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말했듯 스위치백 구간을 다녀온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이 있었다. 스위치백을 하게 되는 두 구간인 나한정역과 흥전역은 열차가 서지 않는 역. 건널목도 제대로 없는 것은 둘째치고 제대로 된 승강장 설비도 없다시피하므로, 필연적으로 역무원 분들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역무원의 허가 없이 선로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는 등의 행위는 다른 곳도 위험하지만, 이곳은 열차가 뒤로 진행하는 곳이므로 몇 배는 더 위험하다. 답사를 할 생각으로 검색하여 여기 들어오신 분들은, 이런 사항을 부디 숙지하시고 역무원의 안내에 따라 답사하셨으면 한다. 덧붙여 지난번 사진에도 언급했지만, 답사 및 촬영에 도움을 주신 나한정역 및 흥전역 역무원 외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말씀 드린다.
스위치백이란 개념은 초등학교인지 중학교인지, 아니면 고등학교인지 어쨌건 사회시간에 처음 들었던 것 같다. 교과 과정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급경사를 한번에 갈 수 없으니 갈짓자로 조금씩 나눠 올라가는 것.

철도란 물건은 본래 급경사에 취약하다. 찻길을 다니다 보면 흔히 있는 5% 경사 표지판도(1km 갈때마다 50m 높아짐) 열차에 있어서는 꽤나 버거운 경사다. 리즈시절 일본 우스이고개 철도마을을 가서 포스팅한 적이 있었는데, 일본 열차 중 최고의 급구배로 악명(?) 높았던 이 고개의 경사율이 66.7퍼밀 즉 약 6.7%의 경사를 가진다. 차로는 별 무리없이 넘을 수 있는 이 경사를 넘기 위해 예전에는 열차 가운데에 톱니를 끼운 아프트식 철도를 운행하고, 나중에는 이 구간 전용 기관차를 만들어 두 대를 붙여(중련) 넘어간 눈물겨운 역사가 있었다.
중앙선을 타고 치악산 근방을 가 보면 갑자기 터널로 들어가 한참 동안 있다가 나와 보면 아랫쪽으로 자신이 타고 온 선로가 보이는데, 이는 루프 터널 일명 '또아리굴'이다. 역시 거리를 늘려서 급경사를 나눠 올라가는 방식. 스위치백을 대체할 새로운 터널이 바로 이 또아리굴 방식이다.
항상 생각하는데 또아리굴이라는 네이밍 센스는 참 대단하다.
덧붙여 철도에는 꽈배기굴이라는 것도 있는데 또아리굴과는 다른 놈.
일제시대에는 통리-심포리간 '인클라인(강삭철도)'이라는 괴악한 물건도 존재했었다. 간단히 말해 객차를 줄로 잡아 끄는 건데, 객차를 한 칸씩 잡아 끄는 동안 이 구간에서는 승객들은 모두 내려서 걸어 올라가야 했었다고.
이건 도계 근처에 있었던, 석탄 운반 목적의 인클라인.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급경사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설명하다가 좀 많이 샜었는데, 아무튼 이 나한정-흥전간 스위치백은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구간이다. 처음에는 태백산맥의 서쪽에 설치된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태백산맥의 동쪽. 태백산맥의 동쪽은 경사가 심하다는 초등학교 수준의 사회 지식(읭?)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간다. 아니 사회 지식이 아니더라도 영동고속도로 한번 타본 사람은 알겠지요...무려 브레이크가 안 먹는 자동차를 위해 처박으라고(정확히 말하면 스키점프대처럼 반대쪽으로 경사지게 모래언덕을 만들어 최대한 안전하게 정차할수 있도록) 임시정차대를 만들어 놓은 영동고속도로다.
스위치백은 철도 여행자로서는 재미있는 체험임에 틀림없지만, 열차의 방향을 두 번이나 전환해야 하므로 필연적으로 운전취급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열차가 후진함에 따르는 안전 문제도 피할 수 없고. 무엇보다도 방향을 전환하고 서행해야 함에 따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
언급한 단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스위치백의 남은 수명도 얼마 남지 않았다. 바로 2012년에 솔안터널이라는, 스위치백을 대체하는 루프 터널이 완공되는 것. 없어지기 전에 한번 갔다 와야지 하고 전부터 생각해 오고 있었는데.
열차가 통리를 출발하고 좀 있으면 여객전무님의 안내 방송이 나간다. 정확히 기억하진 못하지만, "이 열차는 스위치백 구간을 통과하기 위해 약 5분간 반대쪽으로 운행하겠습니다. 이는 정상적인 열차운행방법으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열차는 후진하여 경사를 내려가기 시작한다.
나한정역 구내. 직진하면 도계 방향, 좌회전(?!)하면 흥전/통리 방향.
스위치백을 지나 도계 방향으로 가는 열차.
승강장(?)에 있는 열차 맞이방. 역 건물은 번듯하지만 말 그대로 '스위치백을 위한 역'이고, 정차하는 여객 열차도 없으므로 역사 건물에는 대합실이 없다. 사실 승강장이라고 말하기도 뭣한 시설이다.
소심하기 그지없는 A형 여행자이지만, 역무실에 들어가면 안내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쭈뼛쭈뼛하다가 역무실에 들어갔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역무원 분들은 식사를 하고 계셨다. 안내를 받아 방명록에 이름을 적었는데...
일전에 이 스위치백 현장을 방문한 일본인 여행작가 요코미 히로히코씨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철덕은 국경을 넘는다". 본인은 안타깝게도 국경을 넘은 후철덕소프테츠가 되어버렸지만...
일본 이야기 한 김에 멏 마디 더. 일전에 스위치백에 관한 포스팅에서 본인은 일본에서 처음 스위치백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도쿄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하코네 등산철도에도 스위치백이 있고(거기도 2단이던가...), 다테야마 사방공사용 철도에는 무려 삼십몇단의 스위치백도 있다.이거 뭐 강건마 백팔계단도 아니고 JR만 보더라도 스위치백이 총 3개소 있다. 자기 집 근처에서 스위치백 구경하러 가면 될 것이지 뭣하러 이 먼 곳까지 와서 스위치백을 구경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서울에 도착하면 청량리역까지 가서 다섯시간 열차를 타고 도계까지 가서 택시를 타야 하는데, 그렇게 어려운 걸음을 하는 이유란...?
일단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설로는, '얼마 후에 없어지니까'. 혹은 '박력 있어서(테츠코의 여행에서도 박력 있다고 자주 언급이 된다)'. 기본적으로 화물 운송량이 많은 곳이므로 그 긴 화차를 운용하기 위해 유효장이 꽤 길다. 혹은 테츠코의 여행에 소개되어서 그럴지도...?
(다음에 계속)
역무원의 허가 없이 선로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는 등의 행위는 다른 곳도 위험하지만, 이곳은 열차가 뒤로 진행하는 곳이므로 몇 배는 더 위험하다. 답사를 할 생각으로 검색하여 여기 들어오신 분들은, 이런 사항을 부디 숙지하시고 역무원의 안내에 따라 답사하셨으면 한다. 덧붙여 지난번 사진에도 언급했지만, 답사 및 촬영에 도움을 주신 나한정역 및 흥전역 역무원 외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말씀 드린다.

스위치백 구간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나한정 역.
여객열차는 전혀 정차하지 않지만 운전취급 상 중요한 역이므로 보통역이다.
여객열차는 전혀 정차하지 않지만 운전취급 상 중요한 역이므로 보통역이다.
스위치백이란 개념은 초등학교인지 중학교인지, 아니면 고등학교인지 어쨌건 사회시간에 처음 들었던 것 같다. 교과 과정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급경사를 한번에 갈 수 없으니 갈짓자로 조금씩 나눠 올라가는 것.

철도란 물건은 본래 급경사에 취약하다. 찻길을 다니다 보면 흔히 있는 5% 경사 표지판도(1km 갈때마다 50m 높아짐) 열차에 있어서는 꽤나 버거운 경사다. 리즈시절 일본 우스이고개 철도마을을 가서 포스팅한 적이 있었는데, 일본 열차 중 최고의 급구배로 악명(?) 높았던 이 고개의 경사율이 66.7퍼밀 즉 약 6.7%의 경사를 가진다. 차로는 별 무리없이 넘을 수 있는 이 경사를 넘기 위해 예전에는 열차 가운데에 톱니를 끼운 아프트식 철도를 운행하고, 나중에는 이 구간 전용 기관차를 만들어 두 대를 붙여(중련) 넘어간 눈물겨운 역사가 있었다.
중앙선을 타고 치악산 근방을 가 보면 갑자기 터널로 들어가 한참 동안 있다가 나와 보면 아랫쪽으로 자신이 타고 온 선로가 보이는데, 이는 루프 터널 일명 '또아리굴'이다. 역시 거리를 늘려서 급경사를 나눠 올라가는 방식. 스위치백을 대체할 새로운 터널이 바로 이 또아리굴 방식이다.

덧붙여 철도에는 꽈배기굴이라는 것도 있는데 또아리굴과는 다른 놈.
일제시대에는 통리-심포리간 '인클라인(강삭철도)'이라는 괴악한 물건도 존재했었다. 간단히 말해 객차를 줄로 잡아 끄는 건데, 객차를 한 칸씩 잡아 끄는 동안 이 구간에서는 승객들은 모두 내려서 걸어 올라가야 했었다고.

급경사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설명하다가 좀 많이 샜었는데, 아무튼 이 나한정-흥전간 스위치백은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구간이다. 처음에는 태백산맥의 서쪽에 설치된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태백산맥의 동쪽. 태백산맥의 동쪽은 경사가 심하다는 초등학교 수준의 사회 지식(읭?)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간다. 아니 사회 지식이 아니더라도 영동고속도로 한번 타본 사람은 알겠지요...무려 브레이크가 안 먹는 자동차를 위해 처박으라고(정확히 말하면 스키점프대처럼 반대쪽으로 경사지게 모래언덕을 만들어 최대한 안전하게 정차할수 있도록) 임시정차대를 만들어 놓은 영동고속도로다.
스위치백은 철도 여행자로서는 재미있는 체험임에 틀림없지만, 열차의 방향을 두 번이나 전환해야 하므로 필연적으로 운전취급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열차가 후진함에 따르는 안전 문제도 피할 수 없고. 무엇보다도 방향을 전환하고 서행해야 함에 따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
언급한 단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스위치백의 남은 수명도 얼마 남지 않았다. 바로 2012년에 솔안터널이라는, 스위치백을 대체하는 루프 터널이 완공되는 것. 없어지기 전에 한번 갔다 와야지 하고 전부터 생각해 오고 있었는데.
열차가 통리를 출발하고 좀 있으면 여객전무님의 안내 방송이 나간다. 정확히 기억하진 못하지만, "이 열차는 스위치백 구간을 통과하기 위해 약 5분간 반대쪽으로 운행하겠습니다. 이는 정상적인 열차운행방법으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열차는 후진하여 경사를 내려가기 시작한다.



소심하기 그지없는 A형 여행자이지만, 역무실에 들어가면 안내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쭈뼛쭈뼛하다가 역무실에 들어갔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역무원 분들은 식사를 하고 계셨다. 안내를 받아 방명록에 이름을 적었는데...
방명록에 일본 사람 이름이 간간이 보였다. 그야말로 월드와이드 테츠.
일전에 이 스위치백 현장을 방문한 일본인 여행작가 요코미 히로히코씨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철덕은 국경을 넘는다". 본인은 안타깝게도 국경을 넘은 후
일본 이야기 한 김에 멏 마디 더. 일전에 스위치백에 관한 포스팅에서 본인은 일본에서 처음 스위치백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도쿄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하코네 등산철도에도 스위치백이 있고(거기도 2단이던가...), 다테야마 사방공사용 철도에는 무려 삼십몇단의 스위치백도 있다.
일단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설로는, '얼마 후에 없어지니까'. 혹은 '박력 있어서(테츠코의 여행에서도 박력 있다고 자주 언급이 된다)'. 기본적으로 화물 운송량이 많은 곳이므로 그 긴 화차를 운용하기 위해 유효장이 꽤 길다. 혹은 테츠코의 여행에 소개되어서 그럴지도...?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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