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스위치백 - 심포리역과 심포리 건널목 ├중부(충청,강원)


사진을 확대하시면 기관차 윗쪽으로 터널이 보일 텐데, 헤어핀 커브를 뱅 돌아서 다시 저 터널로 들어간다.

엊그제 스위치백 구간을 짧게 다녀왔다. (스위치백에 대한 간단한 설명은 예전 포스팅을 참고하세요)없어질 것 같이 그래도 언제까지고 남아 있을 것 같던 스위치백이지만, 6월 27일자로 이 스위치백에서의 영업운전은 하지 않게 된다. 참고로 이 구간은 보존하여 하이원리조트 측에서 철도 테마파크 비스무리하게 만들 계획이란다.

없어지기 전에 한번은 가 봐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차피 예전에 한번 가 본 데인데 굳이 먼 길 할 필요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는 했다. 그러다 '일신상의 이유'로 성대하게 휴가를 내지 않는 이상은 이번주에 못 갔다오면 영영 못 갈 것 같아(주말에는 비 소식도 있고), 좀 무리한 일정으로 다녀오게 되었다.



2010년 내일로 여행 때 스위치백 답사는 한번 해본 적 있으므로, 이번에는 가보지 않은 곳, 차가 아니면 가기 힘든 곳 위주로 계획해 보았다. 그 첫번째가 바로 심포리역.

심포리역은 사실 스위치백 구간은 아니지만, 이달 말 이설될 구간에 포함된 곳이다. 열차가 통리재의 급경사를 극복하기 위해 자동차로 치면 '헤어핀 커브'를 크게 돌게 되는데, 그 중심에 있는 역이다.

한때 적은 편수나마 열차가 정차했던 적이 있었다고는 하나 인클라인 시절을 제외하면 태생이 신호장이었고 지금도 신호장 역할에만 충실한 역이다. 그런 이유로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이 역에는 승강장이 없다. 지근거리에 작은 마을이 있긴 하지만, 비경역의 반열에 들 만한 심심 산골의 역이다.
피난선도 설치되어 있다. 내리막길에서 제동력을 잃은 열차를 오르막 선로로 보내 관성에 의해 자연스럽게 멈추게 하는 시설인데, 열차 성능이 향샹된 오늘날에는 쓸 일이 거의 없고 철거되어 가는 추세다. 이곳 심포리역 피난선도 철거된다는 이야기가 돌았던 듯 싶다.

산 아래로 계곡물 소리가 들린다. 오랜만에 먼 걸음 해서, 맑은 바람을 쐬면서 푸른 절경을 보니 가슴이 시원해진다.
사진 오른쪽으로는 어울리지 않게 보도블록 포장이 되어 있는 소로가 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곳이 인클라인 흔적이 아니었나 싶다. 사진 한 장 찍어둘걸.

차로 38번 국도 통리재를 가다 보면, 열심히 고개를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중에 철도 건널목을 하나 볼 수 있다. 고갯길 한가운데 있는 건널목이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지만, 이 곳도 폐선이 예정되어 있다.

고갯길인데다가, 차량 운행과 열차 운행 모두 잦은 곳이라 그런지 안전을 위해 관리원이 상주하고 계신다. 

이 심포리 건널목 앞에는 스위치"빽" 쉼터라는 휴게소가 있다. 철도 동호인 사이에 이 스위치백 구간을 도보 답사하는(일부 불가피하게 철로를 따라가는 경로가 있지만 철로를 따라 걷는 건 아니다) 것이 유행(?)이 된 것 같은데, 이곳은 그 경로상의 거의 가운데에 있어 수분 및 영양분 보급과 휴식에도 적합해 보인다.

내가 갔을 때 이곳은 할머니 한 분이 지키고 계셨다. 만 원짜리를 깨려고 했다가, 가게에 잔돈이 없어서 가지고 있는 천원짜리를 모두 써야 했다. 크진 않지만 휴게소에 준하는 시설인데, 요새는 찾기 어려워진 동네 구멍가게같은 풍정이다.


나한정역과 흥전역도 다녀 왔는데, 나한정역에서는 동영상 촬영을 해서 그럴싸한 열차 사진은 없다. 이미 이 곳은 내일로 여행 때 답사한 여행기를 길게 썼으니 그걸 참고하시면 될 것 같고, 이날 찍은 건 나중에 별도로 포스팅할 기회가 생기면 그 때 하기로 하려 한다. 그러고보니 2010년 내일로 여행 때 통리역 포스팅도 안 한 것 같기도 -_-;;;

옥계휴게소에서 "우연히" 건진 사진. 사실 이날 최대의 수확은 이 사진이었다.

좀 엉뚱한 결말일지 모르겠지만, 스위치백 구간을 다녀오고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제대로 답사하려면 위험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열차가 후진하는 구간을 역무원의 별도 통제 없이 철로로 답사하는 건 당연히 위험하고, 심포리역과 흥전역은 역 구내도 좁을 뿐 아니라 접근하기 위해서 짧은 구간이나마 철로변을 걷고, 철로도 건너야 한다. 이외에 사진이 잘 나오는 포인트를 찾기 위해 역 구내를 횡단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어떤 경우에든 역무원의 허가를 받고 안전한 곳에서 촬영하였으면 한다.

도보답사의 경우 더욱 위험한 것은, 답사하기 위해 38번 국도 곁으로 다녀야 한다는 점이다. 고갯길 구간이라 커브도 심하고, 각종 화물차 및 덤프트럭도 빈번하게 지나다니므로 각별히 조심하였으면. 열차 스케줄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지만, 차는 그렇지 않으니...

내가 갔던 날도 아침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몇 명의 사람들이 스위치백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왔었다. 스위치백의 마지막이 다가올수록 찾는 이들이 많아질 텐데, 부디 안전에 유의하여 스위치백의 마지막을 함께 해 주시길.

(2012.6.24 대피선->피난선 오타수정 - Kael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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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あさぎり 2012/06/09 01:16 # 답글

    21일 즈음에 갈 것 같은데 답사 소요시간이 얼마나 걸릴런지... OTL
  • Tabipero 2012/06/09 17:10 #

    답사 소요시간은 사정에 따라 줄일 수 있겠지만 역시 가는 게 멀어서...새벽에 나와 아침을 휴게소 호두과자로 대신하면서 열심히 밟아도 3시간이 넘게 걸리더군요. 보통은 밤 기차를 타는 듯...
  • Hyth 2012/06/09 10:13 # 답글

    답사하기엔 시간과 예산이 부족해서(...) 그냥 옛날에 지나가봤던 걸로 넘어갈 생각입니다 orz
  • Tabipero 2012/06/09 17:13 #

    그때나 지금이나 사실 별 다를 건 없습니다. 그래도 한번은 가 보셨으니 다행이네요.
  • 택씨 2012/06/09 15:41 # 답글

    완전히 없어지는 게 아니라 보존을 하는 모양이군요.
  • Tabipero 2012/06/09 17:14 #

    이 구간이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스위치백에다 산악철도의 진수다보니, 그대로 없애기에는 너무나 아깝지요.
  • 뽀다아빠 네모 2012/06/12 13:30 # 답글

    저도 마지막으로 다녀와보고 싶지만, 사정이 그렇네요. 몇 년 전 겨울에 다녀온 기억을 그저 간직하고 지내야겠어요 ^^^
  • Tabipero 2012/06/13 22:38 #

    역시 거리가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스위치백 설경도 멋있을 텐데, 관광열차가 새로 다니기 전까지는 못 보겠군요.
  • Kael 2012/06/24 21:49 # 답글

    심포리역에 있는 건 대피선이 아니라 '피난선'이라고 합니다.
    대피선은 완급결합이나 열차교행을 위해 평평한 곳에다가 설치하는 예비선로이고, 피난선은 우리나라 철도운행세칙 상 철도가 운행할 수 없는 경사(즉 35퍼밀 초과)의 선로를 설치하여 자연적으로 열차의 속도를 떨어뜨려 제동시키는 선로이지요.
    우리나라는 피난선이 거의 없어지는 추세이지만 윗동네 부카니스탄은 1000m이상의 고도에 올라가는 역들이 널린지라(...) 피난선이 (상태는 병신이라 탈선이나 안 하면 다행이지만) 엄청나게 설치되어 있습니다. 북한의 피난선은 표준궤의 경우 80-120퍼밀, 협궤는 150퍼밀 내외의 초 급경사로 운영합니다.(...)
  • Tabipero 2012/06/24 22:46 #

    지적 감사합니다. 피난선/대피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감사합니다만...단순 오타였어요 orz
    윗동네는 모르긴 몰라도 차량 성능도 떨어질 테니, 함부로 없애면 안 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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