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화랑대역 포스팅에서, 서울에서 한두시간 내 거리에 간이역 찾기가 어려워졌다는 언급을 했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중앙선 쪽에는 아직도 오래 된 간이역이 남아 있을 터였다. 물론 이들도 2012년에 중앙선이 원주까지 신선이 깔리면 더는 열차가 다니지 않을 멸종 위기종. 아니 그 전에 공사 진척에 따라 먼저 없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제는 그들 중 구둔역과 석불역을 다녀왔다.
구둔역은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즉 새 열차가 다니더라도 역사가 철거되지는 않는다는 뜻. 하지만 열차가 끊기기 전에 역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예전 구 선로 시절에는 서울에서 양평까지가 한시간 거리였는데, 이제는 양평까지는 30분 정도에 내달릴 수 있고 이곳 구둔역이나 매곡역 정도가 청량리에서 1시간권 내에 들어가게 되었다. 다만 그놈의 지연 때문에 5분 늦게 도착. 의외로 열차를 타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역 맞은편 대피선에는 2번 승강장이 있다.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 난 강릉행 열차를 타고 왔는데 1번홈에 내렸는걸 -_-;;; 이런 단선철도 상의 역에서는 딱히 교행이 없으면 어느 쪽 방향이건 본선 승강장에서 타고 내리게 된다.
사족 좀 달자면, 지난 일본여행에서 란덴을 탔는데 단선에 대피선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방향별로 서로 맞은편으로 승강장이 구분되어 있었다. 별도로 승강장을 마련하는 게 오승(誤乘) 방지에는 최고의 방법이지만 왠지 시설 낭비로 보이는 게...
지금은 중앙선 열차에는 부산행이 없는데(전부 부전 발착), 부산을 표기해 놓은 것이 재미있다. 예전에는 중앙선경유 부산행이 있었던 건지, 아니면 부전이나 부산이나 다 부산이어서 저리 표시한 건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전자인 것 같긴 하지만...
잘 사용하지 않는 대피선 쪽 2번 승강장에는 그래서 잡초만 무성하다.
이 블로그에서 간이역 포스팅을 자주 봤다면 아실 듯 하지만, 청 시절 판때기에 로고만 코레일로 바꿔 달았다. 덧붙여, 인근 매곡역/석불역은 모두 무인역이다.
승강장에서 본 역사 모습. 역이라기보다는 작은 시골집 같아 보인다. 역명판의 개정전 로마자 표기는 서비스. 이 오래된 역명판을 외국인들은 헷갈려 할 지도 모르겠지만, 나름 세월이 느껴져서 좋아한다.
바깥에서 찍은 모습. 승강장 안쪽보다는 좀 수수해 보인다.
이 역의 특이한 점은, 역무원이 배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차권을 발급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승객 입장에서는 잘 납득이 가지 않지만, 이 곳은 열차 교행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으로 이에 대한 운전 정리 업무가 매표 업무보다 중요한 모양이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무배치 간이역처럼 일단 탑승 후 승무원에게 표를 발급받으면 된다.
본인같은 경우는 '글로리 코레일'어플을 깔아서 사용하고 있는데, 스마트폰을 갖고 있으면 어플을 이용해 그냥 스스로 발권하면 된다 -_-;;; SMS티켓같이 할인도 적용받을 수 있고. 어플 광고가 아니라, 실제로 별 생각 없이 깔았다가 몇 번 써 보니 편했다. 역에 가는 도중 결제부터 발권까지 할 수 있으니.
버스가 열차보다 자주 오는 이런 시츄에이션은 뭔가...
버스같은 경우는 용문과 여주를 오가는 여주시내버스가 구둔역 역광장에 정차한다. 물론 경기도 버스므로 환승할인도 적용된다. 혹시 답사하고 싶은데 열차 시간이 맞지 않다면, 용문까지 수도권전철을 타고 거기서 시간 맞춰 버스를 타면 된다.
위에도 그렇고, 이런 작은 유인역 내에는 각종 포스터가 눈에 띈다. 딱히 작은 역만 골라서 포스터를 붙인다기보다는 작은 역에는 달리 기다리며 다른 데에 신경을 팔 일이 없으니, 눈에 띄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역 앞의 건널목은 완전 수동(?) 건널목이다. 갑자기 웬 차가 승강장 앞으로 오더니 역무원분께 지나가게 해 달라고 하자, 역무원이 나와 자물쇠를 풀어서 줄을 풀어 준다. 윗쪽으로 가려면 역 구내를 가로질러 가야 하는 모양. 위성사진으로 봐도 대체할 만한 다른 길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을 찍고 있자니 화물열차가 한 대 지나간다. 이 날은 덕소에서 출발했는데, 분명 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다 이 열차가 지나간 걸 본 적 있었다. 아마도 중간에 내가 탔던 열차를 대피했던 모양.
답사라고는 왔지만 이 역에 머문 시간은 10분 남짓이었다. 버스를 놓치면 한 시간여를 더 기다려야 했기 때문. 그리고 이 날은 석불역도 계획에 있었다. 그러므로 아쉽게도 이 역과는 작별을. 알고 보니 버스는 큰길(이래봐야 왕복 2차선 지방도)에서 일부러 역 앞까지 한번 들어와 주고 다시 되돌아가 큰길로 가는 식이었다.
한번 다시 와서 느긋하게 즐기다 가고 싶은 그런 간이역이었다. 다음이 언제가 될 지도 모르겠고, 이 역도 언제까지 열차가 다니게 될 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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