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 모노레일 하면 굉장히 모던한 이미지, 신교통의 이미지가 강한데, 이런 곳에서 IC카드를 도입하지 않고, 서울지하철에서도 이제 다 없애버린 마그네틱 승차권을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모르시는 분들은 뒤에 가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노레일은 상당히 고속으로 움직였다. 게다가 구배도 심해서 쑥 올라갔다 쑥 내려갔다. 무슨 놀이기구를 타는 기분이었다. 이런 데서도 태연하게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던데, 존경스럽다.
나는 두 정거장 가서 적당히, 쇼난마치야湘南町屋 역에서 내렸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반대 방향 승강장이 보이지를 않는다.
그 때, 얼마 안 있어서 반대편에서 열차가 온다.

오는 열차 같지만 사실은 떠나는 열차
그렇다. 쇼난 모노레일은 단선 이었던 것이다. 한 역 건너 꼴로 교행하게 된다.



반 이상 왔을까, 모노레일은 역시 산지를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다소 지대가 높은 곳에 다다른 모양이다. 가까이는 키 작은 주택가가 장관을 이루고 있고, 멀리는 산 너머 쇼난 해안이 보인다. 나는 종점인 쇼난에노시마湘南江の島 역을 한 역 앞둔 메지로야마시타目白山下 역에서 내렸다.
승강장에서 내려서 구경을 좀 하고 있는데, 맞은 편 열차에서 내린 아주머니가 차에서 내려 대기하고 있는 차장에게 표를 건네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차장에게 표를 줘야 한다!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는 표는 오후나에서 두 정거장밖에 못 가는 표. 차장 아저씨께 정산을 해야 한다. 그러니까, 내 표를 정산해줘야 할 사람은 역에 근무하는 역무원이 아니고 열차와 함께 에노시마 역까지 가야 하는 차장이다.
지금 인터넷을 찾아보니까, 나는 130엔을 더 냈어야 했다. 하지만 '어 이 열차 출발해야 하는거 아냐, 내가 이 열차 발목 끄는거 아냐' 하고 생각해 마음이 급해져서, 170엔짜리 승차권과 천엔짜리 지폐를 쥐어주고(동전 뒤질 시간이 없을 것 같았다) '정산해야 합니다' 하고 이야기했다. 차장이 얼마를 내야 하는지, 얼마를 거슬러받아야 하는지 이야기는 하는데 당황해서 이야기가 하나도 안 들어왔다. 가방에서 잔돈을 꺼내 세고 있는 차장이 오히려 느긋하다.
운임 계산을 마친 차장아저씨는 그제서야 차로 돌아가서 발차신호를 내고 모노레일은 출발한다.

그렇다면 IC카드가 통하지 않는 것도 납득이 간다. 그리고 가만 생각해보면 치바 도시 모노레일은 앞에 '원맨' 표시가 있는 1인 승무인데, 여기는 굳이 차장을 두고 있다. 단선 운행에 반 정도가 무인역, 뭔가 모노레일의 이미지답지 않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굳이 모노레일을 깐 것도, 뭔가 멋있어서라기보다는 이 동네가 산지라 급구배에도 적합한 궤도 교통으로서 모노레일이 적임자로 선정된 것 같아 보였다.
미리 이야기하자면, 돌아오는 길에도 쇼난 모노레일을 이용했고(이럴줄 알았으면 1일 이용권을 살걸 ㅠㅠ) 저 역보다 한 정거장 더 간 카타세야마 역에 도중하차하였다. 느릿느릿 에노덴과 같이 하는 동네 여행도 좋지만,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동네 구경도 좋다. 현수식 모노레일이라는 신기한 교통 수단의 체험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차창으로부터 절경을 느낄 수 있어서 기대 이상이었던 모노레일 여행이었다.
(메지로야마시타 역 포스팅으로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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