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행 요약(1) - 출발, 옥스퍼드, 코츠월즈, 바스 유럽, 미국 여행

예전에 중유럽을 갔다 온 적 있었는데, 주위에 비슷한 일정으로 이동할 계획을 가진 분이 있길래 그분께 무언가 조언을 해 주려 해도, 여행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곤란했던 기억이 있었다. 예전에는 꽤나 자세히 계획을 세웠었는데, 나이도 들고 일도 바빠지며 귀찮아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임기응변적 대처를 할 수 있는 게 큰 것 같다. 이번에도 여행 계획은 A4용지 1장에 자필로 쓴 게 전부였다.

그렇기에, 어떤 경로로 여행을 했는지와 쉽게 잊어버릴 만한 코멘트같은 걸 붙여서 간단히 포스팅하려 한다.

1일차 : 12:55 KE907 ICN-LHR

9시 40분경 삼성동 도심공항터미널에 도착해서 사전 출국수속 및 출국심사. 이러면 공항에 도착해서 승무원용 출입구로 빠른 보안검색과 수속이 가능하다.

12시간 넘는 비행 끝에 런던 도착, 현지시각은 거의 17시다. 한국보다 한참 위도가 위쪽이라 일조시간이 한국대비 짧다. 실내일정이 거의 없다시피 했기에 여행 내내 염두에 두었던 건 일조 시간이었다. 2월 중순 기준으로는 7시 30분이 넘어야 해가 제대로 뜨기 시작하고 오후 6시가 되면 해가 거의 진다는 느낌이었다.

영국 입국심사는 약 30분 가량을 대기했다. 카페 등지를 보면 이런저런 후기가 떠도는데, 관광 목적으로 입국하는 이들에게 있어 심사의 포인트는 '나는 신원이 확실한 사람이며 이 나라에서 확실한 거소를 가지고 확실한 스케줄 하에 움직이고 있으며 머지 않아 이 나라를 뜰 것이다'라는 의사를 밝히는 것이다. 출국하는 비행기표를 보여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그정도 대기가 있었으니 출국장에서 짐은 미리 빼 놓았다. 극장판 '케이온'을 보신 분들은 이해가 쉽겠다. 그렇게 출국장으로 나온 게 오후 5시 30분경, 렌터카 탑승장으로 이동해서 제반 수속을 마치니 오후 6시가 넘었다. 이 시점에서 바깥은 깜깜하다. 이곳에서 옥스퍼드까지는 1시간이 조금 덜 걸렸다.

바로 옆에 있는 수퍼에서 과일 팩과 과자를 사서 미리 가져간 컵라면과 함께 간단히 저녁식사를 한다. 어린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통에 비행기에서 제대로 잠을 못 잔 탓도 있고 해서 이날은 9시 전에 곯아떨어졌다(국적기라 그런지 어린아이들을 많이들 태우고 간다. 이번에는 가격이 싸서 국적기를 탔는데 다음에는 이런 특별한 사유가 아닌 한 그냥 가장 싸고 스케줄 좋은걸로 탈듯).

2일차 : 06시 기상, 샤워후 바로 옆 주유소에 딸린 편의점에서 Bap라는 데운 핫도그 비슷한 녀석으로 아침식사 후 체크아웃. 실제로 숙소를 나간 시간은 8시 넘어서였다. 8시 40분경 옥스퍼드 시내 도착.

가장 입장시간이 빠른 Univ. Church of St. Mary the Virgin이 9시 30분경이었기에 일단 동네를 한바퀴 돌고 입장시간에 맞춰 전망대로 올라감. Bodleian Library와 Christ Church를 구경함(건물 자체는 10시부터 개방이지만 해리포터에 나왔던 Hall은 이날은 오후부터 개방이었다. 홈페이지에서 개방일정을 확인할 것!), 

10시 40분경 Murton College를 구경했다. 비싼 입장료를 낸 크라이스트 처치보다, 좀더 칼리지의 속살(?)을 볼 수 있었던 이곳이 더 나았던 것 같다.

아침을 좀 부실하게 먹었던 탓도 있고 해서 11시 좀 넘어서 이른 점심식사. 제목은 English Breakfast다. 찻집 중에서는 하루종일 이 English Breakfast를 주문할 수 있는 곳도 있다.

12시경 Park & Ride 버스 탑승, 12시 20분경 차를 세워둔 Travelodge로 도착, 13시 20분경 Bibury 도착, 약 1시간 체류.
길가에 차를 댈 수 있는 곳이 있다. 다만 중심가라고 할 수 있는 곳은 만차여서 1km 좀 안 되는 거리에 차를 댔다. 주말이라고는 해도 비수기인데, 성수기 때는 도대체 어떻게 차를 댈까 궁금해진다.

한 40분가량 걸려 Bourton-on-the-water 도착. 한국인들도 보이지만 특히 일본인이 많았다. 학생으로 보이는 무리들이 있던데 단체 여행객이려나. 원래 Bibury를 먼저 보고 시간이 남으면 Bourton-on-the-water를 보려고 했는데, 부지런히 돌아본 덕분에 둘 다 볼 수 있었다. 둘 다 보고 Bath쪽으로 남하한다는 전제 하에서는, 동선상 Bourton-on-the-water를 먼저 가는 게 낫다. 반대로 Oxford 쪽으로 북상한다면 Bibury 먼저.

가는 길에 크고 아름다운 유료주차장이 있어 거기다 차를 댔다. 옆에는 주유소가 있는데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거라 그런지 기름값이 싼 편이다.

Bibury를 뜨니 15시 30분 경이 되었다. 가던 중 경치가 좋아 숨 돌릴 겸 잠시 Tetbury에 멈춰 동네 구경.

이날의 마지막 관광지 Castle Combe에 도착했을 때는 17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외곽의 공용주차장(여기는 공용주차장이 무료)에 댔는데 어차피 해질녘이라 마을에 좀더 가까운 노상에 댈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은 숙소로 들어가는 사거리에 있는 The Salutation Inn이라는 곳에서. Pub과 숙박시설을 겸한 곳 같다. 6시가 좀 덜된 시각에 갔는데 사실 저녁은 6시부터라고 한다만 일단 준비되는 대로 내 오겠다고 한다. 돼지 뒷다리살 구이로 기억한다.

맥주가 매우 땡기는 맛이었지만(그리고 수 마일밖에 안 되는 촌바닥 외길에 음주단속 같은 걸 할 리는 없지만) 그래도 착하게 살아야지...하고 참았다. 근데 이 작은 마을에 누가 술을 마시러 오는 것일까? 숙박객 외에는 매일 오던 사람이 또 오는건가...

이날의 숙소는 Fosse Farmhouse라는 곳이었다. 저녁에는 방명록을 구경하고 DVD를 한 편 보고 잤다. 영국의 농가 가정집에서 하룻밤을 머물 수 있다는 건 귀중한 경험이긴 하지만 숙박비가 좀 부담스럽기는 하다. 집이 좀 연식이 되어 그런지 샤워할 때 트는 물의 반 정도는 욕조 쪽 수도꼭지로 바로 떨어진다. 사실 이곳을 일부러 검색하는 사람들은 목적이 있어서 가는 사람들일 테니 이런 단점 따위는 신경쓰지 않겠지...

다음날은 일출 시간에 맞춰 캐슬 쿰을 다시한번 구경하고 8시 반에 아침을 먹고(사실은 더 일찍 먹고 싶었으나 가장 빠른 조식 시간이 8시 반이라 하여) 10시경 길을 나선다.

코츠월즈의 여러 마을을 돌았지만, 마을 자체를 구경하는 데 들이는 시간은 1시간 정도면 넉넉했다. 각 마을에서 식사를 한다거나 차를 마시거나, 좀 긴 트래킹 코스를 잡는다면 별개의 이야기지만. 대중교통으로 코츠월즈의 마을들을 돈다면 교통 중심지에 해당하는 도시로 이동해 각 지역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려 타고 하는 시간 소모가 많기에, 렌터카로 코츠월즈를 도는 건 시간 절약 면에서도 추천할 만 하다. 게다가 구릉 지대를 다니며 초원에 양들이 풀 뜯는 모습도 구경하고...물론 렌트비, 보험비, 기름값 하면 비용이 꽤 들고 우핸들이라는 리스크는 있지만 충분히 가치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Bath 가는 길에 Bathampton이라는 마을에 잠시 들렀다. 이곳과 Fosse Farmhouse는 모종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가다가 오래된 다리를 하나 건너는데 통행료로 70펜스를 받는다. 내비가 사기를 친 건가 생각했는데 그 다리를 안 건너고 마을로 들어가려면 꽤나 돌아가야 한다. 물론 이 마을을 거치지 않고 Bath로 간다면 돈을 낼 필요는 없다.

이곳은 증기선이 꼭 가정집같이 줄지어 서 있는데 거기서 생활하는 건지 별장같이 가지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카페도 있고 이것저것 파는 배도 있다.

Bathampton도 들르고 Bath 시내 들어가기 전 차 공짜로 대려고 삽질도 했고 하여 Sports Center옆 유료주차장에 차를 댔다. 그때 시각이 11시 반을 넘어서. 사실 Castle Combe에서 Bath까지 가는 길은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곳에서도 Park & Ride가 있다면 기꺼이 이용하겠지만 Park & Ride까지 가는 길이 경로상 다소간 손해였다.

Roman Bath. 로마의 선진 목욕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는 곳인데 생각보다 그렇게 감흥이 크진 않다. 기초는 물론 로마시대 것이고 로마시대 여러 유적이 남아 있지만, Roman Bath의 대표 이미지격이라 할 수 있는  이 건물 자체는 18세기던가...에 다시 지었다고 한다. 로마 시대에는 천장이 있었다 하나 지금은 천장이 없는 탓에 녹조가 끼어 이곳에서 목욕을 할 수는 없다고 한다. 근처에 현대식 스파 시설이 있긴 하다.

크고 아름다운 교회당이긴 한데...전날 옥스퍼드에서 몇 개를 들어갔더니 별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입장도 유료였던 듯 하고, 이날은 일요일이라 오픈은 13시경부터다.

로열 크레센트. 감상은 '크고...아름답습니다.' 정도? 사실 나는 이때쯤 바스 구경을 빨리 끝내고 좀만 서두르면 스톤헨지까지 구경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곳도 서둘러 인증샷만 찍고 바스를 뜨려고 했다. 

참고로 빌린 차, 당연히 블루투스 오디오를 지원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aux단자 잭 아니면 MicroSD to USB 젠더(다이소에서 천원인가 2천원인가 산 게 있었다)만 있었어도 음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옥스퍼드 이후로 가장 큰 도시인 이곳에서 겨우 aux단자 잭을 구할 수 있었다. 가격은 10파운드. 용산 가면 3천원 주면 살 수 있을 것 같은 물건이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밥 먹을 시간도 넉넉잖겠다 싶어서, 운전하면서 한 손에 들고 먹으려고 되네르 케밥(우리가 케밥집에서 시키는 밀전병에 싸서 먹는 케밥이 되네르 케밥이다)을 테이크아웃으로 시켰는데 이렇게 다 흩뜨려서 준다(...) 그냥 주차장에서 먹고 출발했다. 이때 시간 오후 2시.

일단 여기서 끊고 (다음에 계속)

런던 교외의 대략적인 경로다. 같은 색깔 화살표는 같은 날 이동한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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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enat 2017/03/20 22:52 # 답글

    맥주가 정말로 땡기셨나보군요 ㅋㅋㅋㅋㅋ 글씨 크기로 느껴지는 안타까움 ㅋㅋㅋㅋㅋ 운전자의 양심 멋집니다.
  • Tabipero 2017/03/21 09:50 #

    차량이 이런 식으로 발목을 잡을 줄 몰랐네요 ㅠㅠ 술 안좋아하는 사람하고 같이 가서 운전시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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