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권을 가 본 건 7년 전의 미국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처음 미국에 갔을 때는 의외로 영어가 그렇게 유창하지 않아도 통한다는 자신감 같은 게 있었는데, 이번에 영국 갔을 때는 '그래도 나름 고등교육 받은 사람인데 이정도도 안 되나' 하는 생각이 좀 있었다. 내 영어실력이 좀 무뎌졌나 하는 생각도 해 봤는데, 생각해 보면 그때랑 유창한 정도는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 같다.
미국, 일본(이쪽은 일본어를 사용하니) 외의 국가에서 내 영어실력의 자신감은 '상대방에게도 어차피 외국어니'라는 데 있었다. 아니...사실 대부분의 경우는 그쪽이 더 유창했지만 그래도 같은 외국어를 하는 입장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쪽의 모국어는 내가 못 알아들어도 어쩔 수 없다는 패기도 있었다. 안 배웠는데! 사실 일본어의 자신감도 그런 쪽이 아닐까 싶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 외에는 '제대로' 일본어를 배운 적이 없으니, 야매로 배운 게 중간에 막혀도 어쩔 수 없다.
근데 이 동네에서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나는 꽤 오랜 기간동안 영어를 배워 왔다. 묘한 자신감 하락이 있었다. 7년 전 미국 갔을 때 꽤나 해소되었던 영어 컴플렉스가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그때에 비해 주위를 신경쓰게 되는 건지, 패기가 하락한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영국은 그나마 언어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는 나라다. 영국식 영어는 발음 굴리는 미국식과 달리 비교적 정직한 면이 있어서 '어색하다'정도지 오히려 좀 clear한 면도 있는 것 같다.
절대 아직도 사진 정리를 안 해서 땜빵하는 게 아니다. 아직 사진정리를 안 했다는건 사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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