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타봤다! 누리로
이제부터는 누리로 타고 온천가는겁니다.
폰카에 수전증크리로 화질이 좋지 않습니다. 이해를.



6월 모일 #1739를 수원에서 천안까지 탑승하였다. 총 탑승시간 40분. 말 그대로 시승(試乘)이었다. 왜 하필이면 수원부터였냐고 물으신다면, 7770번 광역버스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하겠어요. 예전 온양온천 때도 그랬듯이, 사당역 인근에서 출발하므로 서울역까지 올라가기보다는 7770번을 타고 수원역까지 내려가는 것이 훨씬 용이하다.

도착했더니,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5분 지연. 이제 이 정도 지연은 별반 신기할 것도 없다. 뭐 광역전철은 10분도 늦고 그러던데. 이 지연은 천안까지 계속되었다.

저녁 시간에, 마치 영등포역과 비슷한 굴다리 역사에서 폰카로 찍으려니 쉽지가 않다. 특이하게도 누리로는 표준 로마자 표기법을 따르지 않고, 'Nooriro'라고 쓰고 있었다.

누리로는 4량 편성이라 다른 열차와 타는 곳이 다른데(틀리면 지적 바랍니다), 타는 곳이 제대로 표시되어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어쨌든 5분이 지연되어 수원역에 도착. 차량 뒷쪽 기관실에서 차장이 플랫폼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새마을이나 무궁화호에서 이때껏 못 보던 희한한 장면이었다. 계단은 다른 분들의 시승기에서 본 것과 같이 고상홈과 저상홈 양쪽 대응이 모두 가능하도록, 자동으로 내려오는 계단을 사용하고 있었다. 고상홈에서는 계단을 내리지 않고, 저상홈에서는 계단이 자동으로 내려오게 되어 있다.

다만 이 계단이 내려오는데 약간의 딜레이도 있고, 객실에서 어렴풋이 들을 수 있는 소음도 난다. 뭐 별로 큰 문제는 아니지만. 그리고 계단의 경사도 가파르다는 인상을 주었다.

현재는 저상홈이 없는 신창역을 제외한 모든 역에서 일반 열차와 같은 저상홈에서 여객을 취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광역전철 이용자들의 오승(誤乘)을 막기 위하여 그렇게 한 것으로 보이나, 오승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적 바탕이 갖춰진 이후에는 가급적이면 고상홈을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전술했던 계단 이용의 (별 것 아닌) 애로사항도 해결이 가능하고, 여객 취급 시간도 줄일 수 있으며, 장애인 등 교통약자에 대한 대응도 훨씬 수월해질 수 있을 것이다. 뭐 히타치에서 어련히 잘 알아서 만들어 주셨겠다만은, 자꾸 사용하다가 고장나면 어떻게 될지, 문득 걱정이 된다. 낮은 담장 넘는 모양새를 떠올리고 말았다.

뭐 기우이길 바라지만...그리고 '시스템적 바탕'이란 건 이용객의 몫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전제 조건이 쉬운 건 아니어 보인다.

낯선 열차에서 아즈사의 향기를 느꼈다
창문이 딱 E257계처럼 생겼다.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만석은 아니지만 꽤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차내 시설은 다른 차량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데, 한가지 좋은 점은 접는 테이블이 있었다는 것이다. 무궁화는 구특전을 제외하고 테이블이 없어 뭘 까먹을 때 애로사항이 꽃피었는데, 별 것 아닌 것이지만 테이블이 있다는 점은 좋다. 다만 테이블에 올려놓을 것들은 미리 사서 타야 하겠지만...

시트도 기존 무궁화보다 나아 보였다. 팔걸이도 양쪽 다 갖추고 있었고, 무궁화 특유의 '덜렁덜렁'거리는 느낌이 없어 좋았다. 거기다 원체가 소음과 진동이 적은 신형 열차다 보니, 기분은 새마을호였다.

차내에는 LCD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시종 바탕화면은 'KORAIL'이었고, 정차역 정보는 자막 띠로 내보내는 형식이었다. 코레일이고 서울메트로고 이런 점은 좀 아쉽다. TV라도 틀어줄 요량이 아니라면, 전체 화면에 커다랗게 정차역이나 현재 타고 있는 열차 정보 정도는 표시해 줬으면 한다. 야마노테선처럼 역 안내같은 건 바라지도 않는다.

방송은 자동 방송. 저상홈에 정차하는 경우는 친절하게 물러서라고 방송이 나간다(고상홈의 경우는 신창역에 내려보지 않아 모르겠다).


열차는 예전에 디야님 포스팅에서 본 것처럼 가감속 성능이 아주 뛰어났다. 원체 150까지 밟을 수 있는 열차가 개량된 선로를 만나니, 창 밖을 보면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다만 문제는, 절연구간(사구간)만 지나면 에어컨과 독서등 등이 꺼지기 때문에 경부선에서 어디가 절연구간인지 아주~잘 알 수 있었고, 수원-천안 구간 차장 모습은 코빼기도 볼 수 없었다. 뭐 정차역이 많기 때문에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만, 이 정도 되면 몰래 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절연 구간 문제는 차량의 원래 문제인지, 일부러 그렇게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이래저래 열차는 5분 지연을 유지한 채로 천안역에 도착.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장항선 승강장에 정차한다. 열차는 무슨 이유인지 꽤나 오래 멈춰 있다가 장항선 선로를 향해 출발한다.

개인적으로는 '누리로 항가항가'였다. 조용하고, 승차감 좋고, 빠르고. 이 3박자는 새마을도 다 갖추기 어렵다. 나중에는 곳곳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사부장님의 포스팅 구절을 빌자면 코레일에 간만에 등장한 '이단아' 누리로. 코레일의 공식적인 입장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지만 장기적으로 새마을/무궁화/통일/비둘기(뒤의 두놈은 예전에 없어졌지만)의, 모종의 '이념적인' 단어들을 가진 열차 등급이 차차 '누리로', '비츠로' 등등으로 바뀌리라 생각한다. 또한 차종으로서도 누리로는 전에 없던 전기동차. 이것이 점점 확대된다면, 전화된 구간에서라면 기존 열차보다 유연한 운영이 가능하리라 본다. 어쩌면 근미래에는 열차가 들어올 때의 육중한 기관차 소리를 듣기가 점점 어려워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코레일이 이런 간선형 전기 동차를 가지고 장기적으로 어떻게 굴려먹는가에 대해서 역시 자세히 아는 바가 없지만, 경의선/중앙선/경춘선 등 전화되어 광역전철이 다니는, 1시간 이상의 소요시간이 걸리는 구간에서 그야말로 일본의 특급 개념으로 굴릴 수도 있겠고, 주위로부터 솔솔 들려오는 말처럼 서울-대전간의 수요를 일부 담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서울 이외의 대도시 근교 등에서 근거리 통근열차를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 중에서도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누리로의 등장은 한국 철도의 새 시대 임박을 알리는 신호탄이 아닐까 싶다.

새시대도 좋긴 하지만 저 지연 좀 어떻게 하면 안되겠습니까(...)

에필로그같이 되어 버렸는데, 천안에서는 학화할머니 호두과자를 사서 까먹고 버스로 터미널에 가서, 시외버스 막차를 타고 남부터미널에서 내린 것으로 이날의 일정은 끝. 천안에서는 남부터미널과 경부고속터미널 둘 다 갈 수 있는데,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나 가격이 같다. 시외버스는 시트 피치가 넓은 대신 차급이 좀 안 좋아 보이고, 고속버스는 짤없이 일반 45석에 우등은 추가 요금. 그렇다고 어느 한쪽이 속칭 '쳐밟는' 것도 아니고, 둘이가 차별성이란게 좀 미묘하다. 선택의 기준은 아무래도 목적지가 남부/경부 중 어디가 가깝냐 같아 보인다.

이 포스팅은 다음 사이트/포스팅을 참고하였습니다.

위키피디아 : 간선 전기 동차
디야님 포스팅
Korsonic님 포스팅
조사부장님 포스팅
by Tabipero | 2009/06/14 23:52 | 대한민국 여행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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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블루 at 2009/06/15 01:33
그래도 어르신들은 보통전철 타고 가겠지요 ㄲㄲ
Commented by Tabipero at 2009/06/16 12:44
무임권을 얕보면 안되지요...
Commented by 디야 at 2009/06/16 01:00
아무튼 일단은 오픈베타테스트 기간이니까, 7월 증차분까지 해서 어떻게 마무리 되는지 봐야겠죠.

코레일에서 전량 반품한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로 열차가 개판이니;
Commented by Tabipero at 2009/06/16 12:42
오픈베타인데 받을 이용료는 다 받아서 문제 orz 물론 수요대폭발인 경부선이라 그렇긴 하겠지만요.
저 교교사구간 문제 외에도 다른 문제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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