가 모슬포 쪽으로 향하자는 막연한 계획을 세우고, 일단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결국, 카페 스르륵은 다음 기회에(...) 가 되어 버렸다.

산방산 남쪽으로 봉우리가 하나 보이는데 처음에는 가파도인가 싶었다. 아마도 위치상 송악산일 듯. 나야 예전에 가봐서 안 가지만서도 송악산도 추천 트래킹 코스다. 요새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송악산도 차로 거의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요새는 올레길도 거리뷰로 볼 수 있길래 대충 걸을 만한 코스를 찾아보다가 보고 여기 괜찮겠다 하고 생각해서 켄싱턴 리조트 근처에 차를 대 놓고 본격적인 트래킹을 시작한다. 때마침 H님도 등산이 길어질 것 같대서 안심하고 길을 떠났다.

켄싱턴리조트 부지 안에서 한참 삽질을 하다가 결국에는 마을길로 나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본격적인 올레길 걷기를 시작하며 한 컷.

그래! 이 오솔길! 내가 생각하던 상상속의 바로 그 올레길이었어!

햇살도 좋고 날씨도 적당히 포근해서, 작년 이맘때 왔을 때도 느꼈지만 한 발짝 앞서 봄을 느끼는 기분이었다.

한라산으로 가는 오솔길?

사진의 섬은 물이 빠질 때는 섬으로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지도에 표시되어 있기로는 '서건도'라고 되어 있는데...

'썩은섬'을 그럴싸한 이름으로 부르는 모양이다(...) 오이도 근처에도 똥섬이라는 섬이 있고 네이버 지도에서 똥섬을 쳐봐도 근 10개가 검색돼 나오는데 왜 섬 이름을 그렇게 지어놨지(...)

이제까지 잘 닦여진 오솔길을 걸어 왔지만, 대략 이 이후부터는 현무암으로 된 바닷가를 헤쳐나가야 한다. 중간중간 H님 혹은 집과 통화도 하느라 사진 찍을 생각을 못 한 듯.

그리하여, 갑자기 카페로 워프. '가배'라는 카페다. 한참 바윗길을 헤친 후 나온 적절한 쉼터. 뭐 대단하게 걸은 것 같지만 켄싱턴리조트에서 약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언덕인지 터돋움을 한 건지 어쨌건 해변보다 약간 높은 곳에 있어, 푹신한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멋진 카페다. 게다가 날씨도 적절해서, 겨울이지만 해가 쨍해서 외투를 껴입고 바깥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점심 대신으로 호박빵을 먹는다. 책이라도 한 권 들고 죽치고 앉아 있고 싶지만서도, 이사 문제 때문에 통화할 일도 있었고 H님과도 만날 시간과 장소를 조율해야 했기에 수시로 통화를 해야 했다. 뭐 일 이야기로 전화하는 것보단 낫겠지.

실내와 실외를 합해서 전체 테이블의 반 정도 차 있었는데, 지나치게 시끄럽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조용하지도 않은 좋은 분위기였다. 아마 성수기 때는 이곳도 상당히 붐비리라.

아무튼 올레길 중간에 목 좋은 카페를 만나 분위기 있게 잘 쉬다 갑니다.

이쯤에서 큰길로 나가 버스를 타고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체력도 회복했겠다 조금만 더 걸어 본다. 우측에 보이는 섬은 범섬이라고 한다.

멀리 서귀포항 언저리가 보인다. 그 앞에는 새섬과 문섬이. 제주도 남쪽은 동해같이 망망대해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조그만 섬이 몇몇 있다. 육지로 치면 오름 같은 거려나.

법환동 북쪽으로는 월드컵경기장과 버스터미널, 그리고 이마트가 있다. 예전 학회가 끝나고 제주도에 며칠 더 체류할 적에, 렌터카에 USB나 AUX 단자가 없어, 이곳 이마트에서 공CD를 사서 드라이빙 뮤직을 구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해 나는 쪽으로 괜히 한 장.

과 범섬.

사진 앞의 곡선으로 된 지붕을 가진 집은 게스트하우스인데, 우리가 갈 숙소 후보 중 한 곳이었다. 어찌저찌 해서 숙소는 다른 곳으로 정해졌지만.

이제 이쯤 하여 다시 차를 세워 놓은 곳으로 돌아간다. 순수하게 걸은 시간은 한 40~50분 정도 되었으려나? 하지만 버스는 단 수 분 만에 원래 자리로 나를 돌려놓아 주었다.

버스 모양도 특이하고 주행음도 조용한 게, 전기차려나?

H님은 돈내코로 내려오고 있다고 하여, 차를 몰고 돈내코까지 향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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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enat 2018/01/31 13:03 # 답글

    이야 날씨 엄청 좋을 때 가셨었네요.
    파란 하늘 아래 바다... 넘 보고 싶은 풍경이에요.
    그나저나 역시 카페길잡이님... 이 포스팅에서만 2개의 카페를 알아갑니다.
    아마 제주도 가게 되면 이 글을 찾아 다시 읽을 것 같군요. 마크!!
  • Tabipero 2018/01/31 19:39 #

    제주도에 3박 4일을 있었는데 딱 저날만 맑았습니다. 그래서 저날은 부지런히 다녔어요.
    지난주에 강화도를 갔었는데 커피맛은 모르겠지만(안마셨으니) 한적하고 일몰이 멋진 카페를 또 발견했어요!
    언제 포스팅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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