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난번 '토함산밀면' 포스팅에 썼던 불국사역 전경 사진이 여기에 들어가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어쨌든 불국사역이다. 경주에서의 둘째날 아침(첫째날은 밤에 와서 잠만 잔 정도지만)에 불국사를 구경하고 와서 이 역에 들렀다. 불국사가 주 목적이고 불국사역이 부차적 목적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는 나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를 진행하면서 불국사역과 경주역은 없어질 예정이다. 현재 열차가 경주 시내를 관통하면서 유적지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있는 듯 하고, 새로 선로를 놓을 부지를 마련할래도 역시나 유적지 때문에 쉽지가 않아서 그런 건지 복선전철화 계획은 아예 경주시내를 비껴가서 신경주역을 경유하게 되는 것이다.
일제시대 때 문화재 영향을 충분히 고려치 않고 선로를 깔았다는 말도 있고 유적지 보호가 우선시되는 건 틀린 건 아니지만, 그렇게 되면 '지역 주민의 발' 역할은 이제 온전히 버스에 넘겨줘야 하지 싶다.
지역의 역사적 의미를 생각해서 경주역과 함께 한옥 지붕을 올렸다. 재미있는 건 이 건물을 올린 게 일제시대(1936년)였는데 코레일 뉴스에 의하면 불국사역과 경주역, 그리고 남원역과 수원역 같은 역사적 의미를 지닌 곳들도 이렇게 전통 방식으로 역사를 올리도록 지침이 있었다고 한다. 어찌 보면 천편일률적인 간이역 중에 나름대로 건축적 의미를 가진 곳이라 할 수 있겠다.
기사에서는 '전통 방식'이라고 하긴 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당대 일반적인 양식에 그냥 지붕만 기와로 올린 것 같아 보인다만...차라리 현 김유정역이 더 한옥 건축 같아 보인다. 다만 이런 약간의 언밸런스를 갖춘 채로 오랜 세월을 버텨내었고, 머지 않아 역의 기능을 다할 것임을 감안하면 이 언밸런스도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이런 한옥 방식의 교통 관련 건축물으로는 경주 톨게이트(!)를 빼놓을 수 없는데 오랜만에 가 보니 하이패스 처리기 역할을 하는 철봉이 떡하니 앞에 서 있어서 그것도 좀 재미있는 언밸런스라고 해야 하려나.
내부는 간이역 구경을 하면서 보는 여느 간이역 대합실 풍경과 다르지 않다. 열차가 올 시간이 아니라 사진 배경에 아저씨 한분뿐이다. 매표소 직원을 기다리는 듯. 간이역 좀 다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기차가 뜸한 시간대에는 직원이 항상 매표소에 상주하지는 않는다. 그럴 때는 조용히 부르면 나오시니 필요한 업무를 보면 된다. 근데 사실 요새 젊은 분들은 웬만하면 스마트폰으로 표를 끊는지라...
매표소 옆에는 스탬프도 비치해 놓았고 휴대폰 충전기도 1개 있으니 충전기가 없는데 배터리가 간당간당하신 분들은 유용하게 쓰시면 될 듯 하다.
불국사역에 정차하는 열차는 상하행 합쳐서 20편 남짓으로 열차가 그리 자주 다니는 건 아니다. 포스팅을 하면서 알았는데 불국사역을 통과하는 열차도 있다! 게다가 하행선은 모두 부전으로 종착역이 동일하지만(예외로 순천행이 있긴 한데 그 또한 부전역 경유다) 상행선은 동대구, 청량리(당연히 중앙선 경유, 1편), 포항(2편)으로 제각각이다. 비율로 보면 대부분이 동대구행이지만 나머지는 동대구로 가지 않기 때문에 중간에 비는 시간이 어쩔 수 없이 생기게 된다.
그러니까 여기서 열차를 이용하려면 열차시간이 맞는지 확인해 보는 게 우선이다. 특히 불국사에서 서울방향으로 바로 올라가려는 분들은 불국사역에서 한번, 동대구역에서 한번 갈아타느니 700번 좌석버스를 타고 신경주역으로 바로 가는 게 나아 보인다.
역시 한국의 대표적 문화유산 이름을 딴 역에 걸맞게 문에도 전통 문양이 붙어 있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푹신한 소파도 있는데 정말 편해 보인다. 나같은 경우는 열차 시간이 많이 남았다 생각하고 식사를 하고 오니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소파에 앉지도 못하고 바로 승강장으로 나왔다.
아까 승강장 방향 역사 사진을 저렇게 찍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키다리 역목이 역사를 가리고 있어서였다.
건널목에서 바라본 승강장. 불국사의 북적임과는 다르게 이 역은 조용하기만 하다. 선로 저편에는 큰 산이...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시골 간이역의 정취다.
승강장 내 대합실이다. 근데 정지표지판을 보면 거의 승강장 끄트머리에 있는 셈이라, 아무래도 잘 쓰이지는 않을 듯 하다.
잠시 후 내가 탈 열차가 들어온다. 동대구행 RDC. RDC 구경도 이렇게 남쪽까지 내려와야 할 수 있다.
경주까지는 10분, 동대구까지는 1시간 20~30분 정도 걸린다. 평시 기준이라면 고속버스가 경주터미널까지 50분에 끊어주니 철도가 30분 더 걸리는 셈이지만, 주말이나 성수기 때는 기차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양동마을에서 경주시내를 거쳐 부산으로 갔을 때 반대쪽 차선의 헬게이트를 보면(...) 경부고속도로 상 진출로에서부터 톨게이트를 거쳐 시내 초입까지 그야말로 거대한 주차장이었다.
아직 좀 남았지만 그래도 머지않아 폐선될 선로인만큼 느긋하게 창밖 구경도 하면서 동대구까지 갈 생각이었지만 차내에서 무심코 상행 교통편을 조회해 봤을 때 기차고 고속버스고 녹록치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와중에 고속버스 임시차가 하나 조회되길래 그걸 폭풍예약하고(임시차는 서대구터미널도 선산휴게소도 들르지 않기 때문에 빠른 편이다) 그 후로는 폭풍수면(...) 종착역 안내방송에 깼다.
혹시라도 불국사에 열차로 오시는 분들을 위해. 불국사역 앞 'A'표시된 곳 앞의 버스정류장에서 11번을 탑승하면 불국사까지 간다. 다만 11번 배차간격이 약 18분 정도 되므로 그건 감안하셔야 할 듯. 약 4KM정도 되므로 일행이 여러 명이라면 택시를 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불국사에서 불국사역으로 오려면 11번이 아닌 10번 버스를, 관광안내소에서 바로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타면 된다(길 건널 필요 없습니다!). 역시 배차간격은 18분. 오가는 버스가 다른 이유는 10번과 11번이 편방향 순환노선이고 10번은 시계방향(경주시내-보문단지-불국사-불국사역-경주시내)으로, 11번은 반시계 방향으로 돌기 때문이다. 거리가 얼마 안 되므로 버스만 탔다면 별다른 교통 정체가 없다는 전제 하에 10분 이내에 도착 가능하다.
나름 특이한 역에다 주변에 만족할 만한 밀면집도 있었고 이미 지난주 이야기지만 또다시 들러 구경하고 싶은 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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