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첫날, 분노(?)의 먹방 중화권(중국,대만,홍콩) 여행

대만 첫날 나는(정확히 말하면 내 위는) 분노해 있었다. 

김포에서 쑹산 가는 비행기의 탑승 수속 시간이 1시간 가까이 늦었고, 도착은 30분 가까이 늦었다. 본래는 12시 50분(한국시각으로 1시 50분)에 대만에 도착해야 하지만 13시를 넘겨 도착해 그 황금같은 점심 시간을 기내에서 보내야 했던 것이다. 게다가 예상을 안한 건 아니었지만 이스타항공은 기내식이 없다. 주스 한잔 주고 땡. 물론 저가항공사라는 게 공짜 주스라도 감지덕지하고 마셔야 한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 다만 날을 번갈아 운항하는 티웨이는 삼각김밥은 준다고 듣고 있었는데, 동일시간대 동일노선을 운항하는 항공사니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뭐 괜찮다. 목적지는 먹방의 나라 대만이니. 도착해서 많이 먹으면 된다. 호텔에서 체크인하자마자 짐만 놔두고 먹을 것 탐색을 나갔다. 호텔에서 주변 지도를 받았는데 우육면을 파는 집이 근처에 있길래 찾으러 나섰다가, 야시장을 발견. 대충 찾다가 저 무슨무슨 병(餠) 좌판에 사람들이 몇명 있길래 가서 먹어 보았다.

뭔고 하니 우리나라 부꾸미 내지는 부침개 비슷한 건데, 찰기가 약간 있는 밀전병에 계란, 치즈, 샐러리 등 각종 토핑을 얹어 동그랗게 말아 먹는 것이었다. 메뉴에는 간단한 영어 설명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나는 기본이 되는 계란만 올려 먹기로 했다. 30NTD(1천원 상당).

주인장이 소스를 들고 '가라이, 가라이' 하는데 매운(辛い) 소스라는 뜻. 오케이 했다. 아 일본어 잘 통하네(...) 칠리소스도 아닌 것 같고 알싸하게 매운 소스가 자칫 밍밍할 수 있는 계란+부꾸미 맛에 포인트를 준다. 다음에는 여러가지 토핑에 도전해 볼까 했는데 이 동네는 워낙 먹을 게 많으니 한번 먹은걸 또 먹을 순번은 오지 않는다. 유이(唯二)하게 두 번 먹은게 우육면이랑 망고빙수. 물론 같은 가게에서 먹지 않았다.

한국시간으로 오전 8시에 아침식사를 하고 8시간동안 변변한 걸 먹지 못했으니 저걸로 만족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번에는 시장통 쪽으로 가보니 앞에 이런 '두화(豆花)'라고 쓰여 있는 가게가 있었다.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두부에 각종 토핑을 얹어 먹는 음식인 것 같다. 뜨끈한 국물을 부어 주기도 하고 차갑게 먹는 것도 가능한 듯. 이동네는 해가 나면 겨울에도 20도 이상 올라가기도 하니, 뜨거운 것 차가운 것 모두 잘 팔릴 것 같다.

하나 추천해달라 그랬더니 땅콩 토핑을 추천해 주셨다. 왠지 제일 비싼걸 추천해 주신 것 같지만 뭐 이유가 있으니 비싸겠지(...) 비싸봐야 몇백원 차이다. 이 음식은 45NTD였던 걸로 기억. 약 1500원 돈이다. 이날 기온이 10도 중반 정도였고 비도 오락가락 하고 있었으니 사실 차가운거 먹을 날씨는 아니다. 따뜻한 걸로.

땅콩삶은 국물인지 땅콩과 같이 국물을 떠서 주신다. 국물은 적당히 달콤하고 이런 날 몸 녹이기 딱 좋았다. 점심보다는 아침에 먹으면 딱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게다가 후룩후룩 먹고 있으니 국물 리필(!)까지 해주셨다. 이렇게 친절할 데가.

나름 유명한 곳인지 잡지인지 신문 기사가 벽에 붙어있었다. 나도 저렇게 다양한 토핑 섞어달라고 할 걸 그랬나(...)

메뉴 한켠에 일본어로 표시가 되어 있다. 이 동네 일본사람 많이 사는 동네인가? (...) 이곳 사장님은 간단한 영어가 통해서 영어로 주문. 요새는 일본어 쪽이 좀 친숙하긴 한데 영어 혹은 일본어 모두 쓸 수 있는 상황이 오면 영어가 먼저 튀어나오긴 한다.

정신을 차렸으니 호텔로 돌아가 짐 정비를 좀 한 후, 시먼딩으로 향한다.

예전에 포스팅한 적 있었던 '모에선 맞은' 시먼딩인데, 2차원 처자 위에는 '수호신 임묵랑守護神林默娘'이라고 쓰여 있는데 2차원 처자를 수호신으로 모시는건지 수호신을 모에화한건지(...) 이름이 임묵인것같은데 중국어로 어떻게 읽을랑가?

아시겠지만 본인은 중국어를 못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상호나 음식명 등은 한자를 우리식으로 읽을 수밖에 없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시먼딩에는 아니메이트, KT 아니메숍(약간 허름해 보이는데 만화책이나 굿즈도 충실하고 이런저런 애니 쪽 인사가 다녀갔는지 사인도 전신되어 있다) 등등을 구경한 후, 이곳의 명물이라는 곱창국수를.

곱창국수는 대/소가 구분되어 있다. 대짜는 65NTD, 소짜는 50NTD던가(50NTD=한화로 대충 1800원 가량)...대짜로 배를 채우기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서, 소짜로 시켰다.

이곳은 딱히 자리랄 게 없고 주변에 적당히 서서 먹는다. 자리가 있긴 한데 자리에는 '우선석' 이라고 붙어 있다. 즉 노약자한테 양보하라는 뜻(...)

대만에서 길거리 음식을 먹다 보니 포장마차의 좌판이라던가, 시장의 간이 식탁이라던가, 이렇게 서서 먹는 곳까지 있으니 혼자 먹는 데 대한 거부감이 적다는 장점은 있는 듯 하다. 번듯한 4인 식탁(혹은 2인 식탁이라도)을 혼자 차지하고 있으면 어쩐지 내자리 아닌 것 같고 어색할 때가 있으니...

국수라고 하지만 면이 쫄깃한 기가 없고 가늘기 때문에 숟가락으로 퍼 먹는다.

내가 중국어는 니하오 셰셰 짜이찌엔 정도밖에 못 하지만 그 외에도 할 줄 아는게 있는데 그건 바로 '뿌야오 샹차이'. 샹차이(고수) 빼주세요라는 뜻이다. 한자로 쓰면 不要香菜 정도 되겠지 아마...그 특유의 뭐랄까, 비누같다고 해야 할까 그런 향이 보통 한국인에게는 거부감이 많아 보통 빼서 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여기도 그렇고 지우펀의 땅콩 아이스크림에서도 샹차이를 넣어먹었다. 확실히 향이 좀 특이하긴 하다만, 고기와 그 중국 특유의 향료 맛이라 그래야 할까...그걸 잡아주는 효과가 있다. 땅콩 아이스크림도 샹차이를 빼면 그냥 달달한 아이스크림이겠지만 넣어 먹으니 중화권에서만 맛볼 수 있는 아이스크림이라는 느낌? 단맛과 샹차이의 향이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물론 이 '오묘한 조화' 안 좋아하시는 분 많을 줄 안다. 기회가 되면 샹차이 안 넣은 땅콩아이스크림도 먹으려 했지만 그 길로 다시 돌아오지 않은 채 타이베이로 향하는 버스를 타버렸다.

하지만...어디던 관광객에게 유명한 곳이니 어쩌면 외국인을 배려해서 샹차이를 걍 넣어달래도 적당히 넣어준 걸지도 모르겠다.

곱창국수의 감상은...누가 곱창과 국수를 같이 먹을 생각을 했는지 신기하다. 쫀득한 곱창이 국수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이런 훌륭한 먹을거리가 2천원 이내라니!

하지만 이런 고기국수를 먹으니 좀 텁텁한 건 어쩔 수 없다. 감자탕집에서 식후에 아이스크림 먹듯이 뭔가 상큼한 게 필요해!

그래서 들른 곳이 삼형매 망고빙수집. 대만 3대 망고빙수집 중 하나라나(...) 아종면선에서 그리 멀지 않다. 

100NTD 정도 주고 먹었던 것 같다. 식사보다 디저트가 더 비싸(...) 그래도 망고빙수가 3500원 가량이라니 우리나라의 반 이상 싼 듯. 참고로 그 다음날 갔던 스무시는 가격이 좀 세다. 180NTD던가.

하지만 난 여기가 더 맛있었던 것 같다. 텁텁한 거 먹고와서 단맛이 더 땡겼나...빙수도 비주얼은 날카로운 칼날(?) 같아보이는데 어찌 그렇게 부드러웠던지!

가게는 분위기있는 카페보다는 분식집에 가깝다고 해야 하려나...맛있는 빙수를 먹었으니 별 불만은 없다. 아니 오히려 학창시절 분식집에 온 것 같은 추억이 들지 않는가...?

해는 저물었지만 시간은 오후 5시 반밖에 되지 않았다. 다음 일정은 용산사와 타이베이역 지하상가. 하지만 먹방은 이걸로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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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푸른별출장자 2014/12/20 01:11 # 답글

    잘 드시네요...

    요즘 대만 날씨가 별로라서 관광하긴 안 좋은데...
  • Tabipero 2014/12/20 01:20 #

    조금씩 여러 차례 먹는 게 포인트입죠.
    이틀은 비오고 이틀은 흐리더군요. 그래도 여름보단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 푸른별출장자 2014/12/20 01:30 #

    한국에서 살다 여기서 살려니까 늘 흐리멍텅한 날씨때문에 짜증이 많이 났었는데
    11년째 살다보니 만성이 되었습니다.

    쨍한 겨울 날씨 맞으러 내일부터 2주동안 한국으로 갑니다.
  • Tabipero 2014/12/20 09:48 #

    그러고보니 대만 살고계셨던가요...
    한국에서 햇볕 많이 쬐시고요. 요새는 해가 짧아서 해뜨기전 출근하고 해지고 퇴근하네요.
  • Hyth 2014/12/20 08:00 # 답글

    고수는 진짜 그 비누맛이 영(......)
  • Tabipero 2014/12/20 09:52 #

    저는 일단 먹고 불평하자 주의인데 의외로 나쁘지 않더군요.
  • Hyth 2014/12/20 09:54 #

    전 고수가 들어간 음식까진 괜찮은데 고수풀 자체는 못먹겠습니다(...) 전에 모르고 먹었다가 혀에서 느껴지는 비누맛의 압박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 도곡역 2014/12/23 09:18 # 삭제

    우리나라 고수풀이야 무난하지만 동남아쪽 고수풀 맛은 저도 어떻게 다가올지 어째 영 장담하기가 어렵네요

    대체 같은 학명의 풀초라도 지역마다 맛이나 느낌이 다르게 작용하는것도 기후대가 다르다는 것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을지 궁금해지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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