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테츠를 원없이 탄 날 - 사쿠라이 역에서 보통열차로 환승~
(앞에서 계속)


철분鉄分 팍팍 무쳤냐!

어반 라이너를 떠나보내고, 보통열차나 잡아탈까 하고 있다가 아직 그 급행열차가 출발하지 않고 있길래 그냥 도로 탔다. 예정대로 사쿠라이桜井 역에서 보통열차로 갈아탈 계획이었다. 보통열차가 도착하기까지 아마 꽤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겠지만.

내가 가고자 하는 하세데라長谷寺역은 급행열차가 정차하지 않고, 보통열차 혹은 준급열차가 정차한다. 준급이라고 해 봐야 오사카 근처에서만 10역 정도 건너뛰고 나머지는 보통열차나 다름없는 각역 정차이지만. 아마도 기억에 보통열차만 서는 역을 간 것은 나가노長野의 우미노쿠치海ノ口역 일대 말고는 없었던 것 같다(당연히 수도권이나 보통열차밖에 다니지 않는 구간은 제외). 그때도 완급결합은 개떡같았지 흙...ㅠㅠ(아니 완급결합 이전에 열차 편수가 얼마 없었으니...)

차창 밖으로 점점 집들이 적어져 가는 게, 점점 외곽으로 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사쿠라이 역에서 예정대로 급행열차를 떠나보낸다. 그리고 다음 열차가 언제 오나 보니 등급은 준급(準急)으로 출발시각은 51분. 도착한 게 38분경이었으니 정확히 13분의 대기 시간이다. 뭐 중앙선 배차간격보다도 짧네...! 하고 지금에야 생각이 들지만, 당시에는 은근히 긴 대기 시간이었다. 전에 몇 번 비슷한 구도로 찍은 짤방은 이 역에서 찍은 것. 뭐 사진찍기밖에 할 짓이 없다.

일단 개찰해서 밖으로 나가 사진 한 컷. 스룻토간사이 덕에 자유롭게 개찰해 나갈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우메다梅田역에서 가까운 화장실이 개찰구 안쪽에 있길래 개찰하고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개찰해 나온 적도 있다. 혹은 난카이난바南海難波에서 오사카난바大阪難波로 가는데 지하철 미도스지선御堂筋線 승강장을 관통해서 갈 수도 있고(이건 확실히 삽질이긴 하지만). 이거 하나면 요코미씨가 했던 전역 하차도 간단!

적어도 초행자가 보기에는 별 특징 없는 동네 역이다. 내가 못 찾은 건지 몰라도 매점도 안 보이고! 이 사쿠라이선은 JR과의 환승역으로, JR 사쿠라이선이 지난다. 사진 기준으로 JR은 오른쪽 통로를 지나고, 킨테츠는 왼쪽의 개찰구룰 지난다.

역 앞은 이렇게 생겼다. 토요일 아침이라 그런 건지, 원래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역 앞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건너편은 어떻게 생겼을지 모르겠지만.

사진을 보고 안 건데 북오프의 간판이 보이는 것 같다('本'자). 우리나라에는 서울역 근처에 하나 들어와 있고 하라주쿠 등지의 북오프 같은 곳은 가이드북에 소개도 되어 있지만, 사실은 교외로 전철을 타고 가다 보면 의외로 많이 보인다. 생긴 것도 그렇고 하이마트 같다고나 할까?

열차 시간이 있기 때문에 역에서 멀리 나가지도 못하고, 자판기에서 생수만 한 병 뽑아서 다시 승강장으로 향한다. 역명판 중 '이세 나카가와'의 '이세'가 작게 쓰여 있는데, 킨테츠에는 이런 형식의 이름이 많다. 아마도 다른 지방에(혹은 다른 회사 노선에) 똑같은 이름의 역이 있기에, 중복을 피하기 위해 앞에 지명을 붙이는 경우.

예를 들면 오사카난바. 난카이 난바와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앞에 굳이 '오사카'를 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전편에서 지나쳐간 야마토야기大和八木도, 다른 곳에 야기 역이 있는 모양인지, 역명 표기는 大和八木(야마토야기).

그냥 흔히 부르기로는 '야기八木'라고 부르는 모양. 오사카난바도 흔히 '난바'로 부르듯.

좀더 알기 쉽게 예를 들어 보자면, 청량리의 지상역과 지하역을 구분하기 위해 지상청량리/지하청량리로 표기한다던가, 5호선 양평역과 중앙선 양평역을 구분하기 위해 5호선 양평역 쪽의 표기를 '영등포양평' 으로 표기하는 식(실제로는 5호선 양평역의 이름이 다른 이름으로 바뀌겠지만).

역명판과 그 옆의 환승 안내. 친절하게 한글로 JR선 환승 안내가 되어 있다.

역명판의 사쿠라이 다음 역인 '야마토 아사쿠라大和朝倉'역에도 아까 말한 식의 표기가 적용되어 있다.


시간이 되어 준급 열차로 환승. 준급 열차는 평범한 롱시트 열차였다. 다만 서울지하철에서 더 이상 느낄 수 없게 된 푹신푹신한 의자는 좋았다.

그런데


이 열차, 다음 역에서 특급열차 통과를 위해 또 대피. 아까 야마토야기에서 어반 라이너 한대 비켜줬는데!
대피 안내도 '특급열차 통과로 인하여 약 3분간 정차하겠습니다. 안전한 차내에서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정도로 좀 친절하게 이야기해 주지, '열차가 통과합니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가 전부. '안내해주는게 어디냐'라고 말할 분들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했던 열차 대피의 이미지는 이런 게 아니었다구!

이 열차를 타면 대피는 당연한 것일 테니까 열차가 정차하면 승객들도 특급열차나 급행열차가 통과하겠거니 하고 으레 생각하는가보다...-_-;;; 참고로 지금 이 열차의 다이어로 볼 때 오사카 우에혼마치로부터 4-5회의 대피를 하였고 더구나 야마토야기역에서는 8분이나 정차하도록 되어 있다.

이때껏 주인장이 경험했던 대피의 최고봉은 주오선中央線 특급 아즈냥 아즈사를 타고 갔을 때 두세 역 지나면 한 대씩 대피를 위해 서 있는 주오선 쾌속열차를 본 것. 차창 밖으로 본 쾌속열차의 차장은 그저 승강장에 서서 멍 때리고 있을 뿐이고. 하지만 오늘은 반대의 입장이다. 우리가 기다리는 쪽. 솔직히 열차를 보내기 위해 기다리는 거...뭐 느림의 미학 같은 게 있을 것 같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지겹다.

대기하는 동안 심심해서 찍은 킨테츠 네트워크. 무슨 놈의 일개 사철 노선이 코레일 수도권전철 노선도같다 -_-;;; 킨테츠가 사철로는 일본 제일의 노선연장을 자랑하는 회사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자.

이때쯤 되면 다음 역인 하세데라 역 사진이 나와야 할 때도 되었지만, 주인장은 철도 이야기만 해서 철도에 관심없는 독자제위들께 미안한 마음이 들어 철분을 쪽 빼 작성한 해운대 포스팅이 주말 동안 댓글이 없던 데에 다소 삐져 있다. 그런고로, 철분 팍팍 넣은 포스팅을 더 하기로 예정하고 있으니, 기대하셨으면 한다. 다만 개강크리에 언제 쓰게 될지 모르겠다는거~

그럼 오늘의 포스팅은 이것으로 종료.

오늘 포스팅한 경로는 보라색 경로. 하세데라(A 표시)까지는 단 한 정거장 남았다.



(계속)
by Tabipero | 2009/09/01 23:10 | 일본 여행 | 트랙백 | 핑백(2)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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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전기위험 : 킨테츠를 원없이 .. at 2009/09/02 15:48

... 않습니다만 -_-;;;) 나름 큰 역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옛것이 많이 남아있다. 놀라운 특급, 어반 라이너를 보내고 나는 나의 목적지로 향한다. (다음에 계속) ... more

Linked at 전기위험 : 킨테츠를 원없이 .. at 2009/09/20 21:31

... 그간 격조했습니다. 바빠서 포스팅을 못했는데, 간만에 여유가 나서 오랜만에 포스팅을 하는군요. 다음 포스팅은 언제가 될지... (앞에서 계속) 점점 바깥 풍경은 시골틱(?)해진다. 그리고 드디어... 하세데라 역 도착. 승강장에서 내려다본 마을. 좋은 사진을 찍기에는 각도상 한계가 있었다. ... more

Commented by rumic71 at 2009/09/02 12:52
저렇게 노선이 버라이어티 풍부해 보이는 것을 보면 킨테쓰 패스만으로도 웬만한 여행이 가능할 듯 한데, 막상 스케줄을 짜 보면 어렵더라는...
Commented by Tabipero at 2009/09/02 21:15
하긴 5일을 온전히 쓰는 건 어려워 보이긴 하군요. 킨테츠 전역하차가 목적이라면 또 모를까.
Commented by match345 at 2009/09/03 18:50
이 사진은 사쿠라이역의 북쪽이네요.
사쿠라이의 중심가는 반대측의 남측이고, 그쪽은 가게들도 많습니다. 이 근처는 '뉴멘'이라는 따뜻한 소면이 명물이고, 사쿠라이역 남측에 있는 가게에서 먹은 적이 있습니다.

이전에는 차내 아나운스에서도 '(이번 역은) 야기입니다'라고 생략해서 방송하고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2004년경부터 '야마토야기입니다'라고 정식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아시는 바일지도 모르지만, '이세'는 미에현 북부, '야마토'는 나라현을 나타내는 낡은 지명(구 국명)이네요. 구 국명을 쓴 역명은 일본에는 많이 있습니다.
또한, 오사카난바역은 한신 전철과 연결되는 이전에는 킨테츠난바역이라는 이름이고, 킨테츠나라역, 킨테츠나고야역같이 '킨테츠'를 쓰는 역명은 매우 많아요.
청량리역이나 양평역의 예는 이해하기 쉽네요. 한국에서는 이런 경우 어떻게 구별합니까?
은평구 신사동(新寺洞)에 있는 새절역은, 신사(新沙)역과 구별하기 위해서 '新寺'를 고유어로 해서 새절역으로 했을 모양인데, 이런 방법은 일본에는 없기 때문에 흥미 깊게 느꼈습니다.
Commented by Tabipero at 2009/09/03 23:22
어쩐지 '오사카난바'역이라는 명칭이 생소하다고 생각했는데, 불과 작년만 해도 '킨테츠난바'라고 불리우던 곳이었군요.

다른 지방에 같은 이름의 역이 있을 경우에는 보통 지역 이름을 붙이고('히젠 야마구치肥前山口'역 같이 말이지요), 근방에 다른 회사의 역이 있을 경우 회사 이름을 밝혀 적는 것 같아 보입니다.

한국에서는 지상서울역과 지하서울역을 구분하기 위해 지하 서울역에는 '서울역(지하)'라고 써 놓았던 것 같습니다. 청량리역은 가본 지 오래되어 잘 모르겠는데, 아마 비슷하게 표기할 것 같습니다. 이전에 KTX 광명역에 수도권전철이 들어가게 되면서, 기존 7호선 광명역은 '광명사거리'역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아마 중앙선 양평역에 수도권전철이 들어가게 되면 5호선 양평역은 이름을 바꾸게 될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천안 근처에 수도권전철 '쌍용(雙龍)'역이 생겼는데, 이쪽은 강원도의 쌍용(雙龍)역과 어떻게 구분지을까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천안의 쌍용역은 '쌍용동'역으로 개업하여 혼동이 없도록 하는 줄 알았지만, 알아보니 천안의 쌍용역은 그냥 쌍용역이고, 강원도의 쌍용역은 '쌍용'이 아니라 '쌍룡'으로 표기하는군요(엄밀히 말하면 雙龍은 '쌍룡'이 맞다고 합니다)
http://ko.wikipedia.org/wiki/%EC%8C%8D%EC%9A%A9%EC%97%AD

복잡하게 설명한 것 같은데, 이해하시려나요.

다만 경의선이 개통하자 환승이 안 되면서 이름이 같은 신촌역, 서울역이 생겨버리게 되었는데 이건 별다른 대책이 없군요. 서울역은 곧 1-4호선과 환승이 가능하도록 하긴 했지만 신촌역은 아직 별다른 소식이 없습니다. 일단 인근에서는 디젤차가 다니던 시절부터 관습적으로 '신촌기차역', '신촌전철역'으로 구분해 부릅니다.
Commented by Tabipero at 2009/09/03 23:29
한국은 사실 일본만큼 철도 노선이 복잡하지 않고, 아직까지는 일본과 비슷한 사철도 없다시피하므로 역명 중복에 대해서는 이렇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결합니다. '신사-새절'은 저도 정말 기발하다고 느낍니다.

다만 특이한 예로 '광주송정'역이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외지 사람들이 송정리를 광주로 인식하지 못하여 불편을 겪는 경우가 있게 되자 '광주'를 앞에 붙이게 된 것 뿐입니다.
http://ja.wikipedia.org/wiki/%E5%85%89%E5%B7%9E%E6%9D%BE%E6%B1%80%E9%A7%85
Commented by rumic71 at 2009/09/04 23:11
5호선 지하철의 '청구' 역도 처음엔 '광희문' 역이었습니다. 사람들이 '광화문'(같은 5호선)역과 자주 혼동해서인지 이름이 바뀌더군요.
Commented by Tabipero at 2009/09/04 23:49
휘경역이 외대앞역으로 바뀐 것과 비슷하군요.
(회기하고 헷갈린다나...별로 헷갈릴 껀덕지는 없어 보이는데...)
Commented by match345 at 2009/09/05 23:05
복잡하지만 이해했습니다.
광명(사거리)역의 예는 조금 놀랐어요. 일본에서는 옛부터 있는 측이 일부러 역명을 바꾸는 것은 진귀하기 때문에. 재래선의 '후지(富士)'역, 신칸센의 '신후지(新富士)역'인 것 같이.
그러고 보니, 일본에서는 지역 이름이나 회사 이름 이외에, '신(新)'을 붙여서 구별하는 경우도 많네요 (한국에도 '신용산'역이 있습니다만).

쌍용역의 예도 있었네요. '룡'이라고 리을이 최초에 붙는 것은 북한 사투리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엄밀에는 '룡'이 맞네요.

송정리역은 어느 사이엔지 광주송정역으로 변한 것이네요. 우에혼마치역이 오사카우에혼마치역으로 변한 것을 닮아 있네요.

광희문-광화문이 닮아 있는 것은 알지만, 휘경-회기는 그다지...
오히려 방화-방학이라던가, 천안-천왕이라던가... 일본인에 있어서는 역시 한자가 없으면 어렵네요 ^^;;;
Commented by Tabipero at 2009/09/06 15:34
보통 코레일 광역철도와 지역 지하철공사 등의 역명이 겹치는 경우가 있으면, 코레일 역 쪽에 우선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역명이 겹치는 일은 좀처럼 없었지만 최근 코레일에서 광역철도 네트워크를 뻗어 나가기 시작하면서 이런 역명 충돌 문제가 종종 생기는 것 같네요.

龍은 어두에 오면 두음법칙이 적용되어 '용'이라고 표기합니다만 그 이외에 다른 말에 붙을때는 '룡'으로 표기하는 게 맞습니다. 다만 '쌍용'이라는 회사가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쌍용 쪽이 친근하긴 합니다. 재미있게도 '쌍용'의 회사명 유래는 '쌍룡역(강원도)' 근방의 지명이라는군요.

휘경-외대앞 건은 저도 사실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방화/방학, 천안/천왕이 헷갈리는군요. 외국인의 감각이기 때문에 저는 잘 모릅니다^^;;;
다만 신촌-신천은 헷갈릴 만 합니다(카타카나 표기도 똑같이 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매표소 앞에서 이야기할 때 발음을 정확히 해야 하지요. 이제는 표판매가 전부 자동화되어서 그런 일은 추억이 되어버렸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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