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그새 사람들은 많이 불어서, 이누보역 대합실은 꽤나 많은 사람들이 있게 되었다. 간간이 놓은 의자가 꽉 차고 서서 열차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 이것저것 기념품점을 보는 사람 등등... 시간이 되어 개찰이 시작되고, 전철을 타게 되었다. 초시 쪽으로 가는 전철의 혼잡율은 말하자면 평일 오전 9시 넘어 신도림에서 강남쪽의 열차를 탔을 때라고 해야 하나. 웬만큼 사람이 차 있으나 그런 대로 견딜 만한 상태. 존폐가 간당간당한 회사의 승차율로는 보이지 않는다. 어디든 붐비는 토요일 낮이니 이해는 가지만, 정말 '초시전철 노력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이렇게 많아도 냉방은 거의가 자연풍에 의존한다. 천천히 달리는 열차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전철, 요사이 열차 거의가 냉방화된 현실에서는 이런 것도 일탈이자 낭만이다. 그렇게 운전석 옆에 붙어서, 전면 경치를 구경하며 달린다. 모토초시역에서는 지역 아이들인 듯한 한 무리의 아이들이 타는데, 내 옆에서 이리저리 가벼운 장난을 치고 있다. 이런 전철의 풍경은 영락없는 '마을 전철'이다. 이윽고 열차는 초시역에 도착해, 초시전철과 작별을 고할 때가 되었다. 하지만 그 작별의 감상도 잠시, 동경으로 떠나는 특급 '시오카제'호의 출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승차권을 끊고, 짐을 찾아 열차로 가려면 시간이 빠듯했다. 더군다나 특급열차를 타는 사람은 나 뿐만이 아니어서 매표소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보통열차라면 그냥 자동판매기에서 원하는 구간의 티켓을 사면 되나, 자동판매기에서 판매하는 구간보다 먼 구간을 가거나 특급열차를 이용할 경우는 창구에서 직접 사야 한다. 덧붙여 나는 동경까지가 아니라, 치바까지 간다. ![]() 사실은 보통열차를 탈까도 생각해 봤는데, 1박 3일의 여행이니만큼 시간이 금이라는 생각에 거하게 900엔을 투자하여 자유석특급권을 사기로 했다. 일본에서 제돈주고 특급권 사 본건 처음...이 아니라 두번째로군. 하코네 갔을때 본의 아니게(?)특급열차를 탄 적이 있었다. 그때는 차내에서 승차권을 발급받았지만, 저렇게 제돈주고 커다란 표 두개를 받아보긴 처음이다. 전에 여기서 설명한 적 있으나, 일본에서 특급열차를 타려면 두 개의 표가 필요하다. 첫째는 A에서 B까지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승차권, 그리고 둘째는 지정된 구간에서 특급열차를 탈 수 있는 특급권이다. 만약 전자만 가지고 있다면 추가요금이 붙지 않는 일반열차밖에 타지 못한다. 이렇게 표를 구분한 건 귀찮은 면도 있으나, 특급열차가 가지 않는 역도 별도의 개찰이 필요없이 환승해서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컨대 나는 표는 저렇게 끊어 놓았지만 츠가 역에서 내렸는데(자세한 이야기는 치바 도시 모노레일 관련 포스팅 참조), 치바 전의 특급열차 정차역인 사쿠라 역에 내려서 별도의 개찰 없이 후속 보통열차로 환승하여 츠가 역에서 내렸다. 또한 초시에서 동경까지 가야 하는데 특급권료가 아까워 치바에서 동경까지만 특급열차를 탄다고 하면 승차권은 초시에서 동경까지 끊어놓고 특급권은 치바에서 동경까지 끊으면 OK. 익숙해지면 편리한 시스템이다. 드나들 때는 개찰기에 승차권만 넣어줘도 된다. 두개를 같이 넣어도 되지만 내릴 때 두개를 같이 넣으면 같이 회수되니, 특급권을 기념품 삼고 싶은 사람은 승차권만 넣어주면 될 것 같다. 다만 초시역에는 자동개찰기가 없으므로 그냥 표를 보여주고 지나간다. 차량에 타면 말 그대로 '타자마자' 차장이 와서 검표를 실시. 표에 도장을 찍어준다. JR동일본의 차장들은 대체로 최첨단 PDA로 무장하여 표에 적힌대로 지정석에 앉아 있으면 검표로 귀찮게 하는 일은 잘 없으나, 자유석은 정말 칼같이 한다. 참고로 JR서일본이나 큐슈는 자유석이건 지정석이건 열심히 검표했다. ![]() 표가 없으면 이마에 도장을 찍어준다.(그럴리가 있나!) 검표시에는 승차권과 특급권을 모두 보여주는 게 좋으며, JR패스를 갖고 있다면 지정석권을 갖고 있더라도 패스 역시 보여주는게 원칙이다. 일본어를 잘 못알아들었을 적에는 승차권만 내보이자 차장이 그냥 가지 않고 뭐라뭐라 해서 다소간 당황한 경우도 있었다. 아무튼 무사히 시간 내에 표를 끊고 락커에서 가방을 찾아 열차에 탑승한다. 이제 정말로 초시역, 초시전철 바이바이다. 다음에 연이 닿아 또 만날 수 있기를. ![]() 소부본선의 종점역 초시역. 소부본선 특급'시오카제'의 시발역이자 종착역이다. 사실 예전에 JR선에서 초시전철 선으로 직결 열차가 들어간 적이 있다고 한다. 현재는 폭이 맞지 않아(초시전철 쪽이 좁다) 안 들어간다고 위키피디아에 쓰여 있다. 특급 시오카제는 예전에 탔던 아즈사와 비슷한 분위기가 났다. 지금은 사진도 없어서 아즈사와 동일한 E257계를 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자리가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바닥쪽 시트도 조정해 줘야 하는 거였다. 차장에게 검표도 받고, 좀 가다가 잠이 들었다. ![]() 청소하고 갓 나온 열차라 시트가 각이 잡혀 있다. 무서워(...) 애니에나 나올 만한 정말 모든 문제를 얼버무리며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랑의 힘' 같은 표현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경영상태가 간당간당하여 아직도 조금만 삐끗하면 파산의 낭떠러지로 떨어질 듯한 초시전철이 계속 달릴 수 있는 이유는 정말 이 '사랑의 힘'이 아니고서야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지역 주민들의 사랑, 철도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사랑, 별 생각 없이 초시에 놀러 와서 초시전철을 타고 초시전철에 주고 가는 사랑, 초시전철 한번 타 본 일 없어도 누레센베를 사 주는 사람들의 사랑 등등. 그런 것들이 초시전철의 오래된 열차와 역사(驛舍), 녹슬고 수리도 제대로 되지 않은 시설물 등에 바닷바람처럼 배여 있다. 나름대로 열심히 초시전철 갔다 온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과연 이런 초시전철의 분위기까지 잘 전해졌는지 모르겠다. 초시전철의 낭만은 고사하고, 저런 고물딱지 전철 타러 왕복 5천엔 정도를 길바닥에 버렸는지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이나 없으면 다행일지도 ^^;;; 아무튼 이런 초시전철의 분위기, 내 부족한 말로 전하기 힘들다. 그것은 단순한 '오래되었다', '세월의 흔적을 느낀다', '낭만적이다', '특이하다'라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초시전철에 관련된 우리나라 신문 기사를 최근에 본 적 있는데, 그걸 봐도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가본 사람들은 확실히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사람들의 애정으로 달리는 열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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