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타고 온천 갔다왔다(2)
(앞에서 계속)

온양온천역부터 계속하면 될 것 같다.

아무튼 온양온천역에 열차는 도착하였다. 역 구조는 4면 4선, 전철을 위한 상대식 승강장 양 옆으로 기차를 위한 상대식 승강장이 서 있는 구조다. 경부선의 역들은, 물론 1선을 기차가 쓰고 2선을 전철이 쓰는 탓도 있겠지만  가운데에 기차를 위한 저상홈이 있고 가장자리로 전철을 위한 고상홈이 있는데, 이 온양온천역은 위치가 반대여서 특이해 보인다(아산역도 그랬던가....).

* 이 포스팅에서는 수도권전철을 '전철'로, 새마을/무궁화 등의 일반 열차를 '기차'라고 칭합니다. 원래의 정의를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지칭 방법이지만, 통념 및 편의상 그렇게 하겠습니다



순간 주변에 있던 어르신분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전철은 가히 STX(Senior Train eXpress-특정 회사와는 관련 없습니다)라 부를 만 하다. 일순간 개찰구로 내려가는 계단은 신도림역 못지않게 북적이게 되었고, 개찰하기 위해서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대부분이 무임권을 들고 있었는데, 일부는 기다리다 못해 옆의 기차(새마을/무궁화) 집표구에 무임권을 집어넣고 개찰구를 나갔다.

예전에 천안까지 전철이 개통했을 때 어르신들이 소일거리로 천안까지 공짜 전철여행 한다고, 노인문제에 대한 걱정 반, 무임권 문제에 대한 걱정 반으로 쓰인 기사를 본 적 있었는데 그것의 연장선같아 보인다. 더구나 온천 이야기도 곧잘 나오는 듯 해서, 신창연장->온양온천->온천욕 생각을 한 사람이 나뿐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나는 3천원 돈을 지불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어르신들은 무임권이니;;;

개인적으로 무임권이 정부의 지원 없이 해당 공사가 떠맡아야 되어 적자의 원인이 되고, 생계형이 아니라 이렇게 장거리 유람을 위한 사용이 비용상 큰 비율이 된다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코레일의 사정을 차치하고 생각해 본다면 아산시의 지역 발전이나 온양온천의 르네상스에는 확실히 도움이 되어 보인다.

결과적으로 온천에는 젊은 사람들도 많았는데, 평일 엄한 시간에 가면 어르신들만 계신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여기까지 요금은 광역버스 1700+신창역 개찰시 추가요금 1400 해서 3100원. 사당역에서 전철을 타고 간다면 2700원으로 400원 절약 가능하다. 광역버스가 30km까지 1700원임을 감안하면, 7770번 이용이나 전철 이용이나 킬로수는 큰 차이가 없는 모양이다. 아무튼, 광역버스 환승할인 덕택에 부담없이 7770번을 선택해서 빠르게 갈 수 있었다.


개통식이 일주일 가까이 지났는데도, 온양온천역 앞은 많이 북적이고 축제 분위기가 아직 남아 있었다. 외지에서 오는 관광객들에 의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있겠지만, 우선 이득을 보는건 지역 주민들이 아닐까 싶다. 알기로는 천안과 아산이 서로 밀접한 생활권이라고 들었는데, 이 천안-아산의 이동이 편해지게 되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돌아오는 청량리행 전철은 온양온천에서부터 이미 자리가 꽉 차고 서서 가는 사람이 더러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의 1/4 가량은 천안역 이전에 하차하였다.

천안, 서울(청량리)행 전철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


아무튼 나는 온천으로.

이전에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 바로는 온양에는 유명한 온천이 몇 있다 한다. 최근 깨끗하게 개축한 신천탕, 그에 비해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신정관, 그리고 온양관광호텔 등등.

이들은 다 근처에 모여 있다. 온양온천역에서 온양관광호텔로 가다 보면 신천탕이 보이고, 온양관광호텔 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조금만 가면 신정관이 보인다. 신정관을 보면 '이게 온천이야?' 할 정도로 겉모습이 낡고 초라한데, 물만큼은 정말 좋다고 하니, 말 그대로 '수질로 승부하는' 곳이다. 입욕비도 3천원이 안 되는 돈으로 웬만한 동네 목욕탕보다 더 싸다.

앞에 언급한 세 곳 중에서 역에서 제일 가까운 '신천탕'. 개축해서 말끔해 보인다. 뭐 셋 다 위치는 고만고만 하긴 하다 -_-;;;
수도권전철 개통이라고 현수막에 써붙여 놓았는데, 이들에게도 전철 개통은 좋은 기회임이 틀림없다.


값도 싸기도 하고, 신정관에서 옛날 목욕탕의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이왕 먼 길을 온 만큼 '호텔' 욕탕을 가 보기로 하였다. 학생 입장에서는 '작은 사치' 내지는'돈지랄'이라고나 할까(사실 돈지랄의 진수는 이후에 언급할 새마을호 이용이었다).

이렇게 사거리에 보기 쉽게, 전통 양식의 문과 함께 '온양관광호텔'이라고 쓰여 있다.

이 온양관광호텔은, 일제 시대에는 장항선을 운영했던 조선경남철도주식회사의 소유였단다. 지금은 전혀 그런 것과는 관련 없지만. 어쨌건 철도와 인연이 있는 장소다.

이렇게 지하를 통해 온천으로 들어갈 수 있다.

입욕료는 5,500원, 호텔 식당에서의 식사와 패키지는 1만원, 또 다른 패키지가 있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

탕내에는 주말을 이용해서 온 가족들과, 어쩌면 전철타고 왔을지도 모를 어르신들과(떼거리로 내리던 어르신들의 수를 생각하면, 그것에 비해서는 상당히 소수였다), 근처에 살다가 심심해서 친구들과 같이 목욕하러 온 아해들과 그렇게 있었던 것 같다. 당연히 주말이라, 사람들은 많은 편이었다. 여태껏 일본에서는, 명탕으로 소문난 몇 곳 빼고는 거의 전세내듯 이용했는데(특히 나는 키자키호수 옆 민박의, 시멘트에 타일을 발라 만든 온천욕탕을 전세내서 이용했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뭐 여기도 명탕이고 더구나 주말이니, 그럴 만도 했다.

더구나 여기는 노천온천도 딸려 있었다. 뭐 노천온천이라고 해서 대단한 걸 떠올릴 건 아니고(그런건 일본에서도 가본 적 없는 듯 하다) 말 그대로 하늘이 뚫려 있는 그런 곳이다. 하지만 위는 차갑고 아래는 따뜻한 미묘한 기분, 이게 역시 노천온천의 맛!

사실 온천의 효능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는데, 갔다 오니 확실히 때깔이 좋아진 것 같기는 하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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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bipero | 2008/12/21 22:59 | ㄴ서울(근교) 여행 | 트랙백 | 핑백(2)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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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전기위험 : 전철타고 온천 갔.. at 2008/12/21 23:00

... 수원역 기준으로 5분 이상의 지연을 이정도로 회복했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병점에서 천안까지는 선로용량에도 여유가 있고 선형도 좋아 회복운전의 효과가 컸을 것이다. (다음에 계속) ... more

Linked at 전기위험 : 전철타고 온천 갔.. at 2009/02/08 22:43

... (1편-온양온천역까지의 여정) (2편-온양온천역과 온양온천) (번외편-신정관 온천탕) 그렇게 목욕을 끝내고, 다음 행선지로 향한다. 옷장에서 주머니에 찔러넣었던 시각표를 본 후, 13시 36분 전철이 있는 걸 확인. ... more

Commented by rumic71 at 2008/12/21 23:11
안그래도 온천 엄청 땡기던 차인데 저도 한 번 다녀와야겠군요. 경부선으로 천안까지 간 뒤에 전철로 갈아타려면 표를 새로 구입해야 하려나요?
Commented by Tabipero at 2008/12/21 23:18
네.
천안에서 온양온천까지 운임은 카드기준 1000원입니다. 장항선 시간이 맞는다면 차라리 장항선 새마을/무궁화 타시는게 나을듯 합니다(어차피 신창행도 평시기준 한시간에 두대밖에 안다닙니다).
참고로 KTX로 천안아산역을 경유해서 온양온천까지 가려면 전철탈 게 아니라 새마을이나 무궁화 환승 열차표 끊는게 가격은 더 쌉니다.

개인적으로 새마을/무궁화와 광역전철간 연계를 해줬으면 좋겠는데(어차피 코레일 관할이니 말이죠), 광역전철은 또 서울메트로나 도시철도공사와 연계가 되어 있고 요새는 또 통합환승제라 버스쪽과도 걸려 있어서 아무래도 쉽지는 않겠지요.
Commented by eruhkim at 2008/12/22 00:39
전에도 한 번 이야기했지만 서울살면 온천 가는길이 많이 편해진 것이겠지만, 대전 사는 입장에서는 딱히 변한게 없어 보이네요. 어차피 천안이나 천안아산역까지 기차 타고 이동해야 하니까 위의 답글처럼 광역전철보다 새마을/무궁화 환승이 더 쌀 것 같군요. 부모님께 한 번 가보시라고 해야겠네요.
Commented by Tabipero at 2008/12/22 00:53
엄밀히 말하면 서울에서는, '싸게 갈 수 있다'는 거지 '편하게 가는' 건 아니지요. 한시간 반(혹은 그 이상)의 근성투어니...
덧붙여 대전에서는 버스가 차라리 낫지 않나요?
Commented by eruhkim at 2008/12/22 01:55
버스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안 했는데 찾아보니 대전에서는 시외버스가 더 좋네요. 새마을-새마을 환승하고 시간은 비슷한데 가격이 싸고 환승도 필요 없고, KTX-무궁화는 30분 정도 빠르지만 값이 두 배고...

제가 사는 곳에서 대전시외/고속버스터미널까지 가는 교통이 워낙 안 좋다보니 - 시내버스가 1시간에 1대 정도 있고 근처에 지하철도 없어서 - 버스라는 것이 있다는 생각을 못하게 되네요.

서울에서도 터미널까지 워낙 멀어서 이용하지 않거든요. (제가 사는 곳은 김포공항 근처라 공항버스는 가끔 이용합니다.)
Commented by Tabipero at 2008/12/22 13:05
유성에서는 아산 가는게 없나요? 있을법 하다고 생각하는데...
Commented by eruhkim at 2008/12/22 16:17
유성에서도 있는데, 여기서 유성까지 가는 마을버스 역시 20분에 1대밖에 없고, 마을버스 주제에 강남구 4.5배인 지역(유성구)을 빙글빙글 전부 정차하면서 돌아가다 보니 여기(마을버스 기점)서 유성(마을버스 종점)까지는 1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전 아직은 K대가 아니거든요.
Commented by 레드진생 at 2008/12/22 20:53
난데없는 딴지입니다만... 유성온천을 놔두시고 굳이 멀리 가실 필요는.... 유성온천보다 이쪽이 물이 좋은가요?
(정말 딴지 같아서 죄송... 그냥 궁금해서 그럽니다. 예전에 유성에 살아서 유성온천을 많이 다녔거든요^^;;; )
Commented by Tabipero at 2008/12/22 20:59
헉 진짜로 유성온천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그런데 사실, 원하는 시설이 사는 곳 근처에 있으면 한두번 가고 도리어 안 가게 되지요. 그리고 일부러 멀리 가고 ㅎㅎ
예컨대 관악산 중턱에 짱박혀 있는 제 경우에도 관악산은 올라본 적 없습니다;;;
Commented by rumic71 at 2008/12/22 21:44
저도 여의도서 20년을 살았는데 (지금은 이사) 오랫동안 유람선을 타보질 못했었죠.
Commented by Korsonic at 2008/12/23 23:19
진짜로 온천에 가셨군요. (하... 하하...)
전 개통식날 07시 13분 천안급행을 타는 등의 만행을 저지르는 바람에 이 구간의 모든 역들을 다 답사했죠....
그리고 개통식에서는 772들의 향연까지.

이 글은 온천 가볼 때 꼭 참고토록 하겠습니다 ㅎㅎ
전 여행기를 내년 1월 8일 이후에나 올릴 수 있겠군요. 훈련 들어가니.
Commented by Tabipero at 2008/12/25 23:43
저는 하기로 한건 하는 성격이라(...) 게다가 블로그에 공표까지 했으니 말이죠.

772라, 이번 개통식에서는 특히 심했다고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건 잘 알겠는데, 꼭 그런 식으로까지 해야 하나 싶습니다. 일부 현직에 계신 분들 중에는 동호인들을 안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나마 얼마 없는 동호인들이 스스로부터를 좀 높여서 좋은 대접 받아야 할텐데 일부 미꾸라지들 때문에 참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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