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거제, 통영(2) - 해인사에서 영암사지까지 ├부산, 울산, 경남

해인사 장경판전에서 시작한다.
'해인사 장경판전'하면 예전 다큐 같은 곳에서 스님이 장경판전에 들어가 목판을 하나 빼서 살펴보는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장경판을 당연히 만지지는 못할 테지만 하다못해 건물 안에 들어가서 울타리 바깥으로 구경은 해 볼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하고 갔었는데, 정작 가 보니 창살 사이로 장경판이 보관되어 있는 모습을 보도록 되어 있었다. 실제 장경판을 일반 관광객이 마음대로 볼 수 있도록 놓아두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겠지만...뭔가 말 그대로 '성지순례' 하고 가는 느낌이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방향마다 창문의 크기가 달랐던 것. 사진 왼쪽의 북동향창은 윗쪽이 크고 아랫쪽이 작은데, 오른쪽의 남서향창은 윗쪽이 작고 아랫쪽이 크다. 환기를 효율적으로 시키기 위함이려나.







사진과 같이 창살 사이로 장경판을 보게 되어 있다. 플래시만 터뜨리지 않는다면 사진 촬영 자체는 괜찮다.

장경판전 입구에는 사진과 같이 장경판 중 하나의 복제품(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반야심경 부분이었다)과 세계문화유산 인증서(이건 진품이려나?)가 전시되어 있다.

대략 공양 시간이 되었기 때문에 밥을 먹고 다음 장소로 향했다.

다음 장소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권 표지로 나온 영암사지다. 같은 합천군이지만 해인사는 성주에 인접해 있고, 영암사지는 거창/산청에 인접해 있어 합천군을 가로지르다시피 해서 가야 한다.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이 두 곳은 최적 경로가 아예 다르다. 해인사는 중부내륙고속도로의 성주ic로 접근하고, 영암사지는 통영대전고속도로의 생초ic를 이용하는 쪽이 편리하다.

해인사에서 영암사지 가는 길은 중간중간 4차선 도로가 있긴 했는데 전반적으로 보면 산길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보통 강원도 산지나 지리산 근처 산청 같은 곳이나 '산골'의 이미지가 있는데 합천도 이렇게 보면 '산골'같기도 하다. 어느 고갯마루에서는 산이 끝없이 이어진 풍경에 감탄했는데 아쉽게도 차를 댈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 그냥 지나갔었다.

남부터미널에서 합천 가는 버스를 타면 중간에 성주와 고령을 경유하는데, 중부내륙고속도로가 뚫리기 전에는 김천ic로 나와 쭉 국도를 타고 갔어야 했다. 요새같이 터널이 제대로 뚫린 것도 아니라 고개도 그대로 다 타고 넘어야 해서 딱히 막히지도 않았는데 5~6시간이 걸렸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머나먼 길이었지만 이곳의 산세는 아늑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위의 사진은 회양관광단지라고 하는 합천호의 남쪽에서 바라본 호수다. 확실친 않지만 합천이 댐 때문에 기후가 변해 여름엔 덥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요새는 경주나 밀양 같은 다크호스가 치고 올라와서 여름 최고기온에 합천이 언급되는 비율은 좀 줄은 것 같긴 한데...

관광단지 한켠에 있던 광암정이라는 정자. 짐작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수몰지구에서 옮겨 온 정자라고 한다. 저기 앉아서 경치 구경이나 하며 좀 쉬려고 했었는데, 안타깝게도 들어갈 수 없었다.

위치를 옮겼다고 해도, 한쪽으로는 바위산, 다른 쪽으로는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위치 선택은 정말 훌륭하다.

중간 중간 쉬어가긴 했어도, 해인사에서 영암사지가 있는 황매산까지는 1시간 넘게 걸렸다. 이제 이 고개만 넘어가면 영암사지까지 거의 다 도착했는데, 그 전에 경치가 좋아서 한 컷.

이 산이 아마도 황매산인 듯? 봄철 철쭉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드디어 이날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합천 영암사지다. 모름지기 폐사지는 답사 고수들의 답사처라고 하는데, 조금 쌀쌀한 늦가을에 이런 웅장한 배경을 뒤에 두고 있는 절터라면 답사 초보도 감상에 젖고 만다.

내비의 농간으로 120도 우회전을 해서(한번에 들어가지 못해 차를 돌려 반대쪽에서 들어갔다) 좁은 길을 쭉 들어가서 차를 세웠는데, 나중에 보니 더 편한 길이 있었다. 내비 기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영암사지'보다 그 옆의 '영암사'를 찍는 편이 가기 더 수월해 보인다.

좀더 먼 곳에서 찍어보았다. 석축만 남아있는 빈 터지만 정말 큰 절터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절터도 절터지만 뒤의 산세에 더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소위 명찰이라는 곳에 가면 절 뒤의 산세를 보게 되는데, 정말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이곳의 간판스타(?) 쌍사자 석등. 뒤의 배경이 이 석등의 아름다움을 배가한다. 일제시대 때 일본인이 훔쳐갈 뻔 한 이후로 마을 주민들이 지켜서 지금까지 내려왔는데, 만약 이 석등이 원래 어디에 있었는지 모른 채 박물관 뒷뜰에서 구경했다면 좀 아까웠을 것 같다.

한장만 올리기 아까우니 다른 각도에서 본 사진 하나 더.

석등 옆에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공대 교수님이 한 이야기를 빌자면 '싸인 12도' 무지개 계단이 있다. 그냥 봤을 때는 이 계단은 장식용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금당에 올라갈 때 경건함 내지는 긴장감을 주기 위한 장치였던 것 같다. 

오전에 갔던 해인사는 골짜기 방향을 따라 석탑과 석등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이곳은 가람 배치의 축이 골짜기 선과 거의 수직이다. 그래서 금당 위치에서 보면 오른쪽 방향으로 산골짜기가 펼쳐진다.

금당으로 오르는 계단의 장식. 무슨 동물을 형상화한 것 같은데 잘 분간이 가지 않는다. 돌기둥(?)이 부러진 흔적도 있고...

석등과 석탑이 있는 금당의 남쪽에는 또다른 작은 금당이 있는데, 그 양 옆에는 귀부가 놓여 있다. 안내문에는 동쪽 귀부와 서쪽 귀부에 관한 설명이 있는데, 가람 배치의 축이 동서축이라 뭐가 동쪽 귀부고 뭐가 서쪽 귀부인지 헷갈린다.

아무튼 이쪽이 금당 '왼쪽(동쪽)'에 놓여 있는 돌거북.

이쪽이 '오른쪽(서쪽)'에 놓여 있는 돌거북. 식견을 좀만 기르면 뭐가 먼저 세워졌고 뭐가 나중에 세워진 것인지 잘 알 수 있다고 하는데, 고달사지 승탑에 비해 나에게는 좀 어려운 문제였던 것 같다.

설명문에 따르면 동쪽이 이른 시기에 만들어진 걸로 추정된다고 한다.

사진 정면 방향이 '골짜기' 쪽이다. 나도 이 골짜기 따라 산청으로 향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석축을 배경으로 한 컷. 석축 색깔이 얼룩덜룩한 걸로 봐서 대부분 복원한 것으로 보인다. 중간중간 튀어나온 돌들은 석축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역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는데, 역시 석축보다 뒷쪽 산에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정말 아름다운 폐사지인데 포스팅 실력이 영 부족해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래도 사진은 만족할 정도로 찍혀서 이 포스팅을 보시는 분이 이 절의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상상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핑백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