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렌터카 잡설 - 런던 근교 돌아다니기 유럽, 미국 여행

잘 돌아왔습니다. 주말동안 계속 시차적응 못해서 헤매다가 이제서야 포스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영국에서 이틀간 몰았던 차인 Vauxhall Mokka라고 한다. Vauxhall은 Opel이라는 회사의 영국내 자회사이자 브랜드명 정도 되는 모양. Opel은 독일 회사였는데 1929년에 GM에 인수된 후 지금까지 GM의 자회사가 되어 있다. 나는 여행 도중 렌터카 서류에 'Mokks'라고 쓰여 있길래 Mokks로 알고 있었는데 Mokka가 맞고 이름의 유래는 커피 종류에서...응? 뒤늦게 해당 차종을 구글링 해 보니 일부는 스페인에서 일부는 부평의 GM대우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양이다. 국산차냐!

배기량은 1.4~1.6L으로 대략 아반떼급인듯. 렌터카를 신청할 때는 대략적인 차급만 신청할 수 있었기에(예컨대 신청란에 'Vauxhall Corsa or similar'라고 적혀 있다) i20을 인수하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여느 공항이 다 그렇듯 공항에 내리면 렌터카 지점까지 셔틀 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나는 대한항공을 이용했기에 4터미널에 내렸는데, 생각보다 터미널이 낡고 작은 데 놀랐다(예전에는 영국항공을 이용했기에 신축 5터미널을 이용했었다). 공항 한켠에 있던 렌터카 데스크도 겨우 찾았는데 그마저도 사람이 없었고, 2번 승강장 근처에 셔틀버스가 있으니 타고 지점으로 이동하라는 안내문만 있었다. 복잡한 공항내 도로를 따라 약 10분 정도 이동하게 된다. 나같은 경우는 주로 교외를 이동하였기 때문에 이동 경로중 가장 복잡한 도로는 공항 내 도로가 되었다.

안 그래도 장장 12시간의 비행에 지쳐 있었는데 셔틀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직원들이 하이텐션으로 격하게 반겨주니 뭔가 정신이 없다. 풀 커버리지를 신청하고(일당 약 25파운드가 더 소요되었다) 차를 받으러 가는 길에 할인된 가격에 벤츠 C클이던가로 업그레이드 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들었다만 뭔가 정신없는 와중 덤태기 씌우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더 생각하기도 귀찮고 해서 사양하고 사진의 차를 받았다.

고속도로에서 차를 몰면서 벤츠로 바꿀걸 하는 후회가 들었는데(벤츠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영국 시골도로 상태를 보니 벤츠 안 빌리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경차 급으로 신청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코츠월즈 지역이 특별히 시골이라 그런 건지는 몰라도, 경로상 이런 좁은 도로도 아무렇지 않게 나타난다. 심지어는 'Roman Rd.'라는 이름의 길도 이런 상태였다! 그냥 로마시대 길에 아스팔트 포장만 한 듯한...물론 이런 도로는 중간중간 교행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반쯤 진흙탕이라 다니다 보면 측면에 흙도 튀고 그랬다. 이외에도 옛 마을같은 곳도 곳곳에 길가 주차가 되어 있어 불가피하게 교행해야 한다. 다행히도 교행할 때 매너들은 다들 좋다. 우리나라처럼 손을 드는 경우도 있고 엄지척!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밤에는 하이빔을 살짝 날리는데 그게 감사의 표시...겠지?

이런 곳을 운전하다가 맞은편에 차가 갑자기 나타나길래 습관처럼 오른쪽으로 핸들을 튼 적이 있었다. 그쪽도 이쪽도 정지상태라서 큰 일은 없었지만. 좌측통행 관련해서 했던 유일한 실수였긴 했는데 차량 운전이란게 순간의 실수가 사고로 연결되는지라 항상 조심해야겠다.

사실 좌측통행보다 신경써야 했던 건 단위계가 마일-야드-피트였던 것이었다. 마일은 대략 감이 있는데 야드와 피트는 그닥 감이 없어서...대략 1야드가 1미터(실제로는 구십몇cm가량 된다), 1피트가 30cm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사진은 Oxford Peartree Roundabout 근처. 길을 가다 보면 진짜 차만 세울 수 있는 우리네 졸음쉼터 같은 곳도 있고, 사진과 같이 각종 시설이 있는 곳도 있다. 이곳은 스타벅스와(휴게소에 스타벅스가 은근 많다. 우리나라는 마장휴게소밖에 없는데...)kfc, 그리고 슈퍼마켓 체인 Waitrose, 반대쪽에 쉘 주유소, 그리고 내가 머물렀던 Travelodge와 Holiday Inn 등은 말 그대로 운전자들을 위한 "모텔"이다. 아무리 봐도 모텔인데 주차비를 따로 받는 건 함정(...)

도로마다 종류가 있는데 우리네 고속도로에 해당하는 'M' 도로와 국도(자동차 전용도로 급을 포함)에 해당하는 'A' 도로 등이 있으며, 대략 추월차로가 있는 경우(즉 편도 2차선 이상)는 70mph, 양방향 한 차선씩 있는 경우는 60mph, 그보다 좁은 경우거나 마을 안에서는 30mph의 속도 제한이 걸려 있다...만, 마을 안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 같다. 그 이야기를 B&B의 다른 손님께 하니까, '그 동네 사람들은 단속카메라가 어디 붙어 있는지 다 아니까 그런 거야'라고 이야기한다. 앞차만 잘 따라가면 되는 거려나...하고 대충 주위 차량 속도에 맞춰 주행하였다.

근데 마일이란 단위가 액면가가 킬로미터보다 낮다보니 70을 넘게 밟아도 그리 빠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참고로 70mph는 112kph으로 우리네 고속도로 제한속도와 비슷하다. 속도계는 기본적으로 마일로 표시되어 있지만 아랫쪽에 조그맣게 킬로미터 눈금도 표시되어 있긴 하다.

고속도로는 기본적으로 무료이지만 기름값이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고 주차비 같은 부대비용도 우리나라보다 비싼 편이니 그런 점도 고려해야 할 듯. 구글 지도가 대단한 게 주유소를 검색하면 주변 주유소별 유가와 경로를 얼마나 돌아가게 되는지도 알려 준다. 단속카메라 위치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과 데이터를 먹는다는 점(물론 오프라인으로 다운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실시간 교통정보 반영은 못 하겠지만.)을 제외하면 그런대로 훌륭한 내비다.

2017년 2월 현재 유가는 리터당 120~125펜스정도였고 나는 테스코에 딸린 주유소에서 118펜스 가량에 넣었다. 주유소에 딸린 편의점에서 싼 값에 과자와 생수를 샀던 건 덤(보통 주유소에 편의점에 준하는 슈퍼마켓이 딸려 있다). 리터당 약 1700원 가량. 뭐 강남에서 기름 넣고 다닌다고 생각하면 편하겠다.

경우에 따라 사진과 같이 노상주차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노상주차는 보통 2시간 이내로만 허용되고 곳에 따라서는 허가(permit)를 받은 차량만 댈 수 있는 경우도 있으니 경고문을 잘 보고 주차해야 하겠다.

웬만한 규모가 있는 도시의 경우 비용을 감수하고 주차 여유가 있는 곳에 차를 대 놓는 게 편하다. B&B 주인분께 '바스에 가려고 하는데 주차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라고 물어보니 '일요일이니 노상주차가 가능한 곳이 많다. 길가에 줄이 두 개 그어져 있는 곳을 빼고는 주차가 가능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막상 가보니 차 댈 수 있는 곳은 죄다 주차가 되어 있어 시내만 한 두어 바퀴 돌다가 결국에는 유료 주차장에 차를 대었다. 각 도시의 홈페이지에는 주차할 수 있는 곳이 안내되어 있으니 'XX city parking'이라고 구글링하면 잘 나온다.

주차는 보통 근처 주차기에서 주차권을 끊어 밖에서 잘 보이게 대시보드에 올려놓는 식이다. 차량번호(Registration No.)를 기계에 입력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장기간으로 끊어놓고 돌려쓰기(?)를 방지하기 위함인 듯. 기계마다 잔돈이 안 나오는 기계, 카드 단말기가 없는 기계도 있고 한데, 카드 단말기가 없는 경우는 전화나 모바일 사이트 등으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 하지만 현금이 제일 싸고 직관적이니 잔돈을 넉넉히 가지고 다니는 편이 낫겠다.

시내에 들어가기도 부담스럽고 주차비도 아끼고 싶다(다만 성인의 경우 인당 버스비가 들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잘 따져 봐야 한다)하면 파크앤 라이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시 외곽에 차를 대놓고 시내까지는 버스를 이용하는 식. 나같은 경우는 숙소가 아까 언급한 Peartree Roundabout이었기에 그 뒷쪽에 있는 주차장에서 바로 시내까지 들어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버스 배차간격은 10분이고 곳곳에 버스 전용차로도 있어 신속하게 닿을 수 있다. 이곳의 경우 24시간까지 2파운드에 주차가 가능하다. 버스 티켓은 왕복 기준 인당 2.6파운드.

이번에 다니는 곳이 주로 런던 외곽 지역이었고, 특히 코츠월즈 쪽은 대중교통이 상대적으로 빈약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돌아보기 위해 렌터카를 빌렸다. 버스로는 가기 어려운 좁은 길을 다니면서 영국의 시골 풍경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맘에 드는 곳이 있으면 내 마음대로 차를 세우고 둘러볼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겠다. 사진은 Tetbury라는 곳인데 정말 그냥 가면서 들른 곳.

사실은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은 없었는데...다음 포스팅은 또 언제가 될 지 모르겠고 ㅠㅠ

핑백

  • 전기위험 : 참 먼 성지순례(?) - Fosse Farmhouse 2017-10-29 15:47: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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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7/02/27 20:12 # 답글

    아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저도 얼마 전 영국여행 했는데 렌트카 빌릴까 말까 하다 안 빌렸거든요.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이었는데 저는 어차피 운전을 못하고 부모님이 운전하셨어야 하는데 습관적으로 핸들을 오른쪽으로 틀었다 하시는거 보고 부모님이 하셨으면 더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네요.

    혹시 네비게이션도 쓰셨나요? 아니면 우리나라 카카오네이같은 앱이 있나요?
  • Tabipero 2017/03/01 17:35 #

    '습관처럼'이라는게 자주 그랬단 얘기는 아니고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이라는 뜻이긴 합니다. 길에 다른 차들이 있으면 그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면 되는데 길에 차선도 없고 다른 차도 없이 제 차만 있을 때는 의식적으로 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핸드폰 거치대를 가져가서 구글맵을 썼습니다. 검색으로 목적지를 찾은 후 길찾기 메뉴를 누르니 알아서 내비 모드로 전환되더군요.
  • muhyang 2017/03/01 00:28 # 답글

    이전에 동생이 알라모에 포커스를 예약했더니 메르세데스 B를 내줬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 자신은 혼자 다니는데 볼보 에스테이트로 업그레이드 해준대서 포기했지만) 모카는 셰비 트랙스와 거의 같은 차입니다.

    서점에서 파는 도로지도에는 카메라 위치가 찍혀 있는데, 정말 그대로 카메라가 있더군요. 2010년 이야기라 지금은 다를지도 모르지만, 웬만해서 걸릴 일 없지 싶었어요. (일본마냥 단속 카메라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라도)
  • Tabipero 2017/03/01 17:39 #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있는 모델이군요. 소형 suv라니 생소한(?) 종류긴 합니다. 실제로 찾아보니 판매량도 그리 많지 않은 것 같고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단속지점 이전에는 경고가 되어 있더군요. 다만 역시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뻥카도 많아 보이고...무려 구간단속구간도 봤습니다. 구글 지도가 다 좋은데 카메라 위치를 알려주질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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