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상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이제는 군산을 가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 되어 버린 이성당이다.
사진은 토요일 아침 8시 30분쯤 찍었는데 대기 인원이 그래도 용납할 만한(?) 수준이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이성당의 오픈 시간은 오전 7시 반이라고 했는데 최근 8시로 늦춰졌다고 한다. 아예 영업시간을 바꾼건지, 동절기임을 감안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거기에 문을 열자마자 빵들이 대기하고 있는 게 아니라 슬슬 한판한판 나오고 있는 시간이다. 이날의 단팥빵/야채빵이 최초로 나오는 시간은 8시 30분경.
이성당의 단팥빵/야채빵 줄은 그야말로 흠좀무 수준이라고 들었기에 오픈 시간(으로 알고 있었던 7시 30분)에 맞춰 가려고 했는데, 차도 안 막히고 휴게소 들를 일도 딱히 없었던지라 7시경에 이성당 앞에 도착했다. 당연히 셔터는 닫혀 있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차 안에서 빈둥대다가(이 때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이성당 오픈시간이 8시로 늦춰졌다는 걸 알았다) 이 시간에는 줄을 서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 중간에 멀지 않은 초원사진관에 가서 사진이나 한번 찍고 다시 오니 7시30-40분쯤. 또 차 안에서 빈둥대다가 50분쯤 슬슬 나가니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당장 행렬에 합류해서 앞에서 대여섯번째 쯤 줄을 설 수 있었다.

사진은 기다리면서 찍은 것. 오픈 직후라 빵 종류가 그렇게 많진 않다. 실제로 줄을 선 시간은 40분 정도였다. 뭐 양호하다고 해야 하려나.
1인당 일정량 이하로 빵 구매를 제한하는데 이날은 단팥빵이 10개까지, 야채빵은 무한정이라고 들은 것 같기도 하고...야채빵은 이래저래 보관하기 애매하니 사지 않았다. 야채빵을 판때기 채로 사시는 분도 계셨던 것 같고 일가족이 줄을 서서 단팥빵을 각자 열개씩 사는 케이스도 있었다. 다른 빵들은 대기열 없이 살 수 있는데 줄 서는 걸 포기하고 꿩 대신 닭이라는 심정으로 빵을 사가시는 분들도 꽤 있었다. 사실 팥빵을 잘 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본기가 돼 있다는 것이니, 뭘 사건 크게 후회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오후에 초원사진관 내부나 한번 더 구경할까 해서 다시 이 곳으로 왔는데 대기열이 정말 엄청난 수준이었다. 약국 앞에는 줄 정리하는 아저씨도 한분 서 계시고...아무래도 줄이 약국을 가리니 약국에서 클레임이 들어왔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참고로 주차는 이성당 건너편 골목에 주차 구획이 있으니 그쪽에 하면 된다. 사진의 위치에서는 우회전 후 바로 우회전. 중소도시라 주차 인심은 후해서 좋다.

2009년 1월에 찍은 사진인데, 이 때만 해도 이곳은 그렇게 붐비지 않았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사람들이 아무도 안 온...건 아니겠지. 2009년 당시 기록을 보니 이때 팥빵이 900원, 우유가 1300원이었는데 지금은 팥빵 1200원, 우유가 1500원이다. 다른 분 군산 여행기에서 열심히 이성당 팥빵을 칭찬하는 댓글을 달았는데 정작 이 블로그에는 5년 넘게 지나도록 쓴 일이 없는 듯(...)
해신동에서 빵집 정보를 검색했다는 내용을 봤을 때 당시 나도 '군산에 맛있는 빵집이 있다더라'는 정도만 알고 갔던 것 같다. 여유롭게 빵집에 들어가 빵과 우유를 사서는 빵집 내부의 테이블에 여유롭게 앉아서 몸을 녹였는데, 그런 사치는 이제 느끼기 힘들 듯.
이 때만 해도 아직 '맛집' 정보는 알음알음 가는 정도였다고 생각하는데(그 와중에 이글루스의 음식밸리는 정말 양질의 맛집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아무래도 이런 지역구 맛집의 유명세는 스마트폰 그리고 SNS의 보급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거기다 요새 범람하는(?) 맛집 관련 프로그램에 한번 나와주기라도 하면 확인 사살.
이 때의 팥빵 맛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팥 특유의 구수한 맛이 남아 있는데다 겉의 빵과의 비율도 적절하니(팥이 많이 들어 빵도 꽤 묵직하다) 조화가 잘 이루어졌다. 추운 날 데운 우유와 같이 먹으니 그 시너지 효과도 무시 못 할 것이다.
작년인가 잠실 롯데에 이성당이 새로 들어왔는데, 이곳에서 먹던 맛과는 차이가 있었다. 나쁘진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때 이성당 본점에서의 감동이 컸던지라 너무 기대를 했던 걸수도...사실 이번에 이 줄을 견디며 이성당을 다시 찾은 건 그런 맥락의 이유도 있었다. 이성당 본점의 맛은 좀 나았는데 내 기억에 왜곡이 있는 건지, 혹은 이성당 본점의 맛도 살짝 변한 것인지 알고 싶었다.

아무튼 그래서 그 때와 같은 조합으로 사 보았다. 우유는 데워달라고 신신당부를^^;; 그 때는 카페에서 여유롭게 먹었지만 이제는 몇 자리 없는 카페에 아침 댓바람부터 선객으로 자리가 차서 차에 가져와서 먹었다. 다행히도 맛은 그 때처럼 훌륭한 맛이었다. 금방 나온 빵이라 더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줄이 가게를 빠져나와 옆길 모퉁이까지 돌아가는 정도면 포기하는 것도 이해하지만, '이성당 그거 잠실에도 있는데 서울 가서 사먹지'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한번쯤 재고하셨으면.
계속해서 2009년과 비교하게 되는데, 5년 후에 찾아가도 같은 맛으로 반겨줬으면 한다. 그 때도 이렇게 엄청난 줄을 서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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