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벚꽃 여행 후반 - 하동역과 여수 밤바다, 그리고 상경 ├광주, 전라, 제주

진상역에서 고기를 먹고 적절히 시간을 때우다가 5시 50분경 하동역에 도착하는 열차를 목표로 하동역으로 향했다.

역 자체는 크지 않은데 역명판은 상당히 커서 뭔가 언밸런스해 보이기도 하고...

이전에도 몇 번 이야기했지만 이 역은 경전선 개량으로 인해 지금보다 약간 남쪽으로 이설된다. 승강장을 따라 벚나무가 나란히 심어져 있어 벚꽃철이면 그야말로 장관인데, 역 및 선로 이설이 머지 않은지라 좀 무리해서 가 본 것이었다. 역사는 허물 것 같지 않아 보이고, 아마 벚나무도 베거나 옮겨심지는 않으리라 생각되지만, '기차가 지나가는' 풍경은 올해가 마지막이 아닐까 한다.

동행은 역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잠시 잠을 청하고, 나는 역 안으로 향했다. 열차를 타지 않고 승강장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입장권이 필요해서 매표소에 입장권을 요청했더니 돈을 따로 받지 않는다(예전에는 500원을 받았다). 요새는 차내 검표 방식으로 바뀌어서 입장권 없이 드나드는 경우도 적잖은데, 어찌되었건 승강장에 들어갈 때는 입장권을 끊는 게 원칙이다. 무료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입장권을 갖고 있는 게 불필요한 오해도 생기지 않고 좋을 것이다(예컨대 개찰구에서 불시 단속을 한다던가 등등).

사족을 달자면, '혹시 그럼 정동진역도 그냥 들어가도 되나요'하고 물으실 분도 있으실 듯 한데, 최근에 가본 바로는 그쪽은 오히려 입장료가 천원으로 올랐다(...) 처음에는 그리 볼것도 없는데 그렇게 받을 이유가 있나 싶기도 했지만, 승강장을 관리하는 인원의 인건비로 생각하는 게 낫겠다 싶었는데, 그래도 기본 운임이 2천몇백원인데 입장료가 천원 하는 건 좀 과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봄나들이를 즐기러 오신 분들이 많았다. 예전에 갔다온 광양 홍쌍리 매실농원도 그렇고, 앞 여행기에도 언급한 쌍계사 벚꽃길도 그렇고 바로 이 하동을 관문으로 삼고 있다. 사진 구도를 본다고 사람들 모인 곳에서 좀 멀리 있었는데 통기타 노랫소리가 들려 오는데, 누군가 봄 기운에 취해서 기타를 꺼내 든 것인지, 아니면 소위 말하는 버스킹인지는 잘 모르겠다.

승강장에서 노래부르는 사람은 또 처음 봤는데(...) 뭐 이 정도야 귀엽게 봐 줄만 하지만...열차가 접근하고 있는데 선로에서 사진을 찍겠다고 서 있는 분이 있어서 역무원이 승강장에 나와 호루라기로 제지하는 모습을 보았다. 

벚꽃철 한정으로 진해선에 열차를 굴릴 법도 한데 올해는 모델 열차만 한 대 세워놓고 열차 운행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가 바로 철도 안전 문제라는데(열차가 와도 도무지 선로에서 비키지 않는다고...) 이런 모습들 보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고...여기서도 열차가 아예 승강장 들어오기 전부터 속도를 확 줄여서 들어온다.

타고 내리는 사람이 많아 승강장에서 한참을 서 있었는데 덕분에 사진은 이래저래 많이 찍었다.

CDC가 좋은게 앞뒤가 모양이 같아서, 멀리 가는 열차를 찍어도 나름대로 그림이 된다. 약 40분 후에 S-Train이 해서 기다렸다 또 찍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그 때쯤 되면 해도 웬만큼 질 것 같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어 하동역 구경은 이 정도로 했다. 경전선은 정말 보물같은 간이역들이 많은데, 열차가 너무 뜸해서 그 점은 좀 아쉽다.

이순신대교를 건너면서 '이건 사진찍어두는 게 좋지 않을까?' 'ㅇㅇ' 해서 그냥 대충 셔터를 누른 것(...) 광량도 부족한데 고속주행하면서 사진이라니...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에야 원래 계획했던 여수로 향했다. 하동에서 출발하게 되니 내비는 섬진강 하구를 지나 광양만의 초입인 이순신대교를 건너게 되었는데, 그 번듯함과 크고 아름다운(...) 자태에 유료도료가 아닌가 착각할 지경이었다. 톨게이트는 없지만 초입과 끝부분에 구간단속 카메라가 반겨주기는 한다(...)


17번 국도를 가다 보면 화물차가 자주 다니는 것 정도 외에는 잘 느껴지기 어렵지만, 이쪽 길을 지나가다 보면 대규모 산업단지로서의 여수-광양의 면모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요새야 옛날처럼 함부로 폐수나 매연을 배출하지는 않겠다만, 바닷가 관광지로서의 여수는 이대로 괜찮을까 하는 생각도 살짝 들긴 하다(...)

슬슬 방전될 즈음 해서 여수 케이블카를 타러 향한다. 제대로 사진 남긴거라고는 여수 반도쪽 전망대에서 남긴 풍경 사진 정도려나. 케이블카에 동승한 분 중 풍류 있으신 분이 계셔서 '여수 밤바다'를 BGM으로 틀어 주시길래 나름 낭만적인 여수 밤바다 감상을 할 수 있었다. 복잡한 해안선에 산허리에 집들이 빼곡이 들어서 있는 모습을 보니 왠지 수정산복도로나 토요코인 부산역2점에서 바라보는 영도 생각이 나기도 하고...

여수 해상케이블카 빌딩에는 이런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카페가 들어서 있는데 이런 곳은 ㅊㄹ할 것이라는 선입관과는 달리 여수 오리지날 메뉴도 있었고 음식 맛도 나름 괜찮았다. 물론 싸다고는 안했다 듣기로는 스쿨푸드라는 프랜차이즈 자체가 그리 싼 편은 아니라는데, 난 잘 안가서 모르겠다만...여기서 나는 돈까스 안주에 맥주 한 잔을 시켜 마시며 운전을 안 할 거라는 의지를 표명했다.

밤이 늦었으니 잠자리를 알아봐야 하는데 국동항 근처의 모텔촌은 만실이거나 썩 성에 안 차거나 해서 여서동 쪽 모텔을 잡고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다음날은 8시 넘어서야 일어나 보니 비가 꽤 많이 오길래 향일암이나 오동도 쪽은 스킵하고 그냥 상경하기로...한 시간이 대략 9시 좀 넘어서였던 걸로 기억한다.

중간에 한옥마을 쪽에 다시 들러 이곳 베테랑 분식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주말에는 이 근처도 주차난이...다행히도 남부시장 천변주차장에 주차가 가능해서 거기다 차를 대고 이곳으로 향한다. 사실 전주에서 유명하다는 백반집에 가려고 했는데 내가 알아본 데는 죄다 일요일에 쉬는 듯...

듣기로는 예전에는 '싸고 양 많은 곳'으로 유명했다는데 지금은 유명세를 타서 그런지 '싸다'고는 할 수 없는 가격이다. 다만 내용물이 실한 건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처음에 봤을 때는 '겨우 이만한 그릇 내오는데 6천원을 받나' 했는데, 알고 보니 그 그릇에 칼국수가 가득 차 있었다. 걸쭉한 계란 국물에 들깨 맛까지! 곁들여 먹었던 만두도 맛이 좋았다. 근데 아침을 소라形 과자로 때웠으니 이게 들어갔지 여자들끼리 가서 인원수대로 시키면 낭패 볼 양이다. 

메뉴가 칼국수 만두 쫄면 이렇게 세 가지이고 한번에 열 그릇 넘게 만들어 와서 주문한 곳에 갖다준다. 그냥 끊임없이 만들어 끊임없이 팔려 나가는 모양새로 대기 시간도 그리 길지 않으니 아무튼 회전율은 무지하게 좋다. 일요일 점심시간에 가서 줄이 길지 않을까 했었는데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센트럴시티에도 분점이 있다 하니 이곳과 맛이 같은가 기회가 있으면 한번 먹어봐야 할 듯...

이날은 비구름으로부터 도망치는 듯한 여행이었는데 아침에 여수에 비를 뿌리던 비구름이 드디어 전주까지 올라왔는지 밥을 먹고 나왔더니 비가 약간씩 오기 시작했다.

전주 한옥마을은 예전 순천에 갔다가 잠깐 들른 게 첫 방문이었는데 올 때마다 생각하지만 뭔가 관광지스러운게 요사이 삼청동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남부시장에서 밥을 먹고 소화 겸 산책한다면 모를까 내가 내 의지로 이곳에 올 일은 잘 없지 않을까.

올라오면서 역사와 전통의(!) 여산휴게소에서 개인 정비(?)를 좀 하고 기름도 넣고 다시 출발했다. 호남 쪽에 갈 일이 그리 많았던 것도 아니고, '여산'이라는 이름이 그리 특이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릴 때부터 여산휴게소라는 이름은 잘 기억하고 있다. 나무위키에 의하면 호남고속도로 초기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휴게소라고(...) 주차장도 그렇게 넓지 않은데다 주말에 차도 많아 난 무슨 길가 아울렛이라도 온 줄 알았다. 이곳의 가장 큰 의의라면 아무래도 기름이 싸다는 것 정도? 고속도로 휴게소 중 기름 싸기로는 안성휴게소 따라갈 데가 없긴 하지만. 

차가 막힌다기에 공주에서 진출해서 소정리 근방에서 정체를 좀 겪고 학화 호두과자도 사서 기흥에 도착한 시각은 대략 4시 정도로 거기서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6시가 가까운 시간이다. 중간에 이곳저곳 들르긴 했지만 적어도 6시간은 차 안에 있었으니 역시 멀긴 먼 곳이다.

꽃놀이도 즐기고 벚꽃터널에서 자전거도 타고 철덕질도 하고 여수밤바다 들으며 여수밤바다도 구경하고 좀 아쉬웠던 건 여수 낮바다(?)를 못 봤던 것 정도? 다음에는 고흥이나 남해 쪽에 한번 가볼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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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택씨 2016/04/21 18:09 # 답글

    하동역은 정말 멋있군요.
    옮기면서 벚꽃도 같이 옮기면 좋을텐데 말이죠.

    전주 한옥거리는 이제 전혀 다른 거리가 된 것 같아요. 대규모의 음식점과 길거리 음식이 주류가 되어서 먹거리 시장처럼 되어버렸더라구요. 전동성당도 거의 인파에 밀려서...
  • Tabipero 2016/05/14 22:17 #

    신역사는 터돋움을 한 곳 위에 있어 벚꽃까지 옮겨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구역사는 용도를 변경해서 보존하는 방향으로 한다니 벚나무가 베일 일은 없겠죠.
    전주 한옥마을은 관광객은 많이 모여서 다행이지만 고즈넉한 멋이 없어진 것 같아 그 점은 아쉽습니다.
  • 블루 2016/04/29 00:54 # 답글

    해외생활이 길어지니 이 시즌마다 벚꽃이 그리워지네요
  • Tabipero 2016/05/14 22:17 #

    그쪽에는 벚나무가 많이 없으려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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