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봄, 섬진강. ├광주, 전라, 제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남한강편을 보면 섬진강을 따라가는 길 못지않은 곳으로 단양에서 영춘까지 남한강을 따라 이어지는 영춘가도를 꼽는데, 개인적으로는 역시 영춘가도도 섬진강 길을 따라가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봄이 왔으니, 다시 섬진강을 찾았다.

이곳은 엄밀히 말하면 섬진강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섬진강 권역'의 구례니까...뭔가 지난 실시간 포스팅에 비해 하늘색이 달라졌는데 정오가 지나니 하늘이 맑아지기 시작했다.

곳곳마다 노란색의 향연이다.

산 아래부터 시작해서 평촌마을, 반곡마을, 하위마을, 그리고 맨 꼭대기가 상위마을이다. 지난 주말은 아랫쪽 평촌/반곡마을이 대략 산수유꽃 절정이었고, 하위/상위마을은 아직 만개까지는 아니었다. 아마 이번 주말에 가면 상위마을 쪽이 만개했을 것이다.

새벽 5시에 출발하여 중간에 전주를 들러 이곳에는 9시 반 정도에 도착했는데, 다행히도 차는 그렇게 막히지 않았다. 지리산온천 부근부터 앞차 꽁무니를 따라 서행하는 정도. 차도 금방 세우긴 했다. 그게 산수유마을 초입과는 1km 남짓으로 좀 떨어져 있다는 걸 안 건 나중 일이었지만.

주말은 지리산온천 주변 골짜기 및 산수유꽃길 골짜기가 일방통행로로 바뀌고, 산수유문화관 부근에서 상위마을을 오가는 셔틀버스가 수시로 오간다. 나는 엉뚱한 길로 반곡마을에 다다라, 셔틀버스를 만차로 두 대를 보내고 그냥 상위마을까지 느긋하게 걸어갔다.

이곳을 나온 건 오후 3시경이었는데, 산수유문화관까지 들어가는 4km짜리 골짜기 길은 물론이요 19번 국도 본선 남원방향도 정체를 빚고 있었다. 아래 댓글에도 달았다만 유명한 축제 치고는 사람들이 생각보다는 바글거리진 않았는데 이 정체를 뚫고 축제장까지 다다른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가 아닐까...하고 멋대로 추측해 본다.

산수유마을에서 예정보다 오래 머무른 까닭에 그 다음 행선지인 평사리(최참판댁 근처)에 도착한 시간은 4시경이었다. 마을 초입에 자전거 무인 대여소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무슨 까닭인지 관리하시는 분이 수동 조작을 하고 있었고, 5시까지 반납하라는 이야기와 위험하니 강변 국도쪽으로는 가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냥 마을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으로 만족. 섬진강가는 참 경치구경하며 자전거 타기는 좋은데 자전거 빌릴만한 곳이 마땅찮다는게...ㅠㅠ

지난번에는 최참판댁만 들어갔다 나와서 몰랐는데 산골짜기 안쪽으로 생각보다 들판이 넓었고, 이 주변이 악양이라는 면 단위를 이루고 있다. 

평사리 근처에 오토캠핑장을 겸한 공원이 있기에 차를 대놓고 바라본 섬진강 모습. 매화 역시 절정이라 강건너 광양 매화마을도 북적일 것이다.

강 건너 흰 점처럼 생긴 것이 다 매화나무에 꽃이 만개한 풍경이다. 미세먼지만 아니었어도...

이 근방은 생각보다 모래톱이 넓게 형성되어 있다. 서울에서는 비구경을 한 지 오래였는데 이곳도 가뭄인 건지, 원래 이런 건지...

돌아가는 길에 구례를 지나며 해가 지기 시작했다. 근성으로 가자면 서울까지 못 올라갈 건 없지만 무리하느니 그냥 쉬어가기로 했다. 마침 압록역 근처에 섬진강이 보이는 모텔이 있어 쉬어가기로 한다. 첫번째 사진은 사실 그 모텔 창에서 찍은 사진이다 -_-;;;

둘째날은 생각보다 눈이 일찍 떠져 구례읍에 가서 간단히 편의점에서 아침을 먹고(모텔이 경치는 좋은데 주위에 편의시설이 얼마 없다. '가든'은 많아 보인다만) 화엄사에 잠깐 들렀다. 각황전 옆 홍매화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아마 이번주말쯤 만개하게 될 듯. 만개까지는 좀 이르지만 아침부터 열정적인 사진작가분들이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매화나무 주변을 찍는다. 

가람배치는 남-북축을 중심으로 되어 있고 대웅전도 남향이지만 이 절에서 가장 유명한 각황전은 동향이다. 해뜰녘 햇살을 온몸으로 받고 있다.

사실은 이날 지난번에 자전거를 빌렸던 곡성군청소년수련장에서 자전거를 빌려 한시간 정도 타려고 했는데, 아침이라 쌀쌀하고(남도긴 하지만 내륙이라 일교차가 크다) 피곤하기도 해서 숙소에서 한시간 정도 더 쉬다가 더 쉬다가는 상행 정체에 시달리겠다 싶어 10시쯤 상경했다.

이번주말에 꽃구경하러 남도 가시는 분들을 위해 좀 급히 포스팅을 했는데, 어쨌든 일찍 출발하는 만큼 득을 보실 듯...토요일 오전까지 비 예보가 있던데 어찌 될지는 모르겠다.

먼 거리가 영 부담스럽지만, 작년처럼 벚꽃이 피면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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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뽀다아빠 네모 2017/03/30 21:04 # 답글

    예전엔 매년 갔던 곳인데, 이젠 안되네요. 덕분에 사진으로나마 잘 봤습니다~~~
  • Tabipero 2017/04/02 20:08 #

    작년에 처음 가 봤는데 과연 매년 갈 만한 이유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잘 보셨다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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