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드라이빙 - 같은 허씨인데 살살 좀 합시다~
제주도의 경치 좋은 길인 삼나무 길 드라이빙으로 제주도 여행을 마무리지었다.


토요일 오전에 밝혔듯, 금요일 오후 늦게 렌터카를 '질렀다'. 사실 마음에도 없이 빌린 건 아니긴 한데,
1) 이날 버스로 다녀보니, 버스는 자주 오는데(일주도로 기준 20분 간격) 너무나도 여유로운 운행을 해서 좀 답답했다
2) 숙소는 서귀포, 다음날 공항으로 와야 했다.
3) 마지막날 챙겨야 할 짐이 많았다
4) 뚜렷한 계획도 없었다(막연한 계획은 있긴 했다)
5) 스쿠터는 타본 적이 없어서 부담스러웠다(교육은 해 주긴 한다지만). 게다가 마지막날 짐들은 어쩔껴.

금요일에 서귀포에서 출발하여 제주도 동측 일주도로를 따라 반 일주를 한 후 어차피 제주 근처에 도착했으니, 공항 렌터카 카운터에서 빌렸다. 차종은 SM5. 자동 온도조절이라던지 전동 리클라이닝이라던지 다 안되는, 무옵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차였다. 카오디오도 USB 정도는 들어가줄 줄 알았는데, 닥치고 CD 아니면 라디오였다. 결국 그날 저녁 이마트에 들러 공씨디를 사서 드라이빙 뮤직을 구웠다 -_-;;;

첫날 경로는 이랬다.

제주도 서해안을 따라 노을을 본 뒤, 제2산록도로를 경유하는 경로를 택했다.

검은 현무암 섬 앞바다는 금색으로 물든다.
자가 운전이 좋은 점은, 주차 공간만 있다면 어디서든 차를 멈춰 쉬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적당한 곳에서 산록도로로 빠져나가려고 했는데, 이 때 내비가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호텔을 찍으면 십중팔구 잘 뚫린 95번 도로와 일주도로를 안내할 공산이 크므로, 516도로와 산록도로가 교차하는 돈내코를 찍어 갔다.

요새는 내비가 잘 되어 있어 적당히 과속해도 단속 포인트만 잘 피하면 벌금 물 일은 없다 하지만, 초행이기도 하고 제주도의 좋은 경치를 휙휙 지나보내는 것은 아까워서, 속도를 지켜 운전하였다. 그런데 뒷차가 시야에 보였다가 얼마 되지 않아 뒤로 따라붙는다. 그러다가 기회가 있으면 추월해 지나가고(대부분 왕복 각 1차선 도로였다), 그런 식. 제한속도가 50-60인 도로에서 추월해가는 차의 속도는 80이 넘어 보였다. 뭐...물론 지역에서 명시적인 제한 속도 외에 암묵적인 제한 속도가 있기는 하겠지만, 그리고 현지 주민들은 길을 잘 꿰고 있기 때문에 적절히 속도 내고 감속하는 포인트를 알고 있겠지만...

렌트카도 그렇게 밟고 있다.

제주도에 산간도로 레이싱하러 온 건 아닐텐데...하고 생각하면서 우측 깜빡이를 켜서 추월해 가라는 신호를 주었고(버스는 종종 그렇게 하는 것 같은데 일반차에까지 통용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면 렌트카 역시 쌩하고 지나간다. 같은 허씨인데 살살 좀 하면 안되겠습니까.

(*렌터카는 차량번호가 xx 허 yyyy입니다.)

나중에 생각해 보면, 일주도로는 차선도 넓고 구배도 산록도로보다 덜하지만, 제한속도가 60~80(같은 도로라도 수시로 제한 속도가 바뀌고, 내비가 기본적으로 보급되기 전에는 이런 사실을 몰라서 단속카메라의 희생양이 되는 육지 사람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에다 곳곳에 신호기 및 단속 카메라가 있다. 반면 산록도로는 카메라도 잘 없고 신호기도 없으며, 주요 도로를 제외하면 중간에 교차로도 없다시피하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일주도로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겠다 싶었다. 덧붙여 지형적 특성 때문에, 산록도로는 급커브도 거의 없다.

이런 현상은 둘째날도 계속되었다.
둘째날 일정은 녹차밭과 송악산, 그리고 1100고지, 마지막으로 삼나무길이었다. 사실은 섭지코지까지 가 보려는 것도 계획하고 있었으나, 미적거리는 통에 삼나무길이 끝나는 곳에서 기수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둘째날은 1100도로를 탔는데, 택씨님께서도 언급하셨듯 이 차, LPG차라 가속감도 안 좋고, 급커브가 많은 길에 나도 팍팍 밟아제낄 필요는 없어서 평균 속도 50정도로 천천히 올라갔는데, 또다시 뒤에 따라붙는 차들;;; 산간도로라 추월할 수도 없어서, 결국 중간중간에 교차로 등이 보이면 잠깐 옆으로 비켜 추월해 가도록 했다.




이 그림이 자동차에도 적용된다 -_-;;;

처음에 지도를 보면서, 첫날 나를 중문까지 데려다 줬던 리무진은 왜 직선 코스인 1100도로를 타지 않고 95번 도로를 탔을까 싶었는데, 1100번 도로는 꽤 험한 길이었다.

렌터카를 빌린 후의 관광은 그냥 '드라이빙'이었다. 웬만한 관광 스팟은 이전에 다 가 봤다고 생각하였으니 이전에는 단체관광으로, 관광 버스로만 돌아다니며 놓치고 있었던, 그런 제주도의 경치좋은 길들을 돌아다니며 제주도의 몰랐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무래도 밍기적거리는 내 여행 스타일은 차라는 아이템이 붙어도 변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1산록도로 중간에서 내려다보는 제주 시내

by Tabipero | 2009/06/01 00:16 | 대한민국 여행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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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택씨 at 2009/06/01 06:51
하하. 성씨가 '허'씨 인줄 알았어요;;;
자동차 여행은 정말 가다가 좋은 곳 있으면 쉬면되는데.... 모르면 그냥 휙 지나쳐 버리거든요. 그래서 계획을 꼼꼼히 잡지 않으면 정말 주마간산식으로 훑기가 쉬워서 좀 아쉬워요.
협제의 바닷색은 정말 좋은데 일몰구경만 하신 것 같아요.
Commented by Tabipero at 2009/06/08 21:44
네. 제 성씨가 아니고 차의 성씨죠 :)
저도 어디가 좋을지 몰라서, 지나가다가 풍경이 좋고 차를 댈 만하면 멈춰서 좀 쉬다 가고 그랬습니다.
비단 협재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바닷색이 모두 좋았지요. 다만 첫날 우도의 산호초해수욕장에서 눈을 무지하게 높여 놓아서, 다른 바닷가를 간 감동이 약간 줄어든 것 같아 아쉬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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