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lfan meets railfan ├동경 시내

지난 일본여행에서는 초시전철, 에노덴을 비롯하여 명물 철도를 구경하는 기회도 있었고, 초시전철의 신차(중고차지만) 반입이나 케이힌토호쿠선의 209계 은퇴 이벤트 등을 즈음하여 이전 여행보다 유난히 철덕(테츠)을 볼 때가 많았다. 철덕이 일본 3대 오타쿠라는 게 실감나는 순간이었다.(덧붙여 최근 철도 관련 코믹스 하나가 또 인기가 있는 모양. 제목이 鉄娘 뭐가 어쩌고였던가...)


...누가 그랬던가. 철덕은 철덕을 알아본다고.

시작은 2007년 우미노쿠치역에서부터였다. 역 벤치에 넋놓고 앉아 있으려니 웬 젊은 사람이 역 앞에 차를 세우고, '곤니치와(=안녕하세요)'하고 말을 걸더니 역의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그 때는 왜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지 알 수 없었는데,

지난 일본 여행에서 답을 알았다.

그렇다. 그것은 초시전철 두번째 방문일. 초시전철은 그 긴긴 풍파의 역사에 비추어 볼 때 많은 것이 변하고 있었다. 무려 이요철도로부터 새로이 중고차량을 반입! 더불어 301호와 101호는 폐차되었고, 702호도 얼마 안 있으면 은퇴한다고 한다. 701호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도큐전철의 그 '청개구리(아오가에루)'가 생각나는 도색. 초시전철 측에서 들여오면서 새로 도색했다고 한다.

어쨌건. 그 초시전철에서의 '신차'를 토카와역에서 찍고 있을 무렵, 한 아저씨가 역시 '곤니치와'라고 하더니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이제야 상황을 파악하고, '곤니치와'로 응수했다.

...아무래도 서로 인사하는건 업계 관행인 것 같다.



그 다음날 에노덴의 코시고에 역 앞에서도 역시 사진을 찍는 무리들이 있어서, 그 뒤에 서서 사진을 찍으려 하는데 역시 '곤니치와'. 이제 상황 파악이 완전히 되어서 역시 곤니치와로 응수.



철도 팬(혹은 철도 관련 사진을 찍는 사람)들끼리 서로 인사하는게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다. 생판 모르는 사람끼리 인사하는 건 그다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 의미는 '우리 같이 사진 잘 찍어봅시다'인지, '실례하겠습니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건지. 하지만 아무리 봐도 확실한 건 '업계 관행'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미노쿠치역에서의 그 남자는 왜 나에게 인사했던 것일까. 난 딱히 사진을 찍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카와사키역의 2번선에서는 한 무리의 학생들이 데쎄랄을 들고 진을 치고 있었다. 비슷한 교복을 입은 걸 보니, 아마도 철도동호회 같은 학내 동아리인 듯 했다. 열차가 떠나고 보니까 저기가 정차한 케이힌토호쿠선 열차를 찍을 수 있는 '명당'이었다. 아무래도 이들은 24일을 마지막으로 케이힌토호쿠선으로부터 은퇴하는 209계를 찍으려 했던 것 같다. 모르던 새에 케이힌토호쿠선은, 정말 아주 가끔씩 보이는 209계를 빼고는 죄다 E233계로 대차되었는데, 과연 무서운 JR동일본...

참고로 도쿄에서는 철덕 옆에서 사진을 찍더라도 다들 서로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덧글

  • rumic71 2010/01/25 21:23 # 답글

    빅코믹 쪽 연재작 말씀이시죠? <테쓰코>의 이시카와가 기획했다는...
  • Tabipero 2010/01/25 21:26 #

    풀 네임을 보면 알 것 같은데, 표지를 본 인상은 '철도 모에화'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역시 흑막은 이시카와인겁니까...
  • rumic71 2010/01/26 00:24 #

    제목이 좀처럼 기억이 안 났는데, 찾아보니 <鉄娘な3姉妹> 로군요. '테쓰코 세자매'가 되는 모양입니다.
  • Tabipero 2010/01/27 19:59 #

    재밌으려나요 ㅎㅎ 대충 보니 답사기 같은 것인 모양이던데요.
  • 디야 2010/01/26 02:36 # 답글

    저도 홋카이도 여행중에 참 많은 철덕을 만났었지요..

    명함까지 주던 -_-;;;;;
  • Tabipero 2010/01/27 20:01 #

    명함까지 주시다니, 나중에 같이 출사라도 가자는 걸까요 -_-;;;
    명함 하니 뭐하는 사람인지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ㅅ=;;
  • 택씨 2010/01/26 10:11 # 답글

    정말 서로 알아보는 모양이군요.
  • Tabipero 2010/01/27 20:06 #

    사실 아무도 없는 간이역을 서성거리거나, 열차가 오는 한순간을 노리는 사람들은 거의 정해져 있지요 ㅎㅎ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 끼리, 매너를 지키자는 다짐 같은게 아닐까 멋대로 생각해 봅니다.

    (모 역에서 어떤 열차의 마지막 운행을 촬영하는, 중고딩으로 보이는 테츠들이 자기들 사진찍는것 방해하지 말라고 소리지르는 것이 동영상으로 돌아다니는데, 보는 제가 얼굴이 다 화끈거렸습니다)
  • Hsama 2010/01/27 20:37 # 삭제 답글

    이번 포스팅을 보고 갑자기

    Hand Shaking과 Resonance 가 떠오릅니다....
  • Tabipero 2010/01/27 21:05 #

    뭐 매년 코미케 기간동안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열기 역시 resonance의 결과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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