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남해 여행 - 별아라 게스트하우스, 서상양조장, 다랭이논 등등... ├부산, 울산, 경남

문득 묵혀놓은 여행기가 생각나서 마무리하여 업로드합니다. 방문은 2016년 5월 말이었습니다.
앞 포스팅은 여기에서.

(지난번에 이어)...라고 하기에는 갑자기 이것저것 건너뛰었는데, 중간에 이렇다할 찍은 사진이 없다. 사실 이 게스트하우스 전경 사진도, 다음날 찍은 것.

보리암에 가기 위해 30분 남짓이었지만 '등산'을 하면서 갑자기 허기가 몰려왔다. 생각해보니 아침으로는 휴게소 호두과자를 먹고, 점심으로는 11시경 스타벅스 프라푸치노(사실 이거 칼로리가 웬만한 밥 한끼 뺨친다고 하긴 하다만)를 먹고 별달리 먹은 게 없다. 비상식량의 중요성을 절감한 나는 다시 '스모프 양념통닭'이 있는 이동면으로 돌아가서, 편의점에서 4시경 늦은 점심을 먹고, 숙박비를 지불할 현금을 인출한 후, 하나로마트에서 비상식량을 사...긴 했는데 이건 밤에 안주로 요긴하게 쓰였다.

이 블로그에서 몇번이고 언급했는지 모르겠는데 이런 시골에는 우*은행, 국*은행 이런건 다 필요없고 농협이 갑이다. 학교에서의 주거래은행이 농협이었기 때문에 농협 계좌를 틀고 있다가 지방에서의 편의성 때문에 학교를 떠나서도 농협 계좌는 해지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럴 때 말고는 좀체 안 쓰는게 사실이라...하도 안 썼더니 인출 정지가 되어 있었다.

마침 창구가 문을 닫지 않아 인출 정지를 풀고 다시 돈을 뽑으려 했더니 계좌 잔액이 천얼마(...)

결국에는 걸어서 약 3분 거리에 있는 새마을금고에서 새마을금고 카드로 돈을 뽑아 썼다. 지방 소도시에서 농협이 갑이라면 새마을금고는 을쯤 되려나. 생각지 못했는데 우체국도 있었다. 웬만한 면 소재지에는 농협, 우체국, 새마을금고 정도는 있으니...특이하게 이곳 새마을금고는 자동화기기가 별도로 분리된 구역에 있지 않아 새마을금고가 문을 닫으면 못 쓰게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다만 4시가 넘어서도 농협이나 새마을금고의 문은 잠겨 있지 않았는데, 원래 영업시간이 유동적인지, 아니면 이때가 한창 마늘수확이다 모내기다 농번기라 연장 근무를 하고 있을지도.

아무튼 그렇게 볼일을 마치고 미국마을을 거쳐(미국에 살다 오신 분들을 위한 정착촌이라는데, 독일마을보다는 규모가 적다. 미국마을 자체보다는 그 마을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 경치가 일품인데 안타깝게도 사진을 찍지 않았다) 일단 이날 숙소로 예약한 별아라 게스트하우스로.

남해에 몇 개의 게스트하우스가 있는데, 예전에 인터넷으로 찾아보다 방에서 바로 바다가 보이는 모습이 멋있겠다 해서 이곳을 숙소로 잡았다. 창문을 열면 파도소리가 들린다! 신축 건물이라 시설이 깔끔하다는 것도 장점이겠다.

이날은 밤부터 오전까지 비가 오락가락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이곳 건너편이 바로 여수 앞바다다. 비오는 밤에 여수 밤바다를 바라보며 한잔 하는 나름 낭만적인 경험도 했다.

원래는 편의점에서 맥주를 한캔 마시려다가ㅡ사실 숙소에서 가까운 편의점은 읍내에나 가야 있다. 근처 서면(면소재지)의 하나로마트는 국산 맥주밖에 안 보이고...게스트하우스에 붙어있는 카페에서도 맥주를 팔긴 한다ㅡ게스트하우스 주인분의 추천으로 면소재지의 양조장을 찾았다.

시간이 늦어서(보통 이런 시골은 오후 7시쯤이면 웬만한 가게가 문을 다 닫는 느낌이다. 하나로마트도 영업시간이 6시 반까지던가 7시까지던가...) 문을 열었나 걱정했었는데 다행히도 노부부 내외께서 가게를 지키고 계셨다.

술알못이라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술을 거르는 동안 안주인분께서 양조장 뒷뜰(?)의 고목과, 알로에를 비롯한 이런저런 식물을 심어 놓은 정원을 보여 주셨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이곳에 대해 검색해 보면 포스팅마다 이 뒷뜰 식물원(?)에 대한 이야기는 빼놓지 않고 나오는 걸 보아, 양조장 투어 필수 관광 코스(?)인 듯 하다.

할아버지께서는 서울에서 공대를 나와 포항제철에 재직하시던 중, 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가업을 잇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왔다고 하신다. 당신들이 빚은 술에 자부심이 대단하신 듯...많이 마셔도 다음날 숙취가 없다고 자랑하시는데, 만약 마시고 다음날 머리가 아프면 당장 달려가서 따지려고 했다^^;; 이날 팔자에도 없이 막걸리 한 병을 다 마셨는데, 정말로 다음날 숙취가 없었다!

술알못이라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했는데, 다음날에 전주(물을 타지 않은 진국...이라 그래야 하나)를 받을 수 있는 모양이었다. 연락처를 남겨 주면 전화하겠다고 하시는데, 서울까지 가져갈 방법도 여의치 않고 하여 여건이 되면 연락 드리고 사가겠다고 했다.

술알못이지만 이곳 막걸리가 특별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독특한 향에, 다른 막걸리보다 걸쭉해 마시면 든든하다고 해야 하나. 어쨌건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한번 들러보시길. 단 음주운전은 하지 마시고...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생산량이 적어 남해 밖에서 보기는 힘들다고 하다. 다섯 시간 가까이 걸리는 서울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혹시나 서울에서 보신 분들은 좀 알려주시길...).

술병을 비닐에 꽁꽁 싸서(아시겠지만 막걸리 용기는 완전 밀폐가 아니다!) 다랭이논으로 향했다. 사실 여기는 다음 날 가려고 했었는데, 그래도 해 지기 전 한 곳이라도 더 구경하는게 낫지 않을까 해서 들러 보았다.

남해의 도로 사정을 어떻게 봐야 하나...아무리 그래도 비포장도로는 아니지만 중앙선이 그어져 있지 않고 일반 2차선 국도에 비해 길 폭이 약간 좁은 곳이 곳곳에 있다. 내가 갔을 때는 한창 마늘 수확철이라, 경운기를 조심해야 했다. 아무래도 어르신들이 많은 곳이라 보행중인 어르신이나 전동 휠체어에도 조심을...경운기나 전동 휠체어에는 똑같이 생긴 반사판이 붙어 있었는데 아무래도 군에서 나눠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논 한칸한칸 색깔이 다른 게 무슨 미술 작품같은데(덧붙여 사진 바깥쪽은 바다다! 날씨가 좋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가 이곳을 찾아갔을 때(5월 말) 이곳에서는 마늘을 수확하고 그 자리에 모내기를 한다고 한다. 말로만 듣던 이모작.

그러니 사진에 바로 보이는 논은 마늘 수확을 막 끝낸 곳이고, 그 아래는 물만 채워 놓고, 그 아래는 모내기까지 끝내 놓은 것이다. 참고로 (2016년)현충일 연휴에 모내기 축제를 했다고 한다. 6월 초중순이면 푸른빛으로 채워진 논을 볼 수 있을 듯.

편의점에서 머릿고기던가 족발이던가 안주거리를 사서 돌아와 저녁 대신에 먹었다. 바다가 보이는 맘스터치도 이 때 알게 된 것이다. 결국 지난 황금연휴때 맘스터치에 들러 싸이버거를 먹었다.

밤에는 게스트하우스에 찾아온 손님들이랑 사장님 내외랑 같이 술을 마셨다. 본래 정기적으로 술자리를 열고 그런 곳은 아닌 모양이지만, 숙박객도 많지 않고 이런저런 형편이 맞아서 급 술자리가 만들어졌다. 이럴줄 알았으면 서상양조장에서 말통에 술을 가져올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막걸리는 이미 머릿고기과 함께 사라진 뒤였다.

게스트하우스 1층에는 테라스가 있는 카페가 있어 거기서 술을 마시다가, 비가 많이 오자 실내로 이동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 곳은 다음날 아침식사를 하는 장소로도 유용하게 쓰인다. 토스트하고 바나나였던가...? 역시 갔다온 지 오래 되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장소가 장소인지라 투숙객 모두 차를 끌고 왔다. 기억으로는 대부분 진주나 창원, 포항(울산?) 등지에서 왔고 내가 제일 멀리서 온 것 같다. 대중교통으로 올 수도 있기는 한데, 아시다시피 이런 시골은 대중교통 사정이 썩 좋지 않은지라...

참고로 게스트하우스 홈페이지는 여기다.

다음날은 느지막히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다시 다랭이논으로 향한다. 전날은 아랫쪽까지 안 내려가 봤지만 이번에는 아랫쪽까지 내려가 본다.

일관적으로 날씨 탓을 하고 있는데 역시 날씨가 날씨인지라...날이 이런데도 적잖은 사람들이 이곳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쪽은 미조 가는 길에 있는 숨겨진(?) 다랭이논이라고 하는데, 역시 아직 모내기도 안 한 상태라, 벼가 어느 정도 자라면 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겨진 다랭이논이라고 말은 하지만 남해 자체가 산이 많고 평야가 얼마 없어(보여서) 곳곳에서 다랭이논을 볼 수 있었다.

이쪽은 상주은모래비치. 역시 흐린 날씨가 아쉽다. 
남해의 최남단인 미조항을 찍고 오려고 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어 남해군의 동쪽 해안으로 올라가 진주로.

진주에 오니 거짓말처럼 날이 개어 있었다(...) 렌터카를 빌렸을 때와 역순으로 렌터카를 반납하고, 개양정류장으로 향한다.

예전에는 개양정류장에서 하차만 되고 승차는 안 되었던 걸로 알고 있었지만, 고속버스 단말기가 바뀌면서 승차가 가능해졌다. 미리 모바일로 예매해서 QR코드를 띄워 놓거나, 아니면 좌석이 남은 경우에 한해 차내 단말기 조작으로 승차권 결제가 가능하다. 이때는 앱을 갖고 있지 않아서 차내에서 승차권을 발권받았다. 영수증 종이에 딱 영수증같이 보이는 승차권을 받는 경험도 좀 특이하다.

근 1년동안 이 포스팅을 묵혀두었는데, 정작 보니 뒤에 쓸 만한 이야기는 얼마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이 여행의 가장 큰 소득은 바닷가 드라이브였을 터인데, 여러모로 날씨가 안 도와주었기에 돌이켜보면 이 여행에서 가장 큰 소득은 서상양조장이었다. 이번에도 서상양조장을 거쳐가긴 했는데, 올라갈 길이 지난한지라 막걸리 한 병 사 오지 못한 게 아쉽다.

뭐 그래도 그런 아쉬움이 남았기에 지난 황금연휴 때 다시 방문할 수도 있었으니, 좋은 파일럿 여행이었다고 봐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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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뽀다아빠 네모 2017/05/15 21:56 # 답글

    딱 10년 전에 남해다녀왔는데,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네요~~다랭논도 인상적인데 논에 박혀있던 돌 들이 탐 특이했었죠. 왜? 논에 큰 돌들이?

    양조장~~입에 침이 고이는 이유는? ㅎ
  • Tabipero 2017/05/15 22:20 #

    위에서 굴러내려온건지...설마 모내기하기 전에는 다 치우겠죠?
    술 좋아하시는분들은 만족하실 것 같습니다. 운전대만 잡지 않았어도 ㅎㅎ
  • 뽀다아빠 네모 2017/05/15 22:27 #

    http://pp19in.egloos.com/2113530 이런 풍경이었어요~~
  • Tabipero 2017/05/15 22:34 #

    돌이라기보다는 바위에 가깝네요. 논을 만들면서 어찌 치우지 못한 돌들 같아보입니다.
    이런 땅에도 조금이라도 더 벼를 키우겠다고 논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니 부지런하다고 해야 할지, 그만큼 어렵게 살았다고 해야 할지...
    그 시절이면 순천완주고속도로도 없었을 텐데 정말 지금의 배의 시간이 걸리는 멀고먼 길이었었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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