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지붕이 어울리는 중앙선 석불역 ├서울 및 근교

* (2011.9.23 추가)본 역은 2011.10.5일자로 여객 취급이 중지됩니다. 혹시나 방문하실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대중교통은 용문역이나 여주터미널에서 여주시내버스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구둔역 앞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석불주유소 앞에서 내렸다. 여주에서 출발하여 용문까지 가는 시내버스는 구둔, 석불, 지평, 용문 이렇게 양평군내의 4개 역을 지난다. 이 석불역에는 아침저녁으로 4편의 열차가 정차하는데, 차라리 인근의 석불주유소 앞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수도 많고(많아봐야 시간당 한대 될까말까지만), 환승할인도 되어 저렴하다.

인근 구둔역과 지평역과는 달리 석불역은 무인역으로, 역보다는 대피선이 있는 신호장의 역할에 더 충실한게 아닌가 생각된다. 이마저도 복선 전철화가 진행되면, 지역 주민 외에는 철도 동호인이나 간이역 애호가 정도가 알게 된 채 소리소문없이 새 유리궁전으로 바뀔지 모를 일이다.
유리궁전 하니 생각나는데, 이 석불역도 역 모양새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하여 지난 포스팅을 찾아보니, 능내역이나 구 아신역과 꼭 닮아 있다. 새로 생기는 역들은 하나같이 유리궁전이어서 몰개성하다고 비난하면서도, 추억을 찾아 이런 몰개성한 역들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간이역 몇개 돌아다니다 보면 유형별로 정리가 딱딱 되는 것 아닐까, 건축 설계 사무소와 철도청 관계자가 마주앉아 카탈로그를 쫙 펴놓고 '이 역은 A형, 이 역은 D형, 이 역은 A'형으로 해 주세요' 이런 모습이 상상된다. 

승강장에는 잡초가 무성해, 역명판과 콘크리트 경계석이 아니면 승강장인지 의문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이 콘크리트 경계석은 흔히 오래도록 살아남게 되어, 흥미를 가지고 폐역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승강장 맞은편에는 집이 몇 채 있다. 물론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는데, 그야말로 문 앞을 나서면 열차를 탈 수 있는 '초 역세권'이다. 하지만 그 열차 편수는 하루에 몇 편이 안 되니, 시각에 따라서는 소음 공해의 주범일 수도 있겠다.

승강장에는 이 집의 개로 추정되는 개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선로가 이설되고 이 역에 기차가 지나지 않게 되면, 역을 지키는 자는 이 개 정도일지 모르겠다. 무전을 할 일도, 떠나는 열차를 바라보며 후부양호 지적확인을 할 일도 없겠지만.

녹슨 행선판. 물론 개정전 영문 표기는 보너스다.

'석불'이라는 이름으로 미루어 보면 이 근처에 돌부처가 있다는 뜻일 텐데, 특이한 어감과 부처님의 위엄이 느껴지는 역 이름과는 달리 석불은커녕 절도 찾아볼 수 없다. 일설에 따르면 고려시대 절터가 이 근처라고는 하다만...



열차는 이 역을 쏜살같이 지나친다.

옛 역명판. 코레일 신CI는 커녕 역삼각형 마크 시절 것도 찾기 힘들다. 20년 전에도 이 모습이었을 것 같아 보인다.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면 이 역은 2001년에 신호장으로 격하되었고, 2005년에는 역무원도 철수했다가 2008년에 무배치간이역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말인즉 2001년에 여객열차가 서지 않게 되었다가 최근에야 몇 편 서게 되었다는 것 같은데...

건물 한켠에 있는 화장실. 화장실 표기가 낡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용산-청량리간 경원선에 저런 화장실 표지가 남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마 신 CI로 교체되었을 것 같다.

사실 화장실의 상태는 건물의 관리 상태를 보여주는 일종의 척도가 될 수 있지만, 문을 열어보진 않았다. 잠겨 있는지 열려 있는지도 모르겠다.

역사 앞에는 집표함이 설치되어 있다. 사실 무인역에 집표라는 게 의미가 있긴 한 건지 모르겠다. 관리하는 사람의 손만 가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지만, 집표함이 없으면 저 영수증 쪼가리같은 승차권이 역 여기저기에 나뒹굴 지도 모를 일이다.

집표함에는 승차권 몇 개가 들어 있었다. 날짜를 보면 보름 이상을 수거해 가지 않은 모양.
그냥 승차권을 집에 들고 간 사람도 꽤 되겠지만, 보름 이상의 하차 실적이라 보기에는 아무래도 초라하다.

사실을 이야기하자면 석불역은 앞에서 전술한 몇 개의 역과 형태가 아주 판박이라 구둔역에 비해 감흥이 덜했다. 하지만 이것저것 찍어놓은 사진이 많아 아무래도 2부로 가야 할 듯. 구둔역은 십여 분 머물렀으나 이곳에는 한시간 가까이 머물렀는데, 이게 다 버스 시간 때문이다(...)

다음 편에는 '(열차에서 내려) 들어올 땐 맘대로였겠지만 나갈 땐 아닌' 홍콩행 석불역의 특이한 역사 배치에 대해 포스팅할 예정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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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Hsama 2011/05/24 22:54 # 삭제 답글

    '건축 설계 사무소와 철도청 관계자가 마주앉아 카탈로그를 쫙 펴놓고 '이 역은 A형, 이 역은 D형, 이 역은 A'형으로 해 주세요'

    왠지 상상이 갑니다 ㅋㅋㅋ
  • Tabipero 2011/05/29 21:11 #

    사실은 비용절감의 일환일 텐데, 어찌되었건 저런 작은 건물들은 세월이 가면서 주변과 동화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지금 짓는 '유리궁전'들도 30-40 년 정도 지나면 그렇게 될...까요? ㅎㅎ
  • Hsama 2011/05/31 23:58 # 삭제

    유리궁전들은 건물이 동화 되는게 아니라 자연이 동화 당할것 같아 걱정 입니다 (진심입니다.)
  • Tabipero 2011/06/01 23:09 #

    301동도 애초에 온실으로 지을 것 같았으면 차라리 유리궁전으로 지었으면 좋을 것을...
  • Hsama 2011/06/02 01:11 # 삭제

    그 건물(301) 에선.... 이미 학생들이 충분히 건물에 동화 당하고 있습니다.
  • 베요네타 2022/12/11 16:06 # 답글

    건물이 멀쩡하고, 철길을 걷어내기 전 사진이라 귀한 자료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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