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기준으로 남자는 우측, 여자는 좌측이 입구.
어제 춥다는 이유로 온양온천에 도중하차해서(말 그대로 진짜 '도중하차'였다) 가본 곳은 '신정관'. 시설은 낡았지만 물이 좋다고 소문이 자자하기에 가본 곳이었다.
사실은 지난번처럼 온양관광호텔에 갈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새로운 곳을 가보고 싶기도 하고, 저 낡은 건물 안에는 어떤 목욕탕이 펼쳐져 있을까가 궁금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입욕료가 단돈 2,600원이라 가게 되었는데...
정말 들어가본 소감은 '컬쳐럴 쇼크'였다. 70-80년대 목욕탕의 기억이 없다면,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아니 탈의실은 뭐, 좀 오래되었구나 하고 생각된다. 일반 목욕탕에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번듯한 세면대 같은 건 없다. 뭐...세면대 비스무리한 건 있지만. 헤어 드라이어도 애먼(엄한)곳에 걸려 있다. 게다가 코인식. 이발소는 없지만, 그래도 음료수 같은 건 팔고 있다.
참고로 헤어드라이어는 100원에 4분, 타올 대여는 200원이다.
탕에 들어가니 수증기가 자욱해서 안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그 뿌연 수증기 속에는 간단히 말해 내 나이정도는 간단히 넘겨버릴 세월을 보냈으리라 생각되는 탕이 펼쳐져 있었다.

위는 기억에 의존하여 그린 탕의 배치도다. 눈대중으로 정원은 20명 정도 될 것 같았다. 내가 갔을 때는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늦은 시각이라,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일단 들어가서 좌측에는 수도꼭지들이 펼쳐져 있다. 단 냉/온수 수도꼭지는 따로다. 온도조절을 하고 싶다면 대야에 물을 섞어 퍼서 써야 하겠다. 다행히도(?) 우측에는 샤워기가 있다(당연히 이건 온도 조절이 가능하다). 탕 곳곳에는 타일이 있어야 할 곳을 실리콘으로 때운 흔적이 심심찮게 보여, 그 세월을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탕은 딱 두개. 원수를 개미 코딱지만큼 식혔으리라 생각되는 열탕
시설에 대해서는 내가 뭐라 말해서 될 게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목욕탕을 여기저기 찍어 인증샷 삼을 수도 없을 것 같고(혹시 허가를 받는다면, 사진작가들이 눈독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다만 직접 가서 그 충격을 몸(맨몸 =ㅅ=)으로 느껴 보는게 가장 확실하겠다.
아, 오해하실까봐 한마디 덧붙이는데, 오래됐다고 해서 불결하다는 건 아니다. 관리는 나름대로 신경써서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몇십년이 지나도 쓸 수 있는 곳이고.
정말 물 좋은 거 하나로 승부를 보는 곳 같다.
위치는 온양온천역 1번 출구에서 좌회전하여 쭉 가면 온양온천호텔 앞 사거리가 보이는데, 거기서 우회전하면 금방. 역에서 도보 10분 가량이다.
겉모습이 사진과 같으면 안이 어떨까는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런 게 싫고, '온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돈 좀 더주고 온양관광호텔이나 신천탕 같은 데에 갔으면 좋겠다. 또 혹시 들어갔는데 사람이 많다면 쾌적한 입욕은 좀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온천은 역시 딴거 필요없고 물 좋은게 최고라고 생각하시는 분, 오래된 목욕탕이란 걸 체험해보고 싶은 분(그리고 싼 값에 입욕하고 싶은 분)들께는 강력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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