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舊)경춘선 - 여행길 간단 스케치 ├서울 및 근교

벼르고 벼르던 백양리역과 경강역 구경을 다녀왔다. 이로써 춘천역을 제외한 대성리 이북의 역은 모두 가본 셈. 사족을 붙이자면 마석 이남의 역 중에서는 청량리역과 금곡역만을 가 봤다. 안타깝지만 주변에는 진작에 신역이 들어섰으니 어쩔 수 없다. 화랑대역을 안 가본게 아쉽지만 그곳은 등록문화재로 보존된다고 하니. 사실 정말로 아쉬운 건 구 사릉역이다. 역사는 아직도 남아 있을까.

백양리역과 경강역은 그 이름을 익히 들어 알고 있으나, 찾아가기가 쉽지 않은 역이어서 그간 못 가고 있었다. 사실 가평 이남의 역은 열차가 자주 다니지 않더라도 버스가 자주 다니니 접근하기 쉽지만, 이곳은 열차를 제외하면 하루에 버스가 왕복 10회 운행(상행5, 하행5)하는 것이 전부. 게다가 이 버스는 춘천이나 강촌에서 타야 한다. 아, 물론 승용차로의 접근은 간단하다.

이러한 접근의 어려움도 있고, 아침에 출발하고 싶었기에 조금은 희한한 루트로 역을 둘러보았다. 결단코 최적의 루트라고 할 순 없지만.
잠실(8:30)-가평(9:35)                7000번 시외버스    4000원
가평(9:40)-강촌(9:50)                시외버스              1400원
강촌(9:59)-백양리(10:02)            무궁화호(#1812)    2500원
백양리(10:45)-경강(10:50)           KTX*                      10000원
경강(12:03)-남춘천(12:32)           무궁화호(#4471)** 2500원
춘천TM(13:10)-동서울TM(14:20)  시외버스             6400원

*Kol TaXi. 전화 한통에 달려온다.
**경춘선 무궁화호 종운기념(?) 임시열차, 약 5분정도 지연됨


강촌역에서 백양리역까지 열차로 이동하는 건 사실 좀 이상하다. 역간 거리가 약 2km이어서, 도보로도 그럭저럭 이동 가능하다. 사실 나도 도보로 이동할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그래도 역을 답사하려면 역시 열차를 이용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거금 2,500원을 투자하여 희한한 표를 끊었다.

재미있는 것은 역무원분이 이런 희한한 루트에 대해 별 딴지를 안 거는 것. 심지어는 돌아오는 열차편까지 알려 주셨다(정작 난 KTX를 이용했지만). 코레일에 돈을 바치는(?) 고객이니 별다른 딴지를 안 걸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경춘선의 간이역을 마지막으로 구경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서라고 보인다.


백양리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열차를 찍고, 역을 찍고 있었다. 플랫폼 가까이서 사진을 찍는 이들이 있어 그런지 역을 통과하는 열차는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려대고 있었다. 나는 사실 중장년층이 많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중장년층'은 역에 내리기보다는 마지막 무궁화호 여행 자체를 즐기는 듯 했다. 아마도 펜션 이용객이 이용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조용한 무인역 백양리역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린 적은 손에 꼽을 것이다(하지만 그래봐야 대여섯 명 가량이다). 

차창 밖에는 유난히 떠나는 기차에 손을 흔드는 사람들이 많았다.


문제는 여기서 경강역까지 어떻게 가느냐...다. 역간 거리는 약 6km. 한시간 반 하면 걸을 수 있겠지만, 좀 난감하다. 버스 시간도 멀었고, 기차 시간도 멀었다. 하는 수 없이 거금을 투자하여 콜택시를 불렀다. 콜택시 전화번호는 백양리 역 화장실 옆과, 역 앞의 버스 정류장에 붙어 있었다. 택시는 강촌에서 오기 때문에 약간 비쌌다. 그리고 말이 6km이지, 의외로 꽤 멀었다.

기사 아저씨는 아침에도 경춘선 역을 구경하려는 손님을 태웠다고 하셨다. 그리고 경춘선 구선의 강원도 구간은 관광열차를 운행한다는 이야기도 해 주셨다. 레일바이크가 깔릴 줄 알았는데, 레일바이크는 청평-가평간 깔린다는 듯.

어찌되었건 경강역에 도착. 규모는 작지만 엄연히 유인역이다.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곳. 영화 '편지'에도 나왔고,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도 나왔다고 하는데, 내가 기억하는 건 1박2일에서 이 역 앞에서 퀴즈를 벌였던 것.

엘리시안 강촌 리조트의 초입이기에 주위에는 스키 렌탈샵도 있고, 편의점도 있다. 편의점에서 요기를 하고 다시 돌아왔다. 열차를 기다리는 약 한시간동안 역은 대체로 조용했지만 마지막에 되니 스키를 타러 온 일가족이었는지, 단체로 역을 구경하러 왔다.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승강장에 나가려고 하자 역무원은 방송으로 제지. 무단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지 다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나중에 열차를 타려 승강장에 나오니 밖에 계시던 역무원분이 왜 나왔냐고 묻는다.

그리고 도착한 열차는 임시열차. 무려 카페객차가 있다.

남춘천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입석을 세우는 경우는 좀처럼 없는데, 오늘이 바로 그 날이었다. 다시 돌아온 백양리역에서는 어떤 이는 아예 삼각대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아예 캠코더를 가지고 남춘천역 승강장에 내린다. 철도 동호인처럼 보이는 몇몇은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나가 기관차 분리 과정을 찍는다. 곳곳에 철도 동호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보이니 말 그대로 '강제정모 하는 날'인듯. 나도 동호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보기는 처음이었다.

두 역의 자세한 풍경은 후일 시간이 되면 자세히...

덧글

  • 뽀다아빠 네모 2010/12/21 09:04 # 답글

    백양리역과 경강역은 승용차가 없으면, 접근이 쉽지 않군요....음...
  • Tabipero 2010/12/21 21:28 #

    이제는 가장 자주 다녔던 교통수단인 열차마저 안 다니게 되었으니, 버스나 택시 아니면 자가용밖에 없지요.
    백양리는 그나마 강촌정류장에서 내려서 30분 남짓 걸으면 갈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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