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여행 제 2탄 - 새벽부터 목포행(유달산, 카페 행가집) ├광주, 전라, 제주

5월 1일 아침에 집에 도착해서 쉰 후, 2일, 3일은 근무였고 4일은 쉬는 날이었다. 원래라면 그냥 집에서 뒹굴거리며 영화나 보러 갈까 했는데, 갑자기 마음이 동해서 목포로 향했다. 최근의 여행들이 내가 직접 운전하는 즐거움이라면 ㅡ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 맘대로 되는 게 의외로 별로 없다는 걸 깨달은 후부터 드라이브가 더더욱 좋아지기 시작했다. 차는 어찌되었건 내 마음대로 움직여 주니까. 몇번 장거리를 왔다갔다 하니 장거리 운전의 피로 등에 대처해야 하는 요령이 좋아진 것도 이유 중 하나기도 하고 ㅡ 이번에는 남이 운전해주는 즐거움!

지난 남해행에는 가방 외에 따로 기내용 캐리어를 들고 갔지만 이번에는 배낭 하나로 최대한 컴팩트하게 짐을 싸들고 목포행 버스에 올랐다. 노린 건 새벽 5시 35분 첫차. 희한하게 경부권은 거의가 6시가 첫차지만 호남권은 6시 전에도 출발하는 차가 있다. 광주나 목포에 간다면 대략 9시 즈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으므로 이래저래 편리하다.

유달산에서 바라본 목포대교 전경. 
목포항에서 출발하는 웬만한 여객선들이 거쳐가는 해로라 배들이 꼭 차량이 지나가는 것처럼 줄줄이 지나간다.

출발해서 눈을 붙이고 깨 보니 정안휴게소 근처. 정안휴게소에서 잠시 휴식하는 동안 토스트를 사서 우걱우걱 먹고 눈을 붙이니 고창 즈음. 또다시 잠들었다 깨니까 이미 목포ic를 나와 있었다.

가성비 면에서 버스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목포를 버스로 접근할 떄의 단점은, 목포의 주된 관광지나 여객선 터미널 등지를 가려면 별도로 버스를 타고 더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그냥 1번만 기억한다면! 터미널 바로 앞에서 1번을 탑승하면 목포역, 목포항(여객터미널), 유달유원지를 다 거친다. 나는 눈 앞에서 1번을 그냥 보내버려서 그냥 그 뒤에 적당히 목포역이 붙은 버스를 탔는데, 타고 내리는 사람도 없고 아저씨가 화끈하게 밟으셔서 1번 두 대를 추월해 버렸다(...)



네이버에서 찍어본 1번 버스 노선도. 참으로 깔끔한 노선형이다(...)

목포역에서 내려도 상관 없었지만, 1번으로 다시 갈아타 유달유원지 전 정류장인 낙조대에서 내렸다. 바다 쪽에서 유달산으로 오를 생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을까...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올라가면서 중간중간 바다를 보며 휴식할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근데 바다쪽에서 오르는 길, 추천할 수가 없다. 험하다! 지난 경주남산에서 본 밧줄타고 오르는 곳도 몇 곳 있었고, 길 표시도 대강 되어 있어서 그냥 위로 오르는 쪽이 정상이겠거니...하고 올랐다. 기껏 다 올라가니 출입금지 줄이 쳐져 있었다. 워낙에 험하니 이 등산로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막아놓은 모양. 그럴 것 같으면 아랫쪽에도 좀 쳐 놓지! 다 올라가서...이 글 보시는 여러분들은 목포역 쪽에서 오르세요. 그쪽은 산책로 수준으로 잘 닦여 있습니다.

유달산은 사방이 트여 있어 정말 경치가 좋다. 동쪽으로는 목포 시내를, 서쪽으로는 다도해를 볼 수 있다. 사실 목포를 간 것도 유달산과 주변의 일제시대 건물 혹은 적산가옥이 목적이었다. 사진은 영산강 하구 방향.

목포시내 너머로 보이는 다리는 압해대교로, 저 다리를 건너가면 신안군청이 위치한 압해도가 나온다. 신안은 섬으로만 이루어진 군으로, 옹진군청이 옹진군내가 아닌 인천항 근처(남구)에 있는 것처럼 신안군청 또한 목포에 있는 줄 알고 있었는데...사실 신안군청은 이전에는 목포에 있었고 신안군내로 옮긴 것도 2011년으로 꽤 최근 일이라고 한다.

역시 이런 곳에서는 파노라마 샷이! PC를 갈았더니 파노라마 사진 리사이징도 에러가 안 나고 좋다!

사진으로 볼 때 대략 왼쪽에서 1/3 지점 부근이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이 위치한 곳이다. 실제로 세월호를 보러 목포를 찾은 사람들도 있었고, 내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가방 등에 노란 리본을 붙인 사람들도 다른 곳보다 많이 보였다. 산을 내려가 관광안내소에 물어 보니 유달산에서도 세월호가 보인다고는 하는데 사실 산 위에선 잘 보이지 않았고,


파노라마사진을 찾아 보니 옆으로 뉘여진 배 모습이 보인다. 산 위에서 '아빠 저게 세월호 맞지?' 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정말 눈이 좋은 듯.

목포시청에서는 세월호 신항만 거치안내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신항만 접근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다. 보시다시피 목포역 옆에 있는 '목포항'과는 다른 곳으로 시내에서 다소 떨어져 있다. 900번 버스가 신항만까지 간다는 듯. 지형 특성상 이 버스는 목포역은 지나지 않고 목포터미널을 거친다.

다리 밑의 바지선은 뭘 운반하는 바지선일까...?

슬슬 산 아래로 내려간다. 이번에는 당연히 목포 시내 쪽으로.

노적봉 인근이던가?

목포 또한 옛날 군산과 같이 일제 수탈의 본거지로, 구시가지 주변에 일제 시대 건물이나 적산가옥 등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이곳은 그 대표격이 되는 목포근대역사관. 목포근대역사관은 I,II 두 곳이 있는데 I은 구 일본영사관, II는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이다.

들어가려 했는데 입장료가 2천원이라서 그냥 겉만 보고 나가는 걸로(...)

근대역사관 뒷쪽에는 방공호가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만들어놓았다고.

안쪽에는 이렇게 당시 방공호를 건설하는 모습을 재현해 놓았는데, 누굴 동원해서 만들었을까는 자명하다. 아픈 근대사의 현장이라 할 수 있겠다.

그 다음으로 들른 곳은 카페 '행복이 가득한 집'. 일제시대 고택을 개조한 곳이라고 한다. 녹두장군님 포스팅을 보고 가게 된 곳. 멋들어진 기와지붕으로 짐작컨대 당대 유력자가 살던 집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원도 예쁘게 꾸며 놓았다. 예전 히로쓰 가옥 갔던 생각이...

내부는 다다미방이 아니라, 뭔가 일본식과 서양식을 짬뽕해 놓은 듯한 분위기다. 이런저런 장식물 등이 많은 탓인지, 10세 미만 아동은 출입을 금한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카페라떼를 한잔 시켜 먹었다. 커피 가격이 좀 센 편인데, 대체로 7,700원이다. 다만 보통은 아이스커피는 얼음값(?)을 받는데 이곳은 핫과 아이스의 가격이 동일한 게 특이한 점이랄까.

그리고 1인 1접시까지 샐러드 바를 이용할 수가 있는데, 이날은 좀 늦게 시작할 거라고 하신다. 그야 그럴 것이 카페 오픈 시간이 11시고, 내가 들어간 시간은 11시 반 정도였다. 게다가 이날은 징검다리 휴일이라 해도 엄연히 평일. 카페에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 샐러드바를 생각하면 커피 값은 납득 못할 수준은 아닌데, 어쨌건 분위기 좋은 곳에서 조용히 즐길 수 있다는 데에 위안을 삼기로 했다.

사실 이곳에서야 제대로 된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대강 마음에 두고 있던 곳들은 있긴 했지만.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야 하는 만큼 구체적인 동선을 짜 볼 필요가 있었다.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한 곳인 소쇄원이 보수 공사중이라는 것을 여기서야 알게 되었다. 그 대신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만...나중에 가 보고 알았지만 그냥 앞쪽만 구경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일단 목포에서 광주까지는 기차로 이동하기로 했다. 뭔가 사회실험(?)스러운 광주선 셔틀열차도 타 보고 싶었고, 그 김에 극락강역도 한번 가 보고 싶었다. 아무튼 이번 편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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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뽀다아빠 네모 2017/05/10 14:47 # 답글

    봄의 목포 유달산은 어떤가요?

    전 여름에만 가봤는데, 여름에도 바람이 참 시원했어요. 정자에서 쉴 때마다 바람이 장난 아니게, 시원하게 불어 땀을 식혀줬었죠. 봄은 궁금하네요~~~
  • Tabipero 2017/05/10 17:54 #

    사실 제가 갔을때가 날씨나 풍경이 여름이나 다름없어서...좀더 이른 봄이면 풍경이 달랐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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