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데니즐리(파묵칼레)-셀축 철도 이동 유럽, 미국 여행

터키는 다른 유럽의 나라들과 달리 철도망이 빈약한 편이다. 그 대신 버스 노선망이나 시설이 충실하여 일반적으로는 버스 이동을 주로 하는 편. 또한 터키 여행을 갈때 주로 가는 카파도키아, 파묵칼레, 이스탄불 등지는 딱 맞는 철도 노선도 없고, 굳이 이용한다면 이스탄불에서 앙카라 구간, 그리고 이번에 포스팅하려고 하는 데니즐리(파묵칼레)-셀축(에페수스)-이즈미르(공항 포함) 정도다. 실제로 여행기를 검색해 보면 이 경로는 (버스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여행자들이 이용하고 있다.

데니즐리에서 셀축까지도 버스가 잘 다니고 있는데 굳이 철도를 이용했던 이유는 불확실성이 적고 저렴하고 이것저것 이유가 있지만 한마디로 대답하자면 '덕심의 발로'라고 하겠다. 해외에 나갔을때 도시간 이동에 기차 한번씩은 타 봤는데 여기서도 타봐야 하지 않겠는가!

이즈미르-데니즐리간 열차 스케줄은 링크를 참조. 영어 홈페이지가 있긴 한데...예약 페이지로 넘어가면 터키어가 orz 우리가 이용한 열차는 17시 15분에 출발하여 셀축에 20시 44분에 도착하는 열차. 약 3시간 반의 여정이고 요금은 15TL 언저리(14.5리라라고 기억하는데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15.75리라라고 하고...). 파묵칼레에서 데니즐리까지 돌무쉬 비용 3리라를 합하더라도 버스(파묵칼레에서 데니즐리까지 데려다 주는 대신 20리라가 넘었던가...)보다 싸다.

여행당시 터키리라 환율 1TL=500원을 생각해 보면 약 200km 거리, 세시간 반 기차삯이 7-8천원 꼴인데, 싸긴 싸다.

돌무쉬를 타면 내려주는 곳이 역 바로 앞인데, 바로 건너편에는 버스 터미널(오토가르)이 있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도로측에서는 철로가 잘 보이지 않아 별로 역같이 보이진 않는데, 잘 보면 기차에 붙어있는 것과 똑같이 생긴 TCDD 로고가 있다.

도착해서 표를 끊으려고 하는데, 매표원이 영어를 못 알아듣는다!

터키어라 해봐야 '메르하바'밖에 모르고 영어만 믿고 다닌 관광객 입장으로서는 좀 당황스러울 법도 한데, 당시 관광지에서 영어에 익숙한 터키인들만 보다 보니 뭔가 제대로 찾아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시겠지만 행선지와 매수만 이야기하면 말을몰라도 기차표 끊는데는 별 지장이 없다. 거기에 더해 학생/청소년할인 등의 확인을 위해 나이를 묻는 정도? 그리고 터키를 돌아다니며 본 수없이 많은 한국인들이 여기는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근데 인터넷 검색해 보면 생각보다 기차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양인 몇명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가 현지인들.

기차 타는 법은 영국과 비슷하다. 자유석이 기본이며 역까지는 자유롭게 들어가서 차내에서 검표하는 시스템. 특급열차나 침대열차 같은 경우는 지정좌석인 경우도 있겠지만...

차량은 묘하게 무궁화호 내지는 누리로를 닮았다. 덕분에 익숙한 느낌으로 여행할 수 있었다. LCD에 홍보영상(?)만 줄창 나오는 것도 누리로를 닮았고(그러고보니 요새 누리로 LCD에는 뭐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역시 우리네 기차 비슷하게 맨 뒷자리에는 콘센트가 설치되어 있어 휴대폰을 충전하며 여행할 수 있었다. 각도가 그리 크진 않았던 걸로 기억하지만 리클라이닝도 가능하고, 간이 테이블도 있었다. 운임을 생각하면 꽤나 좋은 시설에 편안히 여행할 수 있다. 기차 여행이니만큼 멀미 걱정도, 화장실 걱정도 없고.

기차가 좀 길게 정차하길래 잠깐 찻간에 갔다가 역시 정차시간을 이용해 승강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청년을 봤는데, 20세 초반의 그 청년이 그 이후로 우리에게 관심을 표하며 계속 말을 걸었다. 문제는 그 양반은 영어를 못 알아듣고 우리는 터키말을 못 알아듣는다는 것. 그래도 그 청년은 우리에게 끈질기게 대화를 시도한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일본(남에게 폐 끼치는걸 극도로 싫어하기에 남 일에 가급적 관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걸 '개인주의'라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과 '메이꽌시(None of my/your business)' 성향이 있는 중국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서구화되는 와중에도 아직도 특유의 '정'내지는 좀 심하게 표현하면 '오지랖' 문화가 남아있다 할 수 있는데, 그런 우리가 생각하기에도 터키 사람들은 심한 '오지라퍼'가 많다. 

책에서 본 바로는 외부인을 환대하며 외부의 정보를 얻는 유목민 시절의 행동 양식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 하는데...유목민들이라면 외부 사람들을 경계하지 않았나 하고 막연히 생각했던 나에겐 좀 의외다 싶기도 했지만 아무튼. 알지 못하는 나라를 여행하는데 있어 그런 오지랖은 싫진 않지만 문제는 이스탄불을 포함하여 유명한 관광지 같은 경우는 그렇게 접근해서 바가지를 씌우거나 여행자를 '벗겨먹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있다는 것. 

하여 그 청년과 대화하면서도 상당 시간동안은 경계했는데, 보기 드물게도(?) 순수한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접근한 경우였다. 종내는 동행인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구글 번역기를 사용하긴 했습니다만...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와의 대화 수단도 딱히 없는 양반이 무슨 꿍꿍이가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순수한 목적의 오지라퍼'를 만난 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이랄까.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는 와중에서도 '샘숭(우리 일행 사용)' '엘지(그 청년이 사용)' 스마트폰을 가리키며 '굿'이라고 연발하는 걸 보면 역시 글로벌 기업이란 건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아무튼 무슨 단체 여행 온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천편일률적인 여행 일정에 끼워넣은 철도 여행은 그나마 좀더 현지 사람들의 생활에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는 이야기.

덧글

  • han 2014/07/05 19:33 # 삭제 답글

    터키는 워낙 버스 네트워크가 잘되어있어서 열차로 장거리 이동하면100% 철덕이란 우스개 소리가 있죠.
  • Tabipero 2014/07/05 20:26 #

    철도는 좋아하지만 철덕은 아니라고요!
    (이제 이 드립도 슬슬 질려가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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