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13) -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서 자그레브로 유럽/미쿡 여행

(지난 포스팅)에서 이야기한, Gate 2로 가는 코끼리 열차 정류장으로 가기 위해, Gate 1으로 올라갈 수 있는 지그재그 경사로를 오르고 있다. 이렇게 폭포를 넓게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가 중간에 있어 한 컷. 단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이미 해가 점점 져 가는지라 광량이 부족한 것 정도려나.

다음날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아침 일찍 트래킹을 시작해 이곳에 해가 쨍쨍한 한낮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이라 더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5mg정도 들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흐린 하늘에 비가 오락가락하는 플리트비체를 보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이려니...


어딘가 가이드북 하나쯤에 나왔을 법한 구도. 지난 포스팅의 박쥐 동굴로 들어가는 삼거리 근방일 거다. 이 시간이 이미 오후 7시경. 

트래킹의 끄트머리라 방심하고 있었는데 코끼리열차를 타러 가는 길에 골짜기를 조망할 수 있는 멋진 뷰포인트가 산재해 있었다. 이제 곧 플리트비체와 작별이라는 아쉬움에 조금이라도 멋진 풍경이 보이면 수시로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하부 호수의 Gate 1 근처(라고 하기에는 1km 가량 떨어져 있다)에서 Gate 2로 가는 코끼리 열차. 그 생김새 때문에 본 포스팅에서는 코끼리열차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데 선두차(트랙터) 1량이 2칸의 트레일러를 끌고 다니는 형태다. 이쪽은 아마도 전기차로 기억하는데 처음에 Gate 2에서 상부 호수로 갈 때 탔던 차량은 엔진소리나 배기가스의 존재로 봤을 때 디젤차였다. 급구배를 올라가기 때문에 디젤엔진이 필요했던 건지, 아니면 그냥 랜덤으로 디젤차와 전기차가 번갈아 가며 걸리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쪽은 길도 비교적 평이하고 막차 시간대라 마주오는 차가 없어서 그닥 감흥이 없었으나, 처음에 상부 호수 쪽으로 올라가는 코끼리열차를 탔을 때는 그 꼬불길을 트레일러 두 칸을 끌고 교행까지 해가며 운전하는 솜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백담사 골짜기를 오가는 버스 기사도 이 광경을 보면 놀라지 않을지...?(그나저나 이제 용대리 버스기사님들이 열일하는 단풍철이...)

내가 갔을 때의 막차는 저녁 8시,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니(물론 관광객이 몰리는 시간대는 배차간격이 줄어든다) 7시 반에 탄 이 차는 막전차다. 역시나 타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리니 해가 져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숙소에 전화를 걸어 픽업을 부탁했더니 낮에 뵈었던 분과 다른 아주머니께서 다른 차를 몰고 오셨다. 마을 민박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건지, 다른 직원인지, 아니면 친척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일용할 생수와 피곤할 때 최고의 피로회복제가 되어 주었던 스프라이트를 사기 위해 가까운 수퍼가 어디 있냐고 물어봤는데 친절하게도 수퍼까지 차를 대 주시고 기다려 주셨다. 

별표 친 곳이 우리 숙소였고 수퍼마켓은 의외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차로 갈 때는 그렇게 멀어 보였는데...) 아무튼 걸을 대로 걸어 지친 우리들에게는 너무도 고마운 친절이었다. 지도상에 Bellevue 호텔과 예제르체 마을 사이 실선이 나 있는데 이쪽이 Gate 2 쪽으로 가는 지름길(같아 보이지는 않지만 어쨌던...)인 듯 하다.

사실은 슈퍼마켓 아래에 있는 Bistro 뭐시기에 가려고 했었는데, 일단 물통 등 짐이 있으므로 짐을 놓고 저녁을 먹으러 다시 나가기로 했다. 그러다 숙소에서도 저녁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유료. 인당 2마리씩의 생선(아마도 송어일 듯?)이 포함된 저녁식사가 10유로였던가...12유로였던가...와인도 잔으로 팔았는데 아마도 잔당 2유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진의 생선 먹은 모습이 영 엉성한데 낮에 본 주인 할머니께서 평생 생선 처음 먹어본 것 같이 생선을 발라먹는 모습이 안타까우신 건지 직접 생선 뼈 바르는 방법 시범을 보여주시는데 포크 두 개로 정말 능숙하게 바르신다. 그래서 두 마리째 생선은 좀 더 예쁘게 발라먹을 수 있었다.

여담인데 이 식사에서 먹은 와인이 (기내를 제외하고) 처음이자 마지막 크로아티아에서 먹은 와인이었다. 자고로 지중해 인근에서는 와인을 먹어야 한다고 하는데 난 아직 와인 맛을 몰라...다만 이 이름모를 잔당 2유로짜리 와인은 맛있었다. 한 잔 더 시켜 먹을 뻔!

우리가 잔 방은 트리플 룸이었는데, 흐바르에서는 내가 작은 침대에서 잤으니 이날 밤은 큰 침대에서 자기로 했다. 담에 또 같이 여행갈 일 있으면 이 다음은 내가 작은 침대를 쓸 차례다. 뭐 그것까진 좋은데 지지난 포스팅에서 살짝 언급했듯 매트리스가 곳곳이 꺼져 있어서...주인아주머니 민박 번성하시고 돈 좀 벌면 매트리스 좀 갈아주세요 ㅠㅠ

다음날 아침을 먹고(아침식사대로 수 유로 정도가 따로 청구되었다...만 뭐 여기서 달리 끼니를 해결할 방법이 없지!) 자그레브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갔다. 자그레브로 가는 버스 역시 마을 바로 앞의 버스 정류장에서 탈 수 있었는데. 이번 버스는 짐 값을 따로 받고, 차장이 카드 단말기를 가지고 있어 카드 결제가 가능했다. 인당 90쿠나 가량이 들었는데 이게 짐 값을 합한 건가 안 합한 건가 가물가물하다. 짐값은 17쿠나던가를 받았던 걸로 기억. 덧붙여 운임이나 수화물 정책은 버스 회사마다(즉 시간대마다) 다르니 참고하시길.

차를 타고 가다가 뜬금없이 발견한 한글! 방금 전에 검색해 보니 대부분의 한국발 패키지 관광객들이 거쳐가는 유명한 쇼핑센터(?)라는 모양이다. 발사믹 식초나 아로니아 등등을 팔고 있다는 듯.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전 중간의 Karlovac이라는 도시의 정류장에서 우리가 타고 온 버스를 찍어보았다. 플리트비체에서 자그레브까지는 2시간 남짓이 걸리는데, 중간에 휴게소에 쉬는 대신 이곳에서 10분간 정차한다. 화장실이라도 해결하려 했더니 돈을 받길래 그냥 도착해서 가기로...

Karlovac이라는 도시 이름이 눈에 익는데 바로 이때까지 마셔왔던 맥주 이름이 Karlovacko였던 것. 주조 공장이 이 도시에 있는 모양이다.

뒷쪽으로 광역철도쯤으로 보이는 전철이 보이는데 아마 자그레브까지 이어져 있겠지...?

아무튼 이번 여행의 마지막 도시인 자그레브에, 당초 예정보다 10시간 정도 빨리 도착했다(원래는 이 시간에 플리트비체 트래킹을 하고 있어야 했다). 계획상 자그레브는 그냥 잠만 자고 다음날 공항으로 향하기 위한 거점이었기에, 뭘 해야 할지 감이 없었다. 쇼핑 정도...?

사실 이때까지 크로아티아가 구 공산권 국가였다는 사실이 잘 실감나지 않았다. 스플리트 궁전 뒷쪽으로 보이는 멋없고 오래돼 보이는 고층 아파트들 풍경으로 살짝 맛보기를 했지만. 그런데 자그레브에 오니 동유럽스러운 전차가 다니고, 꼭 우리네 옛날 주공아파트같은 아파트촌이 보이고, 날씨가 좀 흐려서 그런가 묘하게 칙칙한 느낌이 드는게 이때까지의 다른 휴양도시 혹은 관광지와는 좀 다른 분위기였다.

버스터미널에서 걸어갈 만한 거리에 있는 더블트리 바이 힐튼 호텔. 이때까지 묵었던 곳들과 비슷한 가격에 시설은 이때까지의 호텔 중 가장 좋았다.

깔끔한 베개와 침대. 미니바도 있고(함부로 꺼내먹으면 나중에 악마적 청구서를 받아들겠지만) 아무튼 이번 여행 중 가장 구색을 갖춘 호텔이었다. 화장실에는 욕조도 있어서 간만에 목욕도 했다.

전망도 꽤 좋아, 사진의 방향은 아니지만 멀리 중심가인 옐라치치 광장 주변도 보인다.


점심을 어디 가서 먹을까 하고 의논하는 사이 플리트비체 일정을 무리해서 하루 당긴 원흉(?)인 비가 오기 시작한다. 그것도 꽤나 세차게. 이렇게 되면 어떻게 점심을 해결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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