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3) - 부자 카페, 루블리에나 요새 유럽/미쿡 여행

새삼스럽지만 게이머즈 개꿀잼이네요...여러분 게이머즈 보세요 두번 보세요.


성벽 투어의 남단은, 카약 투어를 할까 안 할까의 고민이었다.

두브로브니크에 대해 이것저것 많이 알아본 동행은, 두브로브니크에서 카약을 타고자 하는 꿈을 키우고 있었다. 문제는 내가 별로 안 내켰다는 것. 사실은 계획 단계에서 확실한 거부 의사를 보이는 게 맞았을 텐데, 일단 가서 생각해보자 하고 이야기를 했다. 혹시나 여행 가면 그 여행 분위기에 휩쓸려 나도 거기 동참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두브로브니크에 와서도 카약은 영 귀찮다. 나는 이 여행에 있어 시종 꽃할배의 '백일섭'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순재가 +5, 백일섭이 -5인 척도로 표현하자면 동행은 +3 정도고 난 -4 정도였다. 심지어는 여행 준비할 때도 딱 그 정도였다. 중고서점에서 크로아티아 가이드북을 샀을 때는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였고 그 때가 아마도 최대 의욕이었을 것이다. 한번 휘리릭 읽고 동행에게 넘겨줬다. 크로아티아 심카드에 대해서도 출발하는 당일에 인천공항 게이트 앞에 앉아서 찾아봤었다. 유랑도 들어가보지 않았다. 카약이든 뭐든 알게 뭐람...이었다.



그러면 혼자서 타러 갔다오면 어떤가 했는데 또 그건 그것대로 모양새가 그렇다. 주로 2인 1조로 타는 모양이었다. 짝이 안 맞는 사람은 현지에서 어떻게든 짝을 지어준다는 모양이지만. 어쩌면 어물쩡 넘어간 게 화근이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계속해서 권유해대는 통에 나는 사실 좀 짜증이 나 있었다.

뭐 어찌저찌 그 친구가 날 이해해 준 바 그는 유랑에 올려 결국 카약을 같이 탈 사람을 찾았고 그 사람하고 선셋 카약을 타게 되었다. 여행이란 게 혼자 가지 않는 이상 어떻게든 의견 충돌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생각보다 그게 좀 일찍 왔었던 듯. 한동안 혼자서 여행을 다니다 보니 잊고 있었다. 이걸 합해서 여행동안 약 세번 열받았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별 것 아닌 건데 참...

타고 온 그 분에 따르면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사실 아직도 타고 싶진 않다만...타 본 사람만 알겠지.

한동안 꽃할배 꽃누나 꽃청춘 등등 시리즈를 보면서 뭔가 침소봉대된 듯한 사람간의 갈등과 좀 과하다 싶은 감동 코드는 좀 질린 게 사실이었는데(마지막회를 제외한 알쓸신잡은 그런 면이 없어서 마음에 들었다) 어쩌다 보니 그런 포스팅을 해 버렸다.

아무튼 성벽투어로 돌아와, 첫 사진에 나온 카페가 유랑 같은 커뮤니티에서 유명한 '부자 카페(구글맵에는 Buza Bar라고 표시)'. 바로 위 사진의 작은 가게 이름은 'Bard Mala Buza'라고 나와 있다. 두 곳 다 성벽에서 나와야 접근할 수 있다.

참고로 Buza는 구멍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딱 '개구멍'이라는 말이 어울리겠다. 북쪽 문도 '부자 문'이라고 했었는데 가이드북에는 북쪽 문의 이름을 붙이지 않고 '북쪽에도 문이 있다'는 식으로만 언급했던 이유를 좀 알 것 같다. 개구멍에 가까운 뜻이라도 우리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문이었다.

수평이 맞지 않게 사진을 찍었는데 이렇게 성벽 위 중간중간에도 카페나 바가 있다. 사실 이런 곳들의 가격은 별로 싸지 않다. 장소값이려니...하고 먹어야지...

크로아티아 여행을 하면서 계속 입에 붙게 되는 단어가 'ㅊㄹ'이다. 두브로브니크는(사실 이후에 들르는 흐바르나 스플리트도) 아무래도 휴양도시이다 보니 숙박비부터 시작해서 물가가 다소 높은 편이다. 나는 몇 차례 저녁을 먹으며 소개팅을 하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사실 이날 저녁은 샌드위치였지만. 숙소에 주방이 있다면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고기를 구워 먹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실제로 흐바르에서는 삼겹살을 구워 먹기도 했다(나중에 얼마나 자세히 언급할지는 모르겠지만 적당히 곁들일 야채가 없다는 게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었다). 자그레브가 그나마 물가 수준이 좀 나았는데, 뭐 여행의 끝이었으니...

어쨌건 혹시 두브로브니크를 관광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그런 건 감안하셨으면 한다. 절약할 땐 절약하더라도 쓸 땐 쓰는 게 이곳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연유로, 부자 카페.

성벽 투어로 아픈 다리를 적절히 쉬어줄 수 있었다. 우리는 성벽에서 바로 내려가는 길이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고 수도원까지 가서 성벽을 내려가 왔던 길을 돌아가야 했다.

보통 여행지에서의 낮술은 컨디션 저하를 이유로 지양하는 편이지만, 이날 우리는 시에스타를 즐기기로 했으니 술 한잔쯤 마셔도 상관이 없다. 한국이 '찌는 듯한 더위'면 여기는 '타는 듯한 더위'다. 지중해성 여름이 그늘에 있으면 좀 시원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어느 쪽이든 견디기 힘들다. 가이드북에서는 겨울철의 크로아티아 여행을 말리는 논조였는데, 피해야 할 계절에 한여름도 들어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에서 그리스의 한 휴양지 섬의 겨울의 을씨년스러움을 표현한 글을 보면 가이드북에서 겨울의 크로아티아를 말리는 것도 이해가 가기도 하고.

두브로브니크 성을 바깥쪽에서 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유람선도 운행하고 있다. 맨 앞은 뭔가 옛날 배 같지만 제대로 모터는 달고 있겠지...나같으면 카약을 타기보다는 이런 쪽을 탈 것 같다. 결국에는 이 유람선도 타지 않았지만.

일본 성에 대해 포스팅했을 때도 한번 언급했었던 것 같은데, 이런 시가지를 둘러싼 성이라는 개념이 희박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면 신기하다.

카약 타는 사람들.

부자 카페를 아랫쪽에서 올려다보면 대략 이렇다. 이때가 11시경이었는데 벌써 바닷가 자리는 차 있다.

사진의 'Cold Drinks'라고 표시된 쪽이 부자 카페로 가는 작은 문이다. 동행이 검색한 바로는 '찾기 힘들다'고 하는데 그게 오히려 찾는 데 도움이 되었다. 뭐 요새는 구글맵과 GPS가 다 알려주니까...

별 의미없이 골목 한 장. 마치 베네치아의 대운하 남쪽같이 이쪽도 플라차 대로 남쪽은 비교적 덜 붐비는 것 같다.

무슨 교회겠고 유서는 깊을 것 같은데 딱히 들어가진 않았다. 이때의 나는 백일섭도(度) 4이었으니. 그리고 반바지 입고 들어가도 되나 이런 곳...?(그러고 보니 경주를 방문한 외국인들이 한국 사찰은 딱히 반바지 등을 제재하지 않는 걸 보고 의외였다고 한다).

일본에 훼미리마트가 있고 홋카이도에 세이코마트가 있다면 크로아티아에는 Konzum이 있다. 거기서 물과 일용할 양식을 보급한 후 가이드북에 소개된 피잣집에 갔다. 우리는 정통 이태리 피자(...)를 생각하고 피자 한판이 한 명이 먹을 양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한 판만 시켰으면 딱 좋게 먹었겠으나 불행히도 한 판이 거의 먹지 않은 채로 남게 되어 포장해 숙소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이 피자는 다음날 아침의 일용한 양식이 되었다(...) 결국 최후의 한 조각은 남아 할 수 없이 숙소에 남겨두고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이때 피자에 질린 우리는 이후 피자라면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었다(...)

참고로 저 스파게티같은 녀석은 스파게티가 아니고 피자다. 나름 특이한데 치즈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

이 이후 숙소에 들어가 샤워와 간단한 빨래를 하고 낮잠을 잤으니 4시까지의 사진 기록이 없다. 아파트 단기 렌트같은 거라 룸 서비스 같은 건 없는데 한낮에 들어가 쉬는 입장에서는 그게 차라리 나았다. 4시경 발코니에서 별 의미없이 이 사진을 찍었고 다시 숙소를 나간 건 저녁 6시경이었다.

두브로브니크에 떨어진 지 근 20시간만에 플라차 대로라는 곳을 밟아 본다. 정말 각국의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곳. 사족인데 중국인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여기도 사드배치라도 한 건가...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한 루블리에나 요새에서 해질녘의 두브로브니크 구시가를 바라본다. 여기서 보는 해질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하여 일부러 시간 맞춰 찾은 것. 이 요새 문 닫는 시간이 저녁 7시라 좀 서둘러야 했다.

새삼스럽게 느끼는데 일부러 이런 바다 절벽에 성을 쌓아 도시를 만든 걸 보면 어지간히도 외침이 불안했던 모양이다.

석양이...진다.

이런 곳에서 또 파노라마 샷이 빠질 수 없다!

이렇게 두브로브니크의 둘째날, 실질적으로는 첫날 저녁이 저물어 간다. 이거 도대체 언제 완성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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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블루 2017/09/13 12:16 # 답글

    요즘 열심히 추워지는 와중에 사진보니 따뜻한 기분이 드네요. 크로아티아도 언젠가 꼭 가보고 싶습니다
  • Tabipero 2017/09/14 04:34 #

    그쪽은 벌써 추워지나 보군요. 여기는 새벽에만 춥습니다 ㅠㅠ
    덧) 네이버 블로그로 옮기고 일단 구독은 하고 있는데 이래저래 댓글은 못 달고 있네요 ㅠ 댓글달기용 아이디를 하나더 파야하나...
  • 블루 2017/09/15 04:14 #

    저도 네이버 카페 활동하는 아이디와 블로그하는 아이디는 별개에요 (...)
  • TORY 2017/09/13 14:24 # 답글

    중국인들이 두브로닉엔 아직이었군요! 오오
    아드리아해의 색이 너무 예뻐요..
  • Tabipero 2017/09/14 04:37 #

    어딜 가도 보이는 중국인 관광객이 여기는 별로 없더군요.
    아드리아해...날 잡아서 좀 덜 번잡한 해변에서 휴양이라도 하고 싶더군요 ㅎㅎ
  • enat 2017/09/29 22:37 # 답글

    중국인을 볼 수 없는 관광지라니 빨리 가봐야겠네요! (...)
    숙박하신 아파트 뷰가 워낙 좋아서 그냥 아파트 베란다에 멍하니 앉아만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ㅠㅠ
  • Tabipero 2017/09/29 22:53 #

    네 그래서 두브로브니크에서는 상대적으로 잘 안 나다녔습니다! 가만 앉아있어도 성벽 투어를 한 효과가 나는데 뭣하러 땡볕 아래 고생을(...) 가뜩이나 백일섭도가 높은 상태에서 숙소까지 저러니 그냥 멍 때리기만 해도 대만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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