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설록 서광다원

사실 나도 제주도 관광지도를 뒤적이기 전까지는 제주도에 녹차밭이 있으리라고는 별로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도에 있다니까, 한번 찾아가 보기로 했다. 비싼 돈을 들여 도로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아이템을 기간 한정으로 손에 넣었으니, 가는 데 어려울 건 없었다. 산록도로 드라이빙을 좀 즐긴 후 내비에 이 서광다원 주소를 찍었다.

무슨무슨 오거리를 지나니 내비에서는 '잠시 후 목적지 주변입니다'라는 안내가 나오고, 내 눈앞에 펼쳐지는 건 광활한 녹차밭이었다. 정말 길 양쪽으로, 무슨 대관령 배추밭마냥 녹차밭이 펼쳐져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이 녹차밭은 관광객들을 위해 개방하지는 않고 있다. 이 길 초입에도 외부차량 진입금지라고 길바닥에 페인팅이 되어 있었다. 녹차 재배에 관계된 차량들이 드나드는 길이리라.

길 반대쪽에도 녹차밭. 녹차밭 사이 조그만 공간에는 이렇게 꽃이 피어 있었다.
현무암 돌담도 녹차밭과 잘 어울린다.

사진을 몇 장 찍고 차를 다시 몰아 녹차밭 사잇길을 따라 조금만 더 가니, 오'설록 뮤지엄이 나온다. 보성에서도 본 적 없는 본격 녹차 박물관인데, 사실 박물관은 구경 안하고 전망대와 기념품점만 구경하였다.

오'설록 뮤지엄의 전망대는 그리 높지 않지만, 올라가서 본다면 이 곳의 녹차밭이 얼마나 넓은 지 알 수 있다.

보성 녹차밭과 비교를 하고 싶긴 한데,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텍사스 벌판의 고속도로를 달렸을 때의 기분이 이러려나. 보성의 녹차밭은 언덕과 바다가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멋이 있지만 여기는 탁 트인 멋이 있다. 다만 이날 갔던 녹차밭 주변에는 사람들이 얼마 없어서, 훨씬 구경하는 맛이 났다.


세계 3대 녹차 재배지라니, 제주도에 녹차밭이 있다는 생각조차 못 해봤던 나는 뭐지? -_-;;;;

사실 이 녹차밭은, '설록차'로 유명한 A모 기업에서 운영하는 녹차밭이란다. 그리고 이 곳 외에도 제주도에 두 곳의 녹차밭이 더 있다고 한다. 하긴, 보성에 갔을 때 저렇게 조그만 녹차밭에서 어떻게 5천만이 먹는 녹차를 생산하나 하는 궁금함이 있었다. 이 곳과 다른 두 곳에 있는 녹차밭 규모라면, 전국 곳곳의 가정이나 사무실 등에 퍼져 있는 '설록차'는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 것 같다. 뭐 내가 녹차 회사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_-;;;;

그리고 본문에서 역시 읽을 수 있듯이, 원래는 녹차를 재배하기 어려운 곳이었지만 개간을 거쳐서 현재에 이르렀다고 한다. 사실 녹차밭에 오면서 황금 들녘을 보며 '제주도에도 벼가 자랄 수 있었던가...아니 제주도도 사람 사는 덴데.' 하고 생각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늦봄에 어떻게 벼가 익습니까!


보리겠지요 -_-;;; 무지하다. 작물에 대해서도, 제주도에 대해서도.(이러다가 보리도 아니면 어떡하지? -_-;;;)


오'설록 뮤지엄 건물에 있는 판매점 한켠에서는, 즉석에서 차를 덖어 팔고 있었다. 무려 5월동안 2+1 행사를 한다고(지금은 끝났겠지요). 거기에 마음이 혹했는데, 파는 사람이 '지금 사면 10g를 더 넣어 주겠습니다'에 결정적으로 넘어가서 사게 되었다. 장사할 줄 아는 사람이다 -_-;;;;

그리고, 옆에 있는 카페에서 사진의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4천원으로 자비심 없는 가격이지만,  그래도 이런 곳까지 왔으니, 기분은 내 봐야지요.  뭐 혼자서 앉아 아이스크림 퍼먹어 봐야 남들이 보기에는 별로 멋있어 보이지도 않겠지만 - _-

녹차밭을 나가기 전에 다시 한번 잠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도 몇 장 찍고, 짐도 정리하고, 내비도 다시 다음 행선지인 '송악산'으로 찍었다. 조수석에 누군가 앉아 있으면 내비 조작 정도는 해 주면 좋을 텐데, 조수석의 2L짜리 제주삼다수는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다. 운전사 겸 조수 겸 관광 가이드 겸 관광객은 다만 운전석에서 오른손으로 화면을 쿡쿡 찍을 뿐.

제주도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기는 어렵지만, 제주도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그런 광활한 다원이었다. 혹시 근처를 지날 일이 있다면 한번 들러보기를 추천하는 곳이다 녹차밭을 보신 적이 없는 분이라면 더더욱. 다만 차(車)가 없으면 아무래도 접근하기가 어려운 게 문제(혹시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제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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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bipero | 2009/06/06 02:31 | 대한민국 여행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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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전기위험 : 송악산 at 2009/07/01 20:23

... 영의 슬픔을 딛고 열심히 썼습니다 -_-;;; 왜 하고많은 관광지 중에 송악산을 꼽았는지 모르겠다. 마라도에 가지 못한 대리만족일까? 아니면 단순히 이전에 들른 서광다원과 가까워서였을까. 어쨌든 서광다원을 나와 송악산으로 기수를 돌렸다. 사실은 오전에 마라도에 가려고 배편을 인터넷으로 이리저리 알아보았다. 그런데 배 시간 ... more

Commented by 택씨 at 2009/06/07 15:13
제주도에 녹차밭이 있다는 얘긴 들었는데... 최적의 장소라는 것은 좀 의문이 남는군요.
어차피 지금 녹차의 주 산지로 알려진 곳도 깨끗한 환경으로 남아있는 곳이니 말이죠. ㅎㅎㅎ
들판의 녹차밭은 느낌이 좀 다르군요.

제주도에는 원래 쌀재배를 못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육지의 쌀가격보다 2배 이상 비싸게 주고 먹었다고 해요. 지금은 서남쪽의 일부에서 쌀을 재배한다고 들었어요. 지금이면 보리가 맞겠죠. 이제 남녁의 들녁은 보리베어내고 막 모내기를 하더군요.
Commented by Tabipero at 2009/06/08 21:39
사실 회사의 자기 PR 아닐까 싶습니다(누군가 출처 아시면 제보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제주도도 청정 지역 아니겠습니까 ^^

예전에 들은 건 많은 것 같은데, 토양이 현무암질이어서 물이 쪽쪽 땅속으로 빠져나간다나...그래서 그 물이 한라산 동쪽에 있는 제주삼다수 공장으로(믿으면 골룸)...물을 고이게 해야 하는 벼농사에는 맞지 않겠지요.

요즘이야 교통이 발달해서 육지에서 쌀 정도 갖고 오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옛날에는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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