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시가滋賀, 가자 - 히코네 성彦根城 ├오사카, 칸사이권


오랜만의 일본 여행기 업데이트입니다. 이 곳은 교토 옆에 있는 시가현의 코네彦根라는 곳으로, 도쿄 근처에 있는 코네箱根와는 전혀 관련 없음을 먼저 밝힙니다(아무래도 헷갈려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하코네 근처에서 꼭 무슨 일이 있어도 성을 보고 싶으시면 오다와라성小田原城을 추천합니다(...)

히코네 역에서 바라본 히코네 성

히코네 성하면 히코네시뿐만 아니라 시가滋賀현에서도 유명한 성이다. 17세기에 지은 성곽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일본의 국보 성 중 하나란다(나머지는 히메지姫路성, 이누야마犬山성, 마츠모토松本성). 토요사토豊郷에서 그대로 오미철도近江鉄道를 타고 히코네 역에서 내려 도보로 걸어가면 되는, 크게 돌아가지 않는 여정이므로 중간에 집어넣은 것이다.
사진으로는 제대로 나오지 않은 것 같은데, 이 성에는 일본 성으로는 드문 구조물인 '노보리 이시가키登り石垣'라는, 능선을 올라가는 듯한 비탈지게 만든 석축이 있다. 원래 이 구조물은 임진왜란 때 우리 나라에 왜성倭城을 쌓을 때 도입된 것이라 하는데, 산 위의 주성(혼마루)와, 주 보급로가 있는 해안이나 강변까지를 방비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임진왜란 이후 왜란에 참가한 영주(다이묘大名)를 중심으로 노보리 이시가키를 쌓아 성 방어에 활용하게 되었다는데, 현재 노보리 이시가키가 온전히 보존되어 있는 곳은 히코네 성과 시코쿠의 마츠야마松山 성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한국어로도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는데, 단지 왜성의 축성 방식에서부터 사용되었다는 이야기는 일본어 외에는 없어서 좀 아쉽다.

성 안으로 들어가려면 마치 입체 교차로처럼 P턴하여, 다리를 진입하여 들어가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유사시에는 다리를 철거하면 통로가 없어지므로 방어에 유리한 것이다.

히코네 성의 천수각은 다른 성들에 비해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아름다운 것으로 치려면 다른 성 못지 않다.

다른 쪽에서부터 바라본 성의 모습.

내가 생각하는 이 성의 백미는, 무엇보다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비와호琵琶湖 전망이다. 호수임에도 불구하고 수평선이 보이는 스케일을 자랑한다.

북동쪽 전망. 뒷쪽의 설산은 후지산...이 아니라 이부키 산伊吹山으로, 해발 1,377m이라고 한다. 그 앞의 산은 '사와 산佐和山'으로, 야마나카 사와코 선생님 이름의 유래가 된...건 아니고 저 곳에도 산성이 있었다고 한다. 이시다 미츠나리石田三成의 성으로 그는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패배, 승리한 동군이었던 사람들이 현 히코네성을 세워 옛 사와 산성의 기능을 대신하게 되었다. 현재 사와 산성에는 석축과 성루 일부만 남아 있다고 한다.

남동쪽은 좁은 평지 뒤로 첩첩 산중이다. 호수와 산 사이에 있는 좁은 공간에 위치한 도시는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중요한 길목이었을 것이고, 이 곳에 성을 쌓아 군사 요충지로 삼은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지금도 도카이도본선東海道本線, 도카이도신칸센東海道新幹線, 메이신名神 고속도로가 달리는 교통의 요지인 곳이다.

구글 맵을 보면 이 '길목'의 중요성에 대해 확실히 알 수 있다.

남서쪽(오미하치만近江八幡, 오츠大津, 교토京都 방향)으로는 그나마 좀 트여 있고, 주택을 비롯한 건물들이 빽빽히 들어차 있다.

해자를 따라 걷는 길은 마치 산책로같다. 한국은 설 연휴지만 일본은 신정을 쇠는지라 평일. 겨울의 평일 낮이라 사람들도 몇 없다.

겐큐엔玄宮園이라는, 영주의 정원이라고 하는데 모양은 번듯하지만 문제는 갈수기라 그런지 못에 물이 거의 없어서...아주 가운데를 제외하고는 원래는 물이 차 있어야 하는 부분이 진흙 벌판이 되어 있었다. 그걸로 끝나면 그나마 낫지만, 비린내가 진동을 해서(...) 히코네성 입장권이 이 정원 입장권도 겸하고 있어서 들어갔지, 만약 이 곳만 돈을 주고 들어갔다면 정말 돈이 아까웠을 곳이었다.
하지만 갈수기가 아니라면야, 성도 보고 일본식 정원도 구경하는 일석 이조의 명소가 될 것이다.

하루동안 토요사토 초등학교, 히코네 성, 오미하치만을 둘러보는 빠듯한 일정이었다. 히코네에서는 히코네성만 보고 다시 오미하치만으로 남하하였다.

히코네 성은 그야말로 시가를 대표하는 문화재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일반 관광객들이 시가를 방문할 일은 좀처럼 없어서(...) 토요사토 초등학교를 갔다가 본 방명록의 한국어 빈도를 보면, 아마도 시가 관광객의 절반 정도는 토요사토 초등학교 방문이 목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혹시 신칸센을 타고 가신다면, 마이바라米原 역에 내려 재래선으로 한 역만 가면 히코네이니 한번 들러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

팸플릿도 그렇고 설명을 봐도 이 곳이 교통의 요지라고 나와 있는데,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가 이렇게 사진을 대조해 보고 구글 위성지도를 보니 정말 중요한 길목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역사적 의미를 제한 단순 관광으로서는, 옛 모습이 보존된 일본의 성을 보았다는 것, 성에서 비와호와 설산의 경치를 만끽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으로 보인다.

* 2011.10.15 21시 수정  - 고유명사 원어 표기 및 관련 포스팅 내부 링크 추가

덧글

  • 까날 2011/10/14 21:45 # 답글

    저도 하코네라고 생각하고........
    노보리 이시카키는 산성의 영향을 받았다고들 하죠, 그보다 임진왜란 이후 에도시대에는 성을 쌓는 경우가 드무니까 드물법도 하군요.
    한국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에 가셨다고 싶었는데.......아항.
  • Tabipero 2011/10/15 21:02 #

    하코네와 히코네는 한국어 표기로는 점 하나 찍고 빼고 차이니 헷갈리기 딱 좋지요.
    성지순례와 주변 관광지를 묶어 돌아보면서 훌륭한 시가현(동부) 당일치기 여행이 되었습니다 ㅎㅎ
  • _tmp 2011/10/14 22:19 # 답글

    히코네성은 알고 있었습니다. 안가봤지만 (...)

    사실 01년에 청춘18 들고 돌아다닐 때 히메지와 이누야마성을 가봤는데, 히코네는 고 앞을 지나가면서도 빼먹었죠.
  • Tabipero 2011/10/15 21:07 #

    이누야마는 도카이도본선으로부터도 꽤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정작 도카이도본선 바로 옆에 있는 히코네 성은...ㅎㅎ 그렇게 일일이 도중하차하다보면 여행에 끝이 없을 것 같긴 하네요.

    나중에 나고야에 가면 메이테츠 타고 이누야마에 한번 가 봐야겠습니다. 여담이지만 지명에 개견자가 들어 있는게 특이해 보입니다(초시의 이누보도 그렇고...).
  • _tmp 2011/10/15 21:52 #

    애초에 계획 짤때부터 들어가 있었으니 그리 된 거죠. (나고야 근교라 그런 것 같은데, 한국 가이드북에도 제법 나오거든요)

    한가지 골때리는 건 청춘18 때문에 JR 탄다고 제법 헤맸다는 거죠.
    이누야마 가까이 가는 다카야마본선은 원맨 운행하는 구간으로 배차간격이 형편없습니다. 절대적으로 메이테쯔 타고 가야 하는 곳이더군요.
  • Tabipero 2011/10/17 21:22 #

    본격 명철이 JR동해 바르는 현장이군요(...)
  • rumic71 2011/10/20 21:11 #

    그러고 보니 이누야마성은 일본서 유일하게 개인소유라는 말을 들은 듯.
  • Tabipero 2011/10/20 21:23 #

    "일본에서 유일한 개인소유의 성이였지만, 2004년 4월부터 재단법인 이누야마 성 하쿠테이 분코(犬山城白帝文庫)에 이관 되었다." 라고 위키피디아에 나와 있네요.

    http://ko.wikipedia.org/wiki/%EC%9D%B4%EB%88%84%EC%95%BC%EB%A7%88_%EC%84%B1
  • 엘센 2011/10/15 00:43 # 답글

    히코네라면 히코냥! 이라죠...
  • Tabipero 2011/10/15 21:11 #

    아즈냥이 히코냥 코스프레를 한 그림도 있더군요(...)
  • 택씨 2011/10/15 18:25 # 답글

    천수각은 참으로 독특하군요. 멋있기도 하구요.
    지붕을 겹쳐서 보이니 집이 층층이 쌓인 것처럼 보이는걸요.
  • Tabipero 2011/10/15 21:15 #

    그렇게 볼 수도 있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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