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舊)경춘선 - 舊 백양리역 ├서울 및 근교



열차가 강촌에서 출발하자마자 백양리역 하차 준비 방송이 나온다. 나는 애초에 내 자리를 찾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근처에 대충 앉아 있다가 내릴 준비를 한다. 강촌역에서 얼마 안 떨어져 있는 백양리역은 경춘선의 몇 안되는 무인역 중 하나. 또한 승강장 위에 역사가 있는 특이한 구조로 유명하다. 즉 역무원이 있던 시절에는 일단 승강장으로 가서 표를 끊어야 한다는 이야기.

열차가 도착하자 간이역 치고는 많은 '몇 명'의 포토그래퍼들이 열차를 맞이한다. 출입문에서 카메라를 들이미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마주 오는 열차를 기다리느라 백양리역에 멈춘 열차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차를 타고 들른 가족 단위 여행객도 있었고, 무려 사발이를 강촌에서 빌려서 타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 다만 모두 열차가 떠나고 얼마 안 있어 제 갈길을 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역을 지키는 사람은 나 혼자.

맞이방 쪽은 "백양리"라고 쓰여 있는데, 특이하게도 반대쪽은 "백양리역"이라고 쓰여 있다.

역사를 보면 알겠지만 대합실은 그리 넓지 않다. 건물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이곳은 스무 명만 들어가면 내부가 꽉 찰 것 같다. 사진의 안내판을 보면 2004년 12월부터 무인역이 된 것 같다.
보통 무인역이 되면 매표소 입구를 판자 등으로 막아놓던데, 이곳은 매표소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매표소 옆에는 전화기가 놓여 있는데, 이때까지 돌아본 무인역 중 몇몇은 이렇게 인근 역의 역무원과 통화할 수 있는 전화가 놓여 있다. 물론 휴대전화가 흔한 요즘은 인근 역의 전화번호 정도만 적어 놓기도 한다. 아마도 전화를 하면 강촌역의 역무원과 연결될 듯.

 이렇게 매표소 쪽으로 셔터를 들이밀면 역무실이 보인다. 의자는 그렇다 치고 난로가 방치되어 있는 게 재미있다. 물론 대합실에는 난방기구가 없다. 이날 서울은 영상의 기온이었지만, 이곳은 계속 있으니 추웠다.


전화 안내문 위의 낙서. 친절한 직원은 홈페이지에 칭찬하도록 합시다(...)

벽에는 간간이 낙서가 적혀 있었다. 하긴, 역에 아무도 없으니 낙서를 해도 제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중 인상적인 낙서를 하나 발견. 일주일 전에 적힌 글이었다.

종운 날짜는 이제 가까이 다가와 내일이면 이 역은 더이상 역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이 글을 올리는 지금 이 시간에는 舊 백양리역을 정차하는 정기 열차는 이미 끊겼고, 그나마 종운 기념 임시열차가 약 30분 후에 이 역에 정차하는 마지막 열차가 될 예정.

낙서가 이렇게 안타까워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이 낙서들은 나중에 어떻게 될까. 그대로 화석이 되어 남아 있을지, 역 건물 채로 사라져버릴지 모를 일이다.

남은 사진들을 추후에 이어지는 포스팅으로 올릴 예정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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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뽀다아빠 네모 2010/12/21 09:03 # 답글

    백양리역이 그렇군요. 항상 그저 지나쳐 가기만 해서....이럴줄 알았으면, 백양리 역 구경도 좀 할 걸 그랬습니다....^^
  • Tabipero 2010/12/21 21:26 #

    사실 내려 보기는 쉽지 않은 역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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