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더없이 맑은 가을날, 성삼재와 사성암 ├광주, 전라, 제주

대표 사진은 사성암에서 내려다보는 구례 읍내 사진으로...지난번 미세먼지인지 오존인지 모를 뿌연 안개에 둘러싸인, 같은 구도와 비교해 보면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다. 이때가 오전 9시경이었는데, 안개가 서서히 걷혀가는 모습이 정말 멋졌다.

아침부터 부지런한 찍사 아저씨들이 와 계셨는데, 그 중 한분께 여쭤보니 하늘과 강의 파란 색, 산의 푸른 색, 그리고 가을 들녘의 황금빛이 대비를 이루어 이 곳이 선호된다고. 확실히 이 즈음밖에 볼 수 없는 귀중한 풍경이다.

연휴 초반에 남도를 갔다 왔는데, 크로아티아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지만 그 이야기를 잠깐 하고자 한다. 사실 연휴 중에 크로아티아 여행기를 끝내 놓고 또 다른 판을 벌리려고 생각했었는데, 이 사진을 빨리 포스팅하지 않으면 아까울 것 같아서...어차피 크로아티아 여행기도 앞으로 많아야 두 편하면 끝난다고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여행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그동안 몇 번 이용하면서 한 번도 사진으로는 남겨보지 않은 오산시외버스터미널이다. 역에서 길만 건너면 있는 정말 놀랄 만한 접근성이지만, 가건물에 대합실도 좁고 다소 아쉬운 터미널이다. 옆에 환승센터가 지어지고 있는데, 삽 뜬지 꽤 된지로 알고 있건만 어른의 사정으로 공사가 상당히 오래 미루어지면서 이 가건물도 예상보다 오래 쓰고 있는 중이다. 환승센터는 절찬 공사중으로 나무위키에 따르면(...) 올해 말 완공된다고 한다.

보통 이 터미널로 들어오는 대부분의 하행 노선은 수원터미널에서 출발하는데, 특이하게도 내가 타려는 전주행 노선은 광명 철산역에서 출발한다. 수원터미널 출발 노선은 제 시간에 들어오는 법이 없는데 이 버스는 시간표를 넉넉하게 짰는지 출발시각 수 분 전에 들어와서 정시 출발하였다. 버덕 정도나 관심을 갖겠지만 금호고속 운행에 전주'고속'터미널행임에도 시외 면허다. 왜 시외면허인지는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실 테고(...)

휴식은 당연히 정안휴게소에서. 이 버스는 정안에서 환승할 수 없는 걸로 알고 있어 굳이 정안에서 휴식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역시나 위치의 적절함인지...어차피 연휴 기간에는 환승정류소는 폐쇄된다.

정안휴게소에 서서 먹는 우동집이 생겼다! 나오는 것만 금방 나온다면 휴식시간 15분만에 후딱 한 그릇도 가능할 듯.

수많은 버스들.

전주에 도착해서 그간 차 대기가 어려워 그냥 지나쳤던 객사쪽 구경도 하고

남부시장에서 순대국밥도 먹고 스타벅스에서 프라푸치노도 한 잔 먹고(아마 올해 마지막 프라푸치노일지도) 해질녘에 다시 터미널 근방으로 돌아가 차를 빌려서, 섬진강가의 모텔에서 하룻밤 잠을 청했다.

친절하신 주인 아저씨께서 날이 밝아지면 강이 잘 보일 거라고 높은 층의 방을 주셨는데, 미안해요 아침 일찍 나가려니 안개가 껴서 잘 안 보이네요 ㅠㅠ

안개가 끼어 있다면 안개보다 더 높은 고도를 올라가면 된다. 이곳은 노고단으로의 길목인 성삼재 휴게소. 참고로 구례에서 들어가려면 천은사 입장료도 내야 하고(나는 워낙에 이른 시간에 들어가 그런지 매표소가 열지 않았다) 성삼재 휴게소에서도 주차요금을 받는다.

개인적으로는 미시령이나 한계령보다 더 운전하기 힘든 길이었다. 성삼재가 1070고지인데, 한라산 1100고지도 이번과 똑같이 LPG 차를 몰고 올라갔었다. LPG 차라고 해서 눈에 띄게 힘이 딸린다던가 하는 문제는 없었지만, 이런덴 미세먼지의 주범 경유차를 빌려 올라가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이 험한 길을 노선버스가 올라간다는 건 신기했다.

아침해가 산에 걸린 건지 아랫쪽 동네에는 산그림자가 져 있다.

파노라마 샷으로.

역시 등산객을 대상으로 하는지라 새벽 3시부터 버스가 다닌다. 구례구역이야 심야 열차가 있다는 모양이지만 터미널에는 심야 버스가 있었던가...? 아무래도 읍내에서 눈을 붙이고 올라가려나.

휴게소 앞 데크에는 곰 아저씨가 앉아 있다. 멀리 낮게 구름이 깔려 보이는 곳이 섬진강으로, 좁은 골짜기에 습기를 머금기 쉽다 보니 그 부근만 안개가 끼는 듯...?

성삼재 휴게소를 올라가기 전에 작은 휴게소가 한 곳 더 있는데, 이 곳에서 보는 경치도 각별하다. 섬진강 유역 골짜기에만 안개가 피어 있으니 이 안개구름이 섬진강인 듯 하다.

여전히 안개가 끼어 있는 구례읍내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기왕지사 차를 혹사(?)시키는 김에 사성암도 한번 올라가 보기로 했다. 

대체로 봄에 갔다온 사진 구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데, 안개도 점점 걷혀가고 있고 대륙의 공장들이 쉬기 때문에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 아래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큰 보람이었다.


첫 사진을 찍은 위치에 처음 도달했을 때 찍은 사진이다. 해가 나자 불과 수십 분 만에 안개가 걷히는 모습도 신기해 보였다.

내려갈 때쯤 되니 강 상류의 안개도 전부 걷혔다.

마지막으로 사성암 전경을 뒤로하고, 다시 섬진강을 건너 쌍산재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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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enat 2017/10/29 22:39 # 답글

    대표사진이 어마무시하게 아름답네요. 가을무렵 벼익은 논이 어우러진 마을을 찍을 수 있는 사성암을 머릿속에 저장해두고 있는 중입니다... 사성암 사성암... 이렇게 중얼거려도 나중되면 다 까먹고 아 거기 어디였지? 하면서 다시 블로그를 찾겠지만요 ㅋㅋㅋㅋ
  • Tabipero 2017/10/29 22:47 #

    남도 쪽에 요새 필이 꽂혀서(?) 곧잘 가고 있는데 구례의 명승지 중에서도 가히 추천할 만한 곳입니다. 절 입구 주차장은 협소한 편이라 아침 일찍이나 저녁 늦게가 아닌 한 보통은 산 아래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올라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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