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여행-베네치아] 주말의 부라노 섬은 조용했다 유럽, 미국 여행

사실은 이 포스팅의 제목, '알록달록 부라노 섬'으로 하려고 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이 제목, 베니스 가기 전에 참고삼아 봤던 다른 분의 포스팅 제목과 토씨 하나 안 다르고 일치한다(enat님의 포스팅). 역시 부지불식간에 영향을 받는 건가(...) 주인장이 작곡하기 몇달 전부터 다른 곡은 일절 안 듣는 모 작곡가 같은 사람도 아니고-_-;;; 따라서 제목 변경. 사실은 '알록달록'하다보다 먼저 든 느낌은 '조용하다'라는 것이었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포스팅하는 주인장은 여행기를 시간순으로 포스팅할 생각이 전혀 없다. 시간상으로는 베네치아 본섬에서 두칼레 궁, 리알토 다리 등을 둘러보고 미로같은 골목을 지나, 섬 북쪽에 있는 정류장으로 이동하여 부라노 섬을 둘러본 것이다.

또한, 별 관련은 없지만 베네치아 여행을 한 이 날은 '아키야마 미오'의 생일이었음을 밝혀둬야 할 것 같다. 새벽에 잠이 안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질을 하다 보니 물 건너에서는 모니터 앞에 생일상을 차려놓은 인증샷이 너무도 많았다(...).
부라노 섬에 가는 바포레토의 터미널(?)은 본섬 윗쪽에 있는 Fond. Nuove라는 곳이었다. 여기서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12번 바포레토를 타면 무라노 섬을 경유하여 약 40분 만에 부라노 섬에 도착하게 된다. 베니스 중앙역이나 버스 터미널 등에서 가더라도 어차피 Fond. Nuove나 무라노 섬에서 환승해야 한다.

앞에도 언급했었지만 우리는 리알토 다리에서 출발하였는데, 아시다시피 베니스 골목이 좀 복잡해야지(...) 리알토 다리나, 베니스 중앙역(Ferrovia)이라던가, 산 마르코 광장 등은 건물 벽 등에 친절하게 안내가 써 있었으나 F. Nuove라는 듣보잡(?) 동네는 어떻게 찾아가야 할지...계속 지도에 코를 박고 가는데, 다행히 어느 정도 길을 찾으니 친절하게도 이 듣보잡 동네의 방향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화자찬은 잘 안 하는 편이지만, 이런 미로에서 길을 찾다니 내가 생각해도 스스로가 대견스럽다. 진심으로 중앙역까지 바포레토를 타고 돌아갈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지도를 보면 아시겠지만 섬을 반바퀴 뺑 돌아야 하므로 걷는 것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렇게 도착한 Fond. Nuove. 묘지섬으로 유명한 산 미켈레 섬이 건너편에 보이는 곳이다. 앞의 바포레토 관련 포스팅에서도 설명했듯이, 노선에 따라 정류장이 다르므로 정류장 들어가기 전에 항상 노선 번호 확인을.

산 미켈레 섬

잘 보면 보이는 부라노의 사탑

이 부라노에 가는 바포레토는 생각보다 꽤 컸다. 정확히 기억은 못 하지만, 좌석이 100개 정도는 되었던 걸로. 200명 정도는 간단히 구겨넣을(?) 수 있는 규모였다. 안에는 (무료)화장실도 있다. 쌀 수 있을 때 싸 두자는 신조에 맞게 한번 가 봤는데, 변기뚜껑 없는 양변기가 인상적이었다. 의외로 다니다 보면 공중화장실에 변기뚜껑 없이 문자 그대로 '변기만' 있는 양변기가 꽤 많았다. 어떻게 앉으라는 거지?? 기마자세???

어쨌든 창밖 구경하다가, 꾸벅꾸벅 졸다가, 그렇게 부라노에 가까워져 간다.

'아리아'를 통해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나무를 묶어놓은 기둥은 항로를 표시한다. 밤에는 불도 들어오고, 속도제한을 비롯한 각종 교통 표지판도 붙어 있다. 이 항로를 따라서 바포레토도, 모터보트도 이동하게 된다. 곤돌라...는 못 봤지만. 생각해 보면 너무 빠르게 이동하면 마주오는 배에 물이 튈 수도 있겠고, 그정도면 양반인게 파도가 너무 세게 일어 배가 기우뚱하거나 작은 배라면 전복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드디어 부라노에 도착했다. 선착장 앞에 잔디밭이 있으니 왠지 휴양지에 온 기분.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같은 분위기다. 실제로 도착한 시각도 일요일 오후. 시간은 대강 세 시 정도로, 벌써 그림자가 길어지니 이태리의 빠른 해가 실감나게 된다.

부라노 섬의 번화가라고 생각되는 곳인데, 너무도 조용했다. 베니스에서 안 가보면 섭할 관광지임에도 '을씨년스럽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조용했다. 작년 이맘때 가본 일본의 오미하치만에 비견할 정도로 조용했다.

이 곳의 집들은 짙은 안개에서도 쉽게 자기 집을 식별할 수 있도록 저렇게 강렬한 색으로 옆집과 구분했다고 한다. 지금은 그렇게 짙은 안개는 끼지 않는다지만, 굳이 마을의 전통이자 명물이 되어 버린 색색의 집들을 다시 무미건조한 색으로 되돌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 외에도 이 곳은 레이스가 특산품라고. 남편들이 고기잡으러 나갈 동안 아내들은 앉아서 레이스를 짰다나 뭐라나. 그래서 이 번화가의 상점들은 식당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레이스를 판매하는 곳, 혹은 레이스를 포함한 베네치아의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다만 우리가 살 성격의 것들은 아닌 것 같고, 그저 원색으로 집을 칠해놓은 예쁜 마을을 보고 싶었다.

보시다시피, 빨강, 파랑, 초록...알록달록하게도 칠해 놓았다. 또 그렇게 원색에 가깝게 칠해 놓으면서도 그 색이 촌스럽지는 않아 보여서 신기하다. 사진가들이 아주 좋아할 듯. 다만 문제점이 있다면 너무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관광객이 얼마 없으면 동네 사람들이라도 많이 돌아다녀야 할 텐데, 다들 어디 모여서 축구라도 보고 있는 건지 정말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비수기라서 사람이 얼마 없어서 좋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시골 간이역 구경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밝아 보이는 곳에 이다지도 사람이 없으니 여행지에서의 흥도 조금 바래는 것 같아 아쉬웠다.

섬의 골목 가운데로 나 있는 운하에는 뭍에서의 자가용 내지는 경운기나 다름없을 배들이 서 있었다. 그냥 구경할 때는 잘 몰랐는데 사진을 확인해 보니, 물에 반사대는 색색의 집들도 예쁘다.

아까 바깥에서 봤던 부라노의 사탑(가칭)의 정체는 섬 안에 있는 성당의 종탑이었다. 위키피디아의 사탑 리스트(영문판 링크)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곳. 이때만 해도 피사는 계획에 없었으므로, 대신해서 저기라도 가 보려고 했다. 아니 적어도 기울어진 연유라도 알았으면 했는데, 한 바퀴 돌아도 성당에 들어가는 문도 보이지 않는다. 에이 뭐...지반이 약해져서 기울어졌겠지...높은 건물 올리려면 기초 공사는 확실히 합시다.

부라노 섬은 여의도까지...는 아니고, 그 옆의 밤섬만하다고 해야 할까, 그리 크지 않은 섬이었다. 부라노 사탑의 정체를 파헤치고자 성당 주변을 한바퀴 돌았음에도 구경하는 시간은 딱 한시간이 걸렸다. 템포가 좀 빠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좀만 욕심을 더 내서, 다음날로 계획했었던 무라노 섬까지 가 보기로 하고, 돌아오는 12번 바포레토에 다시 몸을 실었다.


덧글

  • 택씨 2012/02/12 17:28 # 답글

    밤섬 정도라면 좀 작은 편인 듯.
    색깔이 바래지 않은 걸 보면 매년 또는 2 ~ 3년에 한번씩 칠하는걸까요?
  • Tabipero 2012/02/13 18:52 #

    아무래도 주기적으로 새로 칠하겠지요.
  • Hsama 2012/02/13 00:46 # 삭제 답글

    드디어 무라노군요 ㅎㅎㅎ

    배에서 이태리 아저씨가 큰소리로 외치던 "무우라누오 무우라누오"

    소리가 그립습니다. ㅋㅋㅋ
  • Tabipero 2012/02/13 18:52 #

    일본 역에 내리면 나오는 방송같았지요.
    도오쿄오~ 도오쿄오~
  • enat 2012/02/13 15:22 # 답글

    컹컹 그러게요 부라노섬은 알록달록이란 수식어가 가장 어울리죸ㅋㅋㅋㅋㅋ 갑자기 궁금해져서 구글에 "알록달록 부라노섬" 이라고 치니 일곱 여덟개의 포스팅이 쏟아져나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겨울에 가니까 굉장히 조용하네요. 여름엔 사진 찍기 위해 사람들 지나가는 것도 기다려야하고 그랬었는데... 장단점이 있군요...
  • Tabipero 2012/02/13 18:54 #

    여행 다니면서 사람이 적어서 득본 게 많았지만, 여기는 정말 당황스러울 정도로 사람이 없더군요. 무라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유리박물관을 저희 둘만 구경했었지요 -_-;;;
  • Hsama 2012/02/14 01:20 # 삭제

    기혼자시라면 둘만 가시면 참 좋을것 같습니다.

    진짜 조용하고 여기 저기 사람이 적어서 분위기 내기 그만 입니다. ㅎ
  • 뽀다아빠 네모 2012/02/14 17:03 # 답글

    글을 읽다보니 왜 알록달록인지 알게 되었네요....^^
  • Tabipero 2012/02/14 20:24 #

    정말 '알록달록'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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