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버스 여행
첫째날은 우도와 함덕 해수욕장을 갔는데, 이 날은 계획된 곳이 이 두 곳뿐이었으므로 버스를 이용하였다.


제주도는 길 구조가 그리 어렵지 않다. 해안을 따라 도는 일주도로, 한라산을 종단하는 1100도로와 516 도로, 제주를 기준으로 사선으로 이어져 있는 동부/서부 관광도로 정도만 머리에 넣어두고 있으면, 주요 관광지를 찾아 다니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런 루트를 따라서 버스가 다니고, 그 버스의 배차간격도 평균 20분 정도로 상당히 양호하다. 버스 시각표 역시 인터넷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정류장에도 시각표가 붙어 있음은 물론 시간에 여유를 두어 거의 제 시간에 닿도록 하였다.

따라서 제주도를 버스로 돌아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차가 없어도 국내 다른 곳들에 비해 편리한 여행이 가능하다.



다만 문제는, '느리다'. 시외버스라고는 하지만 완행. 시계를 벗어난다는 것 외에는 시내버스와 다를 바가 없다. 정류장은 죄다 정차해야 하니(설령 정차하지 않더라도 시간표는 그렇게 넉넉하게 짜여 있다) 표정 속도가 30km/h도 안 되어 보인다. 다만 그렇게 운행 시간표가 널럴해서 어르신들이 타기에는 정말 편해 보였다. 천천히 나와도 뭐랄 사람이 없다. 제주 가는 버스냐는 할머니 질문에 기사 아저씨는 이 버스는 해안도로를 따라 돌아가는 버스고 516 도로를 타는 버스가 오니 그걸 타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다. 돌아가요 혹은 손을 흔들고 사정없이 앞문을 닫아버리는 대도시 버스와는 다른 풍경이다.

그런 분위기가 좋기는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서귀포에서 거리가 약 25~30km 되어 보이는 성산일출봉까지 버스를 타는 시간만 1시간 20분 가까이 걸리니 좀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은 들었다. 뭐, 관광객보다는 지역 주민이 주로 이용하고 이들에 의한 구간 수요도 꽤 되니 관광객 좋아라고만 버스 노선을 짤 수도 없는 노릇이겠다.

또한 제주도를 다니는 버스 차종은 대부분, 시외버스라도 도시형 버스 수준을 넘지 못했다. 주로 보이는 것은 로얄시티와 로얄미디. 그나마 나아 보이는 삼영교통 리무진버스도, BH116H이던가...전문용어(?)로 '돌베개'라고 불리우는 차. 대체로 승차감은 그리 좋지 못하다. 다만 시내버스도 좌석형 시트를 채용하고 있으므로, 어찌 보면 희한한 '평준화'라 할 수 있겠다.

단점 나열을 하긴 했다만, 대중교통으로 여행하기 힘든 대한민국에서 제주는 그래도 편리하게 버스로 관광할 수 있는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관광객에게 제한된 기간 동안 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제주 버스 패스'를 발매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주도는 흔히들 관광버스를 이용한 단체관광이 아니면 렌터카, 스쿠터, 혹은 근성의 자전거가 주종을 이루지만, 면허가 없거나 차를 렌트하기 부담스러운 등의 이유로 뚜벅이 관광을 택하신 분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버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덧)그러고 보면 차를 렌트한 후에 돌아다닌 곳은 산록도로 등 버스 불모지(?)에 가까운 곳이었던 것 같다.
by Tabipero | 2009/06/01 23:04 | 대한민국 여행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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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택씨 at 2009/06/02 06:38
'버스 패스'는 좋은 아이디어 같아요.
환승시스템이 서울시내의 버스이용을 늘린 것 처럼... 여행에 상당히 도움될 것 같은데요.
Commented by Tabipero at 2009/06/02 20:57
행정적으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지만, 제주 '특별자치도'라면 뭔가 유연한 행정 처리로 이런 것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을 한번 꺼내 보았습니다. 본문에서도 곧잘 언급했듯 느린 것 정도만 빼면 버스로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인데, 이런 장점을 최대한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 가다가 풍경 좋은 곳이 있으면 아무런 부담 없이, 충동적으로 내릴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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