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겨울 제주 - 가성비 최강(?) 군산오름 ├광주, 전라, 제주

지난 주말을 껴서 제주도에 다녀왔다. 3박 4일 중 맑은 날은 하루뿐이었지만, 서울에 도착한 이튿날과 그 다음날 제주에 폭설이 내렸네 무더기로 결항이 되었네 하는 걸 보고 그래도 그나마 날짜를 잘 잡아 다녀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간만에 여정순이 아닌, 관광지별로 작성하려고 한다. 본 블로그에서 곧잘 '동행'이라고 표현하는 이와 함께 다녀왔는데, 앞으로는 편의상 H님이라고 부르기로 하겠다

사실 H님이 같이 여행을 가는 데 조건을 걸었는데, 바로 여정 중 하루는 한라산을 등산할 테니 등산로 입구까지 데려다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여행 둘째날 - 실질적인 첫째날이다 - 아침에 영실매표소로 향했다. 전날 오전에 눈이 왔다고 하기에 체인을 감고 올라가야 할지, 아예 통제가 되면 어떨지 하고 걱정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영실매표소까지는 제설이 깔끔하게 잘 되어 있었다.

문제는 영실매표소에서 영실휴게소까지는 제설이 온전히 되어 있지 않아 체인을 감고 가거나 택시로 올라가야 한다는 것. 일부 용감한(?) 차들은 체인을 감고 올라갔으나 우리는 안전빵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 택시 요금은 만원을 받는다(네 명 짝을 맞춰 만원 내는 것도 가능하다).



영실휴게소의 정확한(?) 명칭은 '오백장군과 까마귀'다. 이야기가 있는 휴게소로 최근에 이름이 바뀌었다나. 안은 일반 휴게소와 비슷하다. 스틱이나 아이젠 등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여기서 마지막으로 구입해 올라갈 수 있다.

아침식사로 돼지국밥을 시켜 먹었다. 위치가 위치인지라 값비싸고 ㅊㄹ할 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다! 1만원을 받기는 하다만 장소를 생각하면 납득 못 할 가격은 아니고...등산갔다 와서 먹으면 더 꿀맛일 듯.

그리고 나는 국밥만 먹고 내려왔다(읭?).



그리고 나는 다시 차를 몰고 산방산과 중문 사이에 있는 군산오름으로 향했다. 등산 공포증(고소공포증이 아니다! 그냥 내멋대로 처방내린 병명)인 나에게는 내 수준에 맞는 언덕이 있는 것이다! 자동차로 8부 능선까지 올라갈 수 있는 바로 그 언덕. 통행량은 많진 않지만 길이 좁아 그 부분은 감안하셔야 할 듯.

야트막한 산길을 오르는데...오늘 정말 날이 좋다! 뭐 다음날부터는 흐리고 비오는 날씨가 예정되어 있었다만...

멀리 한라산 정상의 모습도 뚜렷이 보인다. 내가 군산오름을 구경할 동안 H님은 열심히 저 산을 오르고 있었을 테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보면 한라산 정상이 구름에 덮인 모습이 태반이라 정상의 모습을 보는 게 그렇게 어려워, 비행기에서 내리는 날 산꼭대기가 보이면 '설문대 할망이 도와주셨다'라는 표현을 하더란다.

서쪽으로는 산방산.

아까 이야기한 '설문대 할망'이 한라산 꼭대기를 움푹 파서 밖으로 던졌는데, 그 움푹 파인 곳이 백록담이라 하고 던진 흙이 쌓인 곳이 산방산이라고 한다. 실제로 백록담의 반경과 산방산의 반경이 얼추 맞는다고. 뭔가 일본 비와호 대륙이동설이 생각난다.

남쪽으로는 그야말로 망망대해. 남쪽으로 근 1,000km 떨어진 곳에 오키나와가 있다.

파노라마 샷으로. 이렇게 보면 한라산은, 남한 최고봉이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게 완만하게 보인다.

그리고 중간에 살짝살짝 솟아있는 오름들. 어느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부드러운 능선이다.

2차대전 말기 일본군이 최후의 발악을 할 적 파놓은 진지동굴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한다. 이곳 이외에도 해안가 진지동굴, 비행장 등 제주도의 전쟁기지화에 대한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일단은 길 근처에 있던 진지동굴 하나만.

이번에는 하이브리드 차를 빌려보았는데, 통상 주행에서 절대 볼 수 없는 20km/l의 연비가 나와서 놀랐다. 영실에서 내려올 때는 회생제동을 써서 배터리도 만땅을 만들고(...)

제주도에 있는 이름있는 오름들(윗세오름 같은 데는 제외하고..)은 대부분 등산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무난한 난이도를 자랑하지만 이곳이야말로 렌터카를 몰고 여행한다면 적은 노력으로 절경을 즐길 수 있는, '가성비 갑' 답사처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유명해지면 좁은 길 드나들기도 어려울테니, 이 마이너 블로그에 소개하기 어울리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다음 포스팅은 아마도 강정마을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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