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로 3일천하 - 흥전역(2) ├중부(충청,강원)

(앞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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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전역의 다른쪽 끝. 역무원분과 함께 간 것이니 철싸대*라 놀리지 말아요~

흥전역도 역시 유효장(열차가 정차할 수 있는 길이)은 길었다. 흥전역사 쪽에서 스위치백의 끝쪽으로 가다 보면 중간에 터널도 있었고, 터널을 지나면 그 끝은 이렇게 되어 있다. 그러고보니 우리나라에서 본선의 선로 끝 표지는 좀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전편에서 흥전역을 아무것도 없는, 역밖에 없는 역이라 소개하였으나 나는 나한정역보다 여기 더 오래 머물렀다. 역무원분들과 이야기하느라 도계로 돌아가는 열차 시각이 다 되어가도록 시간 가는줄 몰랐다.

나한정 역에는 닭을 풀어놓고 있었는데, 흥전역에도 닭을 풀어 놓았다고 한다. 다만 산 속으로 갔는지, 내가 갔을 때는 안 보인다고. 흥전역의 닭을 나한정역에서 분양(?)해간 건지, 거꾸로인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닭대가리라고는 하지만 열차 위험한줄은 아는 듯.
흥전역 철로에서 바라본 도계읍 모습


철싸대* : '철도 싸이코 대원'의 준말. 철도팬을 참칭(?!)하며 온갖 민폐를 끼치고 다닌다.

지지난 편인가, match345님께도 답글 달아드렸지만, 나는 정말 이렇게 대접(?) 받을줄은 상상도 못 했다. 철싸대의 전국구적 활약에 힘입어 현업에 계신 분들 중 철도 팬들에 대한 인식이 안 좋으신 분들이 더러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그리고 이곳은 스위치백 구경꾼을 위한 역은 아니기에, 내가 구경을 가면 그 곳에 말 그대로 '민폐'가 아닌가.

나한정역에서의 방명록에 보면 일본인뿐만 아니라 KBS의 '무한지대 큐'도 적혀 있었고, 철도 관련 학과의 학생도 있었다. 나는 그런 사람도 아니고, 사진가도 아닌데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커피랑 음료도 얻어 마시고...모 애니메이션에 보면 방과후 티타임에는 과자가 있어야 옳으나, 그나마 있는 과자는 나한정역 분들께 드시라고 놓아 두었다 -_-;;; 이런 불찰이. 가방에 남아있던 것은 비상식량인 핫브레이크 뿐이었다.

이런 산 속에 있는 역도 인터넷은 제대로 연결되어 있었다. 인터넷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대가 와 버렸는데, 그건 철도계에서도 다를 바 없었다. 이 곳에서도 나한정역과 비슷하게 열차가 근처에 오면 무전을 받고 운전 정리를 한다. 일견 한가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열차는 한시간에 두어대 정도는 꼭 왔던 것 같다.내가 있던 그 짧은 시간에도 스위치백을 오르내리는 열차는 몇 편이나 되었던가.

무전에는 '지적확인 안전운행 합시다'라는 말을 꼭 붙인다. 말 그대로, 철도의 반은 안전이 아닐까. 예전에 '철도사고 왜 일어나는가'에서 이미 19세기에 100km/h에 육박하는 속도 구현이 가능했다고 들은 적 있다. 그 이후로, 속도 증강의 노력 중 반절은 아마도 안전 장치였던 것 같다.

'관통확인' 표지. 브레이크 관통인 것 같다. 철도로서는 꽤나 급경사인데 하구배에서 브레이크가 안 먹으면 큰일이다.

역무원 분께서 하신 말씀 중에 기억에 남는 건 자신들은 여기를 매일 봐서 별 감흥이 없어져 그런지, 왜 여기를 그렇게들 오시는지 모르겠다고^^:; 하긴 이런 경치도 매일같이 보면 질려 버릴지도 모르겠다. 나도 해발 고도를 합하면 63빌딩보다 더 높은 건물에 있었는데, 서울 시내가 그대로 내려보이는 풍경을 6년 동안 접하니 종내는 봐도 별 감흥이 없었고, 안타까웠다.

사실 내려가기는 진작에 내려갔어야 했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다. 산속의 날씨는 변덕이 심하다. 내가 6년동안 있었던 관악산 중턱도 아랫쪽과 미묘한 날씨 변화가 있어서, 이 관악산 중턱의 날씨를 정확히 알려면 '서울/중부지방'의 날씨를 보는 게 아니라 '중부산간지방'의 날씨를 보는 게 낫다는 농담같지 않은 이야기도 들은 적 있다. 

긴 환담을 마치고 돌아가려니 또 열차가 온다. 이번엔 화물열차. 응땅열차운탄(運炭)열차다. 열차사진 보고 응땅드립이 생각날 정도면 모 애니메이션을 단단히 많이 본 듯. 참고로 일본어로도 운탄(運炭)은 운탄(うんたん)이며, 모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이 시전했던 '응땅'과도 표기가 같다. 참고로 응땅드립은 니코니코동화의 '미열차로 가자'에서 처음 보았는데, 열차 주행영상에 '응땅~♪ 응땅~♪'이라는 소리를 집어넣어 참 정신이 사나웠다(...)

(사실은 운탄차보다는 석탄차라는 말을 자주 쓰지요^^;;)

다큐 3일에서 금천구청역(구 시흥역) 근처의 연탄공장을 소개한 적 있었고, 옛날 이야기지만 신이문인가 석계 근처에 삼표연탄 공장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없어진 것 같다. 경부선에서는 컨테이너를 많이 보지만 이런 곳에서는 거의가 시멘트차 아니면 석탄차다.

도계 쪽으로 내려가는 길. 기찻길옆 옥수수밭 옥수수는 잘도 큰다.

옹벽 윗쪽에는 아까 그 스위치백 철로가 있다.

옹벽 위를 올려다보면 또 옹벽 하나가 있는데, 그 위도 철로다. 말 그대로 '지그재그(스위치백을 영미권에서는 지그재그라고도 한다고 한다)'.
전편인가 전전편의, 스위치백의 안전을 관리하는 초소다. 보선 공사를 하는 건지, 보선원으로 보이는 분들이 열차가 다니지 않을 때마다 자주 보였다.

이것으로 스위치백 이야기는 일단락. 도계역으로 돌아가는 길의 사진이 에필로그 정도로 남아 있다. 사실 이곳, 도계역과는 다소 떨어져 있다. 근성으로 걸어가면 1시간이 좀 덜 걸리려나. 콜택시(KTX 아님!)를 부르는 게 제일 현명하겠으나, 번호도 받아놓은 게 없고, 그냥 가다가 운좋게 하나 걸리면 타고, 아님 말고...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

(끝-하지만 여행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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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rumic71 2010/08/15 21:15 # 답글

    그러고보면 키쿠찌도 나한정역에서 그걸 물어 본 적이 있죠. '손님도 안 내리는 역이니 한가하시겠네요?' 답변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서 생각 외로 바쁘다는 것이었고.
  • Tabipero 2010/08/15 21:49 #

    역무원이 하는 일이 여객취급뿐만은 아니죠 ㅎㅎ
    차라리 비슷한 규모의 역이라 하면 운전취급에 관여 안하고 여객취급만 하는 게 더 한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_-;;;
  • 택씨 2010/08/16 11:17 # 답글

    이 길이 차가 올라올 수 있다는 길이군요.
    도계읍의 풍경에서 보이는 공사현장은 38번 국도를 확장하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철도끝의 표지는 예전에 장항역에 갔을 때 본 것과 같군요. 너무 낮게 설치되어서 기관사가 볼 것 같지도 않던데 말이죠.
  • Tabipero 2010/08/16 21:43 #

    보면 의외로 평탄해 보이지만, 국도와 만나는 부근이 급경사입니다 ㅎㅎ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저 철로끝 표지를 봤지만 기관사가 보기 어려울 거란 생각은 못 했네요. 정차위치 표지를 포함해 다른 표지들도 다 저 정도 높이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알아서 잘 보고 다니겠지요 ^^;;
  • 그때 역무원 2010/10/08 13:48 # 삭제 답글

    그때 저두 그쪽 소속(흥전역) 직원이 아니라 도계역에서 근무지원 나가있던 터라
    좀 더 잘?? 대접해드리고 싶었지만 저두 객인 입장이라 ^^*
    이글을 보니 무사히? 잘 내려가신것 같네요 비가 좀 많이 내렸엇는데
    우산이라도 있엇으면 빌려드리고 싶었는데.....
    내리는 비를 고스란히 맞으면서 흥전역을 내려가신 것두 좋은 추억거리라
    생각해주셨으면 감사 ^^*
    아무쪼록 앞으로도 철도를 계속 사랑해주시고 많이 홍보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항상 행복하고 건강하세요 ^^*
  • Tabipero 2010/10/08 23:58 #

    잘 지내고 계신지요. 닉네임 보고 살짝 놀랐습니다^^;;

    도계역 소속이셨군요. 아무것도 해드린 거 없이 민폐만 끼친 객인데 그정도만 해도 과분합니다^^;;
    그때 일은 저도 기억나는데, 비가 잦아들 때 내려갔습니다. 가방에 우산이 있었는데 단순히 귀찮다는 이유로 안 꺼냈지요. 그 이후로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아 비는 안 맞았으니 걱정 마세요.

    본문에도 언급했지만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그리고 이렇게 늦은 시간에도 열차가 운행할 수 있는 것은 철도 종사자들의 숨은 노력이 있어서라는 것을 그때 흥전역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쪼록 안전에 유의하시고, 다음에도 안전하고 편리한 철도를 위해 힘쓰시는 모습으로 어디선가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역무원님도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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