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녹차밭
서울을 기준으로 남도 여행은, 그 거리 때문에 하루만에 다녀오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게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전 9시에 센트럴을 출발해서 보성 녹차밭을 찍고 익일 새벽 3시에 돌아온 일정은 누가 봐도 합리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더군다나 센트럴에서 8시 10분에 보성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9시에 출발하여 광주에서 버스를 환승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본다면, 이 여행은 비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무계획적임을 아실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보성 녹차밭은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이다. 매스컴이나 인터넷에서 본 녹차밭 사진은 정말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고, 안 가 보면 후회할 것만 같은 그런 곳이었다. 다만 먼 거리 때문에 꺼려졌을 뿐. 이 무모한 도전으로 소원 성취는 한 셈이다.

솔직히 내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인지, 올해 유일무이한 황금 연휴 때문에 사람들에 치여서 그렇게 느꼈을 뿐인지, 아니면 녹차밭은 새벽에 보는 것이 제일이라는데 정반대로 오후 느지막히 가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생각만큼 입이 쩍 벌어지는, 그런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절대 평가절하 하는 건 아니다. 안 가보면 후회할 것이라는 생각은 실제로 보고 나서도 유효하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비수기 중에서도 쌩 비수기, 광고에 나왔을 그 안개낀 새벽, 혼자서 저 밭을 거닐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녹차밭은 자신의 사진 기술을 뽐낼 수 있는 장이기도 한 것 같다. 평범한 등산객 같아 보이는 분들이 커다란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이렇게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데도 불구하고 셔터를 연발하고 있었다. 나는 이 블로그에서 절대 사진 자랑을 하려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진을 보여 드리기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 정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정말 멋진 차밭 사진이 많이 나오는데. 그것으로 눈요기하는 것도 좋지만 百見이 不如一行이라고 직접 이 푸르름을 느껴 보셨으면 한다.


* 지금까지의 사진은 모두 대한다원에서. 봇재다원에서 찍은 사진들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by Tabipero | 2009/05/04 21:45 | 대한민국 여행 | 트랙백(1) | 핑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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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Ready for yo.. at 2009/05/05 01:09

제목 : 보성 대한다원 녹차밭
보성 녹차밭 - Tabipero님의 블로그 (보성 녹차밭)5월 3일 오전에 대한다원에 다녀왔었죠...일단 사진 정리하다가 하나만 올리고 갑니돠 -_-이날 내리던 비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_-b- Nikon D90 + 17-50 F2.8- 2009년 5월 3일. 전라남도 보성군 보성읍 봉산리. '대한다원'...more

Linked at 전기위험 : 보성 녹차밭 - .. at 2009/05/05 14:46

... 반 정도의 시간만을 여기서 보냈지만, 그래도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시간이 얼추 되어, 기념품 삼아 녹차를 좀 사서 시간 맞춰 정류장으로 가 버스에 오른다.관련 : 대한다원 포스팅 ... more

Commented by 하야테 at 2009/05/05 01:03
와우. 저도 5월 3일 오전에 이곳을 갔었었는데.... 신기하네요
Commented by Tabipero at 2009/05/05 23:49
오후에 가니 녹차밭 초입부터 카오스였지요. 차들이 다원 주차장에 차를 못세워서 길가에 세우고 경찰은 차빼라고 난리고...
Commented by 택씨 at 2009/05/06 11:09
목적지를 정하고 시작을 했으니 최소한 무계획은 아님!!!!
(저희는 정말 고속도로에 올라가서 가다가 방향을 바꾼적도 있어요;;;; 좀 심한 경우이지만요.)
저희는 당일 귀환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새벽 녹차밭을 본 적은 없어 좀 아쉽더라구요. 내년되면 고3이 없으니 도전해볼까 해요.
Commented by Tabipero at 2009/05/06 22:15
차가 없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멀리 내려가는데 그렇게까지 무계획이면 중간에 차가 끊겨 발이 묶여버릴 위험이 있지요 -_-;;;

저는 다음날 학교에도 가야하고, 보성에서 잠자리를 찾아봐야 남아있는 게 없을 것 같아 저녁에 올라왔지만, 다음에 새벽 녹차밭에 갈 때는 남도 다른 곳과 함께 묶어서 갈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차가 없다면 천상 보성에 잠자리를 정해야겠지요.
(사실 전날 밤에 광주행 심야버스를 타는 것도 생각해 봤는데, 보성행 첫차를 타고 녹차밭에 가봐야 8시겠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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